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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마론, 슬픈 짐승

어쩌면 우린 모두 슬픈 짐승



여인이 프란츠에게 말합니다. “짐승들은 지옥에 가지 않아.”

생이 저물어갈 무렵, 한 노년의 여인이 옛 사랑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건 청춘의 빛나는 사랑도, 긴 세월을 거쳐 단단하고 성숙해진 사랑도 아닙니다. 그것은 중년에 이른 여인의 늦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그리고 불륜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렇게 여인 ‘나’는 생애의 막바지에 프란츠를 떠올립니다. 


프란츠는 여인이 인생을 통틀어 열렬히 사랑했던 마지막 남자입니다. 그는 떠났습니다. 돌아올게…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죠. 그나마 남은 건 기억이지만, 모든 것이 떠나고, 모든 것을 떠나보낸 여인에게 어떤 기억조차 희미합니다. 사실 그런 기억의 쇠락은 프란츠가 떠난 이후 여인이 의도한 바이기도 했습니다. 여인은 오랫동안 그 이야기의 끝을 기억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그녀는 오래도록 일어났던 일과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을 구분하기 어렵도록 스스로 혼동 시켰고, 그럼에도 그 끝이 너무나도 명확한 일이기에, 잊었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여인은 마지막으로 그 끝을 기억해내려 합니다. 아픈 기억을 잊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그 기억을 왜 이제야 꺼내는 걸까요? 


‘왜 하필 프란츠인가?’라는 의문부터 던질 수 있습니다. 물론 결혼에 실패해 이미 딸이 있는 중년의 여성이 뒤늦게 유부남을 만나 열렬한 사랑해 마지막 사랑으로 추억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여인과 프란츠란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에 주목하면, 더욱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소설은 통독 직후 베를린을 배경으로 합니다. 세계 대전과 냉전의 격변기를 거친 뒤 장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 일순간 베를린의 장벽이 허물어진 뒤에는 또 다시 급격한 변화 속에 몸살을 앓던 시대였죠.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 소설의 화자인 여인 ‘나’는 자신이 일하던 박물관에서 프란츠와 마주칩니다. 프란츠는 새로운 직장 동료로 통일 이후 박물을 찾아온 장벽 저편의 사람이었습니다. 갑작스런 통일, 그 후유증처럼 프란츠는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것인데, 여인은 동독, 프란츠는 서독… 그렇게 프란츠는 갑자기 여인의 인생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가 결혼 생활을 포기하거나 아내를 버리진 않는데, 프란츠에 대한 여인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집착도 심해집니다. 그 사랑 또한 일종의 과도기 속에 갇혀버린 것이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기이했던 그 시대와 포개어보면 메시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대를 차지하거나 아니면 죽는 것”이란 표현처럼 절절한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기이한 시대를 관통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곧이곧대로 사랑 아니면 죽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그 상실과 집착은 더욱 뿌리 깊은 어딘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봅니다.


짧은 분량에도 상당히 긴 호흡이 필요한 소설이었습니다. 내면의 묘사와 섬세한 필체는 돋보이지만 유독 더디게 읽혔습니다. 그럼에도 끝내 손에서 내려놓긴 어려운 건, 이 소설의 이면에 곱씹어볼 만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941년 태어난 작가 모니카 마론은 베를린에서 태어나 양아버지(카를 마론, 동독 내무부 장관)를 따라 동독으로 이주했습니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성장하며 작가로 활동하던 그녀는 88년 서독으로 이주해 통일 될 때까지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독일인 개인과 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변화를 일으킨 통독 직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합니다. 작가는 이전까지 동독에 대한 비판적인 소설을 쓰다가 <슬픈 짐승>을 통해 가려져 있던 사랑과 열정에 관한 주제를 다루며 작품의 전환기를 마련하며 통일 독일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009년 독일 국가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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