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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춤추는 영화관은 잠시 멈췄지만

7월 24 업데이트됨

*씨네21 : 2020.05.26 / 정인채 / 원문 아카이브

*씨네21의 공식 게재 글 링크 : [델리] 인도 극장가도 코로나19 영향… 배우 이르판 칸 별세

*게재 글에는 포함되지 못한 해설은 아래에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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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영화관도 잠시 쉼표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없는 인도를 상상한 적 없지만 그 낯선 현실과 마주한 요즘이다. 그러나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모습은 현실(많은 인구가 밀집한 곳일수록 빈민가로 의료 시설은 부족한데 인구 이동은 잦아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 긴장된 분위기에 인도 정부도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국경 봉쇄 등 3월 중순부터 완전 락다운을 실시했다. 필수적인 분야에 한해 이제야 조금씩 사회 활동의 기지개를 펼 조짐이다. 굵직한 기대작으로 한껏 고조되어가던 극장가도 문을 닫았다. <바기3>는 흥행(10억 루피 클럽)의 문턱에서 걸음을 멈췄고, 로히트 쉐티 감독 악샤이 쿠마르 주연의 액션극 <수르야반시>, 1983년 크리켓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란비르 싱, 디피카 파두콘 커플 주연의 <83>도 개봉이 연기되었다. 불가피하지만 삶의 즐거움을 잠시 미뤘고, 그 결과 인도는 잘 버텨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희귀암 판정을 받고 의연하게 병마와 싸우던 명배우 이르판 칸이 별세했다. 1967년 자이푸르 출생인 그는 델리에서 연기 수업을 받고 뭄바이로 건너가 배우의 길을 모색했다. 잠시 에어컨 수리공으로도 일했던 그는 90년대 TV 연기자로 점차 이름을 알렸고 <더 워리어(2001)>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발리우드와 할리우드를 넘나들었고, <슬럼독 밀리어네어>, <라이프 오브 파이> 등에 출연하며 세계 영화팬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특유의 깊고 강렬한 눈빛을 가진 그는 ’서인도의 얼굴’로 불렸다. 그리고 불과 하루 뒤, 대배우 리시 카푸르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디데이(2013)>에서 이르판 칸과 함께 했던 그 역시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었다. 란비르 카푸르의 아버지인 그는 이른바 ‘발리우드 카푸르 왕국’의 일원으로 스스로가 전설이다. 1952년생으로 이미 세 살의 나이에 아버지 영화의 카메오로 등장했고,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해 최근까지 수많은 영화에 배우와 연출가로 활약했다. 영화계의 큰 별이 졌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슬픔에 잠겼다. 여느 때의 인도라면 슬픔과 애환을 영화로 달랬을 것이다.





슬픔을 달랠 길이 전혀 없을 듯하지만 영화 없는 인도 역시 나름의 방식은 있다. 영화관 대신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물론, 오래된 고전 드라마가 재방 되며 차트를 역주행한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라마얀(1987)>, <마하바라트(1988)>다. 인도인의 사상적 토대가 된 2대 서사시 <라마야나>, <마하바라타>가 원작으로 80~100편 분량에 달하는 대하 사극이다. 비록 화면은 바래도 클라쓰는 변치 않는다는듯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애초 기록적인 시청률을 남긴 전설이지만, 재방 임에도 <라마얀>은 불과 네 편 만에 2억의 시청자를 다시 끌어모았다. 격리의 시간, 인도인들은 근본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삼는 셈이다. 바이블 같은 내용인 데다가 안방에서 모두가 즐기는 TV 방영의 파급력도 엄청나다. 한편 TV로 요가를 배우며 면역력을 키우는 것도 인도답다. 인도인들은 개인 수행에 능하고 요가는 사실 그 수행의 한 방법이니, 사회적 거리두기도 수행의 시간**으로 삼을 만하다. 아마 모두의 우려에도 인도가 버티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잘 버텨낼뿐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보다 굶주림이 두려운 서민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영화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상 복귀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신중하게 다음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다만 춤추는 영화관이 다시금 화려한 춤사위를 뽐낼 날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그때가 인도가 일상을 되찾은 모습일 것이다.

*그밖에 <다즐링 주식회사>,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쥬라기 월드>에 출연했다.

**인도인들의 이상적인 삶은 다음과 같다. 첫째 태어나 배우고, 둘째 가정을 이루고 가업을 이어 세속의 목표를 성취한 뒤, 셋째 가업을 물려주고 은퇴해 부부가 자아를 찾아 떠나며, 넷째 부부마저 헤어져 숲으로 들어가 수행하며 궁극의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이른바 인생 사 단계에 있다. 물론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의 삶에선 2단계에 머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인도 멀티플렉스 협회(MAI)는 제작 및 배급사에 그래도 극장 상영을 우선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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