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발리우드의 여전사, 금기의 넘어 <굴랍 갱>

7월 25 업데이트됨


링크 : <씨네21> 게재 기사

*사진 : <굴랍 갱> 포스터


지난 3월은 여성의 달이었다. 인도라는 나라에서 여성 인권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얼핏 보면 한국보다 앞서 여성 정치인이 국정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여길 수 있다. 아버지를 이어 철권통치를 했던 인드라 간디가 순백의 사리를 걸쳐 입고 연단에 올라 정통성을 역설했던 역사적 순간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오늘날 인도는 여성의 높아진 교육 수준과 더불어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도사리는데 지금도 조혼, 다우리의 악습과 학대와 흉악 범죄 등이 만연하다. 공식적으로는 폐지된 카스트가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와 같듯이 계급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한 여성의 인권은 아직 수면 아래 잠겨있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이목을 끌었다. 바로 액션 장르로는 이례적으로 여배우들이 주인공과 악역의 투톱을 이룬 영화 <굴랍 갱>이다.


인도 액션 영화라면 남자 주인공이 리드하고, 여배우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의미에서 <굴랍 갱>은 참신하고 대담하다. 또한 이처럼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를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도 없었다. 인도에서 영화의 문화적 영향력은 막대한데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경시되어 온 여성 인권에 대한 조명과 함께 발리우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었다. 인도 중부에 실존하는 굴라비 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분홍색(굴라비는 분홍색을 의미함) 사리를 입은 여전사 라조(마두리 딕시트 분)와 야욕의 여성 정치인 수미트라 데비(주히 차울라 분) 간의 대립을 그렸다. 자경단을 구성한 라조는 학대 여성들을 대신해 가해 남성들에게 복수하면서 명망을 얻게 된다. 반면 남성들 위에 군림한 수마트라는 정치적으로 라조와 대립각을 세운다. 사실 악역에 여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다소 의문이다. 영화는 억압하는 남성에게 투쟁하는 여성과 남성 위에 군림하는 여성이라는 모순된 여성상을 보여준다. 이는 모계사회의 상징성을 내포하지만 주인공과 악역 간의 극적 갈등이 희석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태권도를 배웠던 마두리는 46세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액션씬을 선보였는데 그녀는 살만 칸도 하는데 자신이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담을 펼쳤다. 메가폰을 잡은 사우미크 센은 과거 한 프로그램에서 ‘만약 액션 영화에서 여배우와 일한다면 어떻겠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영화에 관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여성을 액션 영화의 전면에 내세운 것이 발리우드에서는 유토피아적 발상에 가깝다고 피력했다.


*사진 : 실제 굴라비 갱의 모습


영화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라조의 모델이 된 삼파트 팔 데비가 사전 동의없이 자신과 단체를 영화화했다는 이유로 상영금지를 요구한 것이다. 삼파트가 창설한 굴라비 갱은 학대와 폭력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과 더불어 다우리와 조혼 반대 운동을 펼치는 여성 자경단으로 유명하다. 그녀 역시 12세의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이웃의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대항한 것을 계기로 1980년 이 단체를 설립했으며 현재 27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내용이 실제 굴라비 갱과는 무관하다는 제작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영이 허가되자 큰 타격을 입은 그녀는 개봉 당일 단체에서 퇴출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선거에 입후보하기도 했던 그녀는 영화 속 수미트라처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중시했다. 단체의 기부금을 남용하고 독재적인 리더십을 보였다고 하는데 현재 그녀는 설립자로서 퇴출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분홍색 사리의 여전사처럼 영화 또한 날개를 잃고 추락했다. 결국 인도사회와 발리우드에 던진 신선한 메시지는 논란, 외면과 흥행 참패라는 결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묵인된 사회적 금기를 넘어선 의미있는 도전이었음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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