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영화를 훔친 악역 <둠3>

7월 25 업데이트됨


링크 : <씨네21> 게재 기사

*사진 : <둠3> 중에서


돌아온 <둠>시리즈는 더욱 강력했다.

2004년 첫 등장한 영화 <둠>은 2006년 속편 이후 발리우드 대표 액션 스릴러물로 자리잡았다. 특히 아비셱 바찬(딕시 역)과 우데이 초프라(알리 역)는 영화 <나쁜 녀석들>을 연상시키는 좌충우돌의 콤비를 선보이며 <둠>을 인도 버디캅 무비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최신작 <둠3>는 흥행이 보장된 프랜차이즈이자 오랜 기다림 끝의 속편임을 감안하더라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켰다. 개봉 열흘 만에 국내외 흥행기록을 새로 쓴 것은 물론, 영화 <세 얼간이>가 세운 종전 기록인 2,700만불의 해외수익을 돌파하며 총 8,500만불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전작을 능가하기 어려운 속편의 한계를 가뿐히 넘어선 <둠3>의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둠>시리즈의 특징은 편을 거듭할수록 강력해지는 캐스팅에 있다.

영화의 기본적인 플롯은 매 편 유사한데 영화 <종횡사해>를 방불케 하는 도둑이 등장하고 딕시와 알리 콤비가 뒤를 쫓는다. 검증된 버디캅 무비의 화려한 코믹 액션은 영화의 백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둠3>의 흥행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데 그 해답은 ‘상대역이 누구인가’에서 찾을 수 있다. 1편은 존 아브라함과 에샤 데올, 2편은 리틱 로샨과 아쉬와리아 라이가 등장한다. 화려해진 배우의 이름만큼 주목할 점은 상대역의 비중이다. 존 아브라함은 산제이 싱 등과 함께 갱을 이루어 역할을 분담했던 반면, 리틱 로샨은 중심적인 상대역할을 홀로 소화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존재감을 보였다. <둠3>는 아미르 칸(사히르/사마르 역)과 카트리나 카이프(알리야 역)가 등장하며 그 정점을 찍는다. 특히 <세 얼간이>로 잘 알려진 아미르 칸은 흥행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슈퍼스타이다. 발리우드를 선망하는 수많은 인도인들이 그를 나의 영웅이라며 칭송하고, 인도와는 앙숙인 파키스탄에서도 무슬림 성을 가진 그의 티켓 파워는 강력하다. 실제로 스릴러물로는 다소 아쉬웠던 전작들에 비해 그의 존재는 극의 무게를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둠3>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서커스 극장을 운영하던 가족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악화된 재정상태에서 은행의 외면으로 극장은 파산한다. 절박했던 아버지는 자살을 선택하고 아들인 사히르는 복수를 다짐한다. 수년 후 그는 아버지와 극장을 파멸로 이르게 했던 은행을 털기 시작하며 딕시와 알리가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1인 2역의 매력적인 도둑으로 분한 아미르 칸은 탄탄한 연기, 마술 같은 서커스 액션에 더해 기존의 발리우드를 능가한 특수효과를 등에 업으며 시종일관 스크린을 압도한다. 여심을 사로잡는 패션이라며 영화 속 그의 페도라까지 회자될 정도로 그 아우라는 독보적이다. 그 존재감 때문인지 권선징악적인 면이 희석된 것도 사실인데 <둠> 시리즈는 상대역이 누구인가가 곧 핵심이다. 반칙에 가까운 캐스팅으로 <둠3>의 사히르는 딕시와 알리를 능가한다.


주연보다 돋보이는 악역의 힘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그러한 악역에 매료된 나머지 영화관을 나서며 그와 같은 악당이 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얼굴 가득 하얀 분칠에 입술을 찢은 조커가 되고 싶었던 것처럼. 극중에서 아미르 칸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데 성공하지만 영화 속 악역들이 그러하듯 해피엔딩을 맞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능숙한 솜씨로 은행을 털 듯 아크로바틱하게 영화를 훔치고 엔딩 크레딧의 여운을 독차지한다. 히스 레저의 조커 이후 배트맨 시리즈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둠>시리즈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발리우드 #블록버스터 #둠 #인도영화 #아미르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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