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센티멘탈 인디아 ③] 인도 음식 찾기

2019년 11월 26일 업데이트됨


#델리의 길거리 음식점 / 정인채

인도 음식을 즐기는 편이다. 여행하며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메뉴 첫 줄을 차지하는 건 역시 탈리다. 탈리는 인도식 백반 정식이다. 쟁반에 이런저런 인도 음식을 담은 ‘이모! 쟁반 모듬이요’ 같은 것이니 추가하는 만큼 푸짐하다. 저렴한 가격에 알찬 구성이니 기본적으로 여러 종류의 커리, 달, 고비 등에 밥, 짜파티, 난, 로띠 등 전병을 찍어 먹고, 뿌리나 도사가 별미로 곁들여지기도 한다. 가령 도사는 남인도식인데, 지역별 음식의 풍미도 달라 펀자비 레스토랑, 남인도식 전문점처럼 지역풍 레스토랑도 따로 찾아볼 만하다. 꼭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시장 통의 작은 가게나 국도변의 휴게소의 레스토랑의 탈리는 탈리답다. 인도식 패스트푸드점이라면 햄버거 대신 탈리 세트를 맛볼 수 있다.

#뿌리를 곁들인 탈리 / 남인도식 레스토랑에서 / 정인채

다만 포만감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인도 음식이 원체 그러한지, 고단한 여행 때문인지… 여행자의 주린 배는 먹어도 먹어도 고팠다. 아무래도 인도식은 빵과 야채, 튀김류가 많고 쌀도 안남미라 식감을 느끼기 전에 입 안에서 녹아 버린다. 때때로 육질이 그리워지고, 칙칙 삼겹살을 구워 먹던 소중한 추억에 눈물 대신 흘린 침을 삼켰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굳이 구하자면 못 구할 바는 아니었다. 종교와 식문화의 특성상 일반적이지 않고, 유통이나 위생 상태도 의문스럽지만 한식점에서 맛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얇고 텁텁한 버펄로 고기는 결코 뇌가 기억한 맛에 미치지 못했다. 인도에서 육류라면 대신 닭이나 양고기가 흔했다. 다만 인도식에선 나름의 위력을 발휘하는 양고기도 자주 즐기기엔 아무래도 비린 편이다. 패스트푸드점이 인도에 들어와 처음엔 대체품으로 양고기 버거를 내놓았지만 지금은 올라운드 메뉴인 닭고기가 일반적인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때문에 체력을 보충하려면 주로 닭고기에 의존했다. 역시 치킨이 답이다. 주로 인도식 양념 치킨인 탄두리 치킨을 곁들이는데 탄두리란 화덕에 구운 음식으로 양념에 버무려 화로 구워낸 탄두리 치킨은 간이 입에 맞고 간에 기별도 갔다. 부지런하면 백숙도 해먹을 수 있지만 정육점의 유통 과정은 굳이 보지 않길 권한다. 깨끗한 마트에서 이미 다듬은 재료를 찾는 것이 요령이다. 맛 좋은 음식이라도 주방을 보지 않고, 진미는 눈 감고 즐긴다고 했던가.

#도사 / 첸나이의 음식점에서 / 정인채

탄두리 치킨을 보면 한국의 치킨도 통할 듯했다. 문제는 양질의 재료 조달과 가격일 것이다. 여느 음식점의 탄두리 치킨 값도 서민적이진 못하므로 누구를 대상으로 한국 치킨의 맛을 보여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상위 계층은 채식을 즐긴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할 듯하다. 마찬가지로 종교 식문화 상 육류보단 채식을 선호한다. 그래도 날 것보다 튀김을 선호하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게다가 인도의 중상류층 젊은이들은 새로운 것에 호의적이니 지금의 일부와 미래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혹시 치맥이 그립다면 탄두리 치맥도 못지않은 맛이었다. 다만 어떤 지역과 지역 음식의 레스토랑의 경우 반주를 곁들일 수 없는 곳이 있음은 미리 알아두어야 했다. 드라이 데이라고 하여 금주의 날도 정해져 있다. 긴 여정의 피로를 한 잔의 술로 달래려는 사람들은 이에 따라 들어갈 레스토랑을 고르고, 그런 지역을 여행할 때는 미리 준비해 가면 된다. 인도는 주류 판매점(와인 앤 비어 샵)이 따로 있다. 그리 자주 갈만한 곳은 아니다. 인도에서 술꾼은 그리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고, 외국인만 보면 바가지를 쓰려하는 장사꾼들이 있다. 어떻게 매번 같은 술 가격이 바뀌는지 모른다.

