• 정인채

축제의 승자, 연말로 예고된 사랑과 비극의 전설?

7월 25 업데이트됨


지난 디왈리 축제 기간, 인도에선 이색 장르의 영화 한 편이 흥행 몰이를 했다. 바로 실험적 시도를 주저하지 않기로 유명한 로힛 셰티 감독의 코믹 공포물인 「골말 어게인(Golmaal Again)」이 그 주인공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다섯 사내가 25년 만에 고아원으로 돌아와 어릴적 친구인 영혼을 볼 수 있는 여인과 재회하고, 원혼을 풀면서 겪는 좌출우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포 희극인 이 영화는 발리우드다운 화려한 영상과 까메오 출연으로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며 ‘명절엔 역시 유쾌한 영화가 만병특효약’이란 점을 입증한다. 한번 웃고말 오락 영화일지 몰라도 축제의 여운이랄까? 축제는 끝나도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축제의 극장가에 깊이를 더한 영화는 「시크릿 슈퍼스타」다. 아미르 칸 제작의 감동 드라마로 가수를 꿈 꾸는 무슬림 소녀에 관한 뮤지컬 드라마다. 뮤지컬 요소가 십분 가미되는 발리우드지만, 장르 자체가 뮤지컬인 건 그야말로 정면 승부라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으로 극의 중심인 자이라 와심은 「당갈」에서 아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데, 엄마 역의 메헤르 비즈와 함께 최고의 모녀 연기를 선사해 준다. 가수를 꿈꾸는 무슬림 소녀와 세상의 여느 엄마, 그리고 딸의 꿈에 비관적인 아버지가 등장한다. 라즈 아르준도 완고한 아버지 역할을 뛰어나게 소화했다. 그리고 영화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제목처럼 비장의 조커를 한명 등장시킨다.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 아미르 칸은 한물간 인기 가수이자 카사노바로 분하는데, 그는 소녀의 길잡이가 되어주며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가 선택한 영화 답게 탄탄한 드라마와 수준 높은 연기가 돋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을 두고, 눈물을 너무 흘릴 수 있으니 가능하면 수분 섭취를 삼가라는 프리뷰는 압권이다.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 본다면 그 감동은 배가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꿈꾸는 바보를 응원하며 함께 꿈을 꾸고 싶은 이야기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스타를 꿈꾸는 건 인도 역시 다를 바 없다.

한편 이제 연말 극장가를 주목해야할 시기다. 특히 중세 인도 라자스탄을 배경으로한 역사 드라마 「파드마바티」가 돋보이는데, 12월 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발리우드 대표 흥행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와 히로인 디피카 파두콘이 합작한 대작이다. 16세기 서사시를 원작으로 왕비를 두고 대결하는 두 왕의 역할은 샤히드 카푸르와 란비르 싱이 맡는다. 높은 고지에 인도 최장의 요새가 위치한 라자스탄 주 치토르가르가 영화의 무대로 이곳의 역사를 살펴보면 영화는 훨씬 흥미롭다. 이곳은 힌두교도에겐 영광의 상징이다. 열세를 이겨내고 무슬림의 침략을 막아낸 것을 기념해 ‘비자이 탑(승리의 탑)’을 세운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의 또 다른 페이지에서 이곳은 전설적인 사랑과 비극이 교차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는 바로 그 이야기를 다룬다.

중세 인도는 힌두와 무슬림의 여러 왕국이 난립해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였다. 14세기 치토르가르는 힌두(라지푸트)계 메와르 왕조의 왕 라탄 싱이 다스렸는데, 그의 왕비는 절세의 미녀 파드마바티(파드미니)였다. 그녀의 소문을 들은 델리의 술탄 알라우딘 킬지는 (무역 요충지의 쟁탈전이기도 하지만) 왕비를 차지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대군을 이끌고 온 술탄은 왕비에게 얼굴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위기에 처한 왕비는 자신의 얼굴을 보려면 무장을 해체한 채 거울에 비친 모습만 보라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거울에 비친 모습만으로도 반한 술탄은 라탄 싱을 포로로 잡고, 하룻밤을 허락하면 왕을 풀어주겠다고 왕비에게 제안했다. 이에 그녀는 술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 행동하지만 그건 책략으로 상대의 방심을 틈타 왕을 구출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에 격노한 술탄은 최후의 공격을 가하고, 요새가 함락되어가자 파드마바티와 이곳 여인들은 불 속으로 뛰어들어 스스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것이 바로 조하르(Johar)에 얽힌 비극의 역사다. 적군에 점령당한 후 여인들의 운명은 참혹할 것이었다. 전쟁의 화마에 휩쓸린 여인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조하르는 힌두(라지푸트) 여인들의 용기와 정절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전해졌다. 이는 와전되어 악습으로 변질되기도 했으나, 두고두고 회자되며 여전히 인도인들의 신금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사랑에 관한 그녀의, 아니 인도의 16세기 전설은 21세기에 이르러 장대한 역사극으로 재현된다. 개봉 전부터 벌써 영화의 역사 왜곡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그만큼 「파드마바티」에 대한 관심은 매우 크다.

#「파드마바티」는 많은 논란 끝에 검열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내년 초 개봉으로 연기되었습니다. 그 자체도 인도에 대해 눈여겨 봐야할 부분일 것 같습니다. 개봉 전, 관객들이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집중된 관심이 독이 되었습니다.

#영화 #발리우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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