#하리드와르 길거리의 상점 / 정인채

주식을 맛보았다면, 길거리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망고, 코코넛 등 각종 과일과 과일 음료는 물론 후식이나 군것질 거리로 사모사, 잘레비, 빠니푸리, 알루 촙 티키, 카주 카틀리, 벨 푸리 등이 눈길을 끈다. 이들 음식은 시장 거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고, 지친 여행자에게 생명수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는 후식으로 바나나 라씨를 즐겨 마셨다. 음료로는 레몬 음료가 인도의 무더위를 날 좋은 방법이고, 인도식 밀크 티인 짜이와 남인도의 훌륭한 커피도 반드시 맛봐야 할 선택지 안에 포함된다. 더운 기후에 주식도 배가 잘 꺼지는 까닭인지 후식이나 길거리 음식은 기름지고 단 음식이 많다. 짜이나 커피도 환경에 특화되었다. 다만 길거리 음식은 맛은 좋아도 물갈이와 배탈이 나지 않도록 가려서 취할 필요가 있다.

#사모사 / 길거리 음식 / 정인채

긴 여행길에선 밥심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델리는 천국이었다. 어딘가 중국집이 있다는 소문에 만사를 제치고 찾아다녔고, 티베트 인들의 망명촌인 마주누까틸라(Majnu-ka-tilla)는 오아시스의 동의어로 기억하게 되었다. 한국 음식점이나 상점도 있고, 외국인이 모여 사는 지역엔 각국의 다채로운 음식점도 있었다. 값싸고 양 많은 중국식 볶음면과 볶음밥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패스트푸드점도 다양하고 괜찮은 호텔이나 큰 규모의 몰(Mall)에는 장르를 불문하고 갈 만한 식당이 많았다. 지출의 완급 조절이 중요할 지경이었다. 아직 긴 여정을 앞두고 있었고, 잘 모르고 찾아가면 맛보다는 희소성이 존재 이유인 곳도 많았으니 검소해졌다.

그러나 지방으로 향할수록 선택의 폭은 줄어든다. 델리와 대도시에서 벗어나 여러 지방의 작은 도시에 이르자 돈이 있어도 들어갈 곳이 많지 않았다. 허기진 여행객이 되었다. 처음엔 가져간 비상식량으로 충당했지만, 애지중지하던 참치 캔과 소중한 고추장도 점차 바닥을 보였고, 알뜰함과 피로마저도 식후경, 뒷전으로 밀렸다. 여행이 길어지자 나는 무척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서 여정의 마지막은 휴양지인 고아로 정하게 되었다.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지였던 고아엔 없는 음식이 없다. 각종 수산물과 좀처럼 보기 드문 육식을 즐기며 그간 피로를 달랠 수 있었다. 인도라기보다는 인도에 있는 유럽의 휴양지 같은 장소다. 고아에서 일주일 머무르자 그간의 여독은 풀렸고, 여행을 그만 마치고 인도를 떠나고 싶던 마음도 사라졌다. 인도를 떠날 날이 다가오지만, 벌써부터 여행의 미련을 남겨두게 만들었다. 고아는 그런 반전이 가능한 곳이다. 계속 더 여행하고 싶고, 인도 음식도 다시 맛보고 싶다. 없으면 금방 그리워하니 사람이란 참 그렇다.

#길거리의 과일 상인 / 정인채

음식점을 찾는 도중에 어떤 사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자기네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거리의 모습을 담으려다가 그가 사진의 주인공이 되었다. 결국 그곳에 들어가 한 끼를 해결했다. 인도는 길거리 식당에 들어가면 사람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인도인들은 가지지도 못할 사진에 찍히기를 좋아한다. 그들과 사진 찍는 즐거움에 음식과 사람의 소중한 추억을 남기곤 했다. 아직 순수한 사람들이다. 평소 타인에게 무뚝뚝한 나 역시 웃음 지으며 그들을 대한다. 이젠 모두들 사진에 찍히길 꺼려하는 세상에서... 정과 인간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간혹 남을 속일 때조차 때 묻지 않았다고 표현하면 지나친 인도 예찬일까?

인도 여행을 떠올릴 때면 사진을 꺼내본다. 아름다운 풍경도 많지만, 특히 눈길이 멈추게 만드는 건 인도의 레스토랑, 사람과 음식이 어우러졌던 공간을 담은 사진들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팠지만, 인도 여행은 배부른 여행이었듯 어딘가처럼 맛집 순례를 다닌 것도 아닌데, 인도 음식은 순례와 같던 여행의 소중한 추억 속에 좋은 맛으로 남아있다. 그럴 땐 부랴부랴 가까운 인도 음식점을 찾아가 보기도 하지만, 인도에서의 음식에 대한 추억은 단지 미각이 아닌 때와 장소도 한몫 차지하기에 기억하는 만큼의 풍미를 되살리지 못한다.

#음식 #문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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