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별에서 온 그대, <피케이>

7월 25 업데이트됨


링크 : <씨네21> 게재 기사

*영화 <피케이> 포스터


2014년 발리우드는 각종 신기록 수립으로 화제만발했던 예년에 비해 다소 조용했던 게 사실이다. 5년 만의 빅재밋거리인 총선이 열렸으니 그도 그럴만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발리우드는 탄탄한 저력을 보여주며 흥미로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흥행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화제가 된 영화 <퀸>과 더불어 <굴랍 갱>, <메리 콤> 등 그간 상대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여성 영화의 활약상은 무척 빛났다. 또한 하반기 개봉해 흥행 가뭄을 해소시킨 살만 칸의 <킥>과 샤룩 칸의 <해피 뉴 이어>는 과연 명불허전으로 이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였다. 역시 발리우드하면 샤룩 칸, 살만 칸, 아미르 칸의 3대 칸인데 최후의 보루이자 리베로인 그들의 묵직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둠3> 이후 지난 일 년간 아미르 칸이 잠잠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제 그가 활약할 차례가 돌아왔다. 12월 19일 개봉한 신작 <PK(피케이)>로 컴백한 그는 예고 홈런을 날리듯 연말연시 극장가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인도에서만 5,200여개 관에서 개봉해 첫날에만 2.5억루피(한화 약 43억)의 수익을 거두었는데 이는 역대 흥행 1위인 <둠3>에 이어 평일 개봉 수익 2위에 해당하며 큰 한 방을 기대하게 만든다.


<PK>는 배우 아미르 칸 뿐 아니라 그가 주연했던 걸작 <세 얼간이>로 유명한 라즈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최고의 감독과 배우의 재결합에 일찍부터 발리우드 영화팬들을 흥분케 했다. <PK>는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 겪는 모험을 다룬 감동적인 코미디 드라마다. 마치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데 그렇다고 도민준과 천송이의 로맨스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이 영화에서 아미르 칸은 <둠3>의 멋진 악역 캐릭터를 벗고 다시금 <세 얼간이>와 같은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감성 영웅으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좀 더 바보스럽고 순진무구한 외계인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선보이는데 과연 발리우드 배우 중 누구보다도 변화무쌍한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지구에 내려온 외계인 PK가 우주선 조종 장치를 도난당한 뒤 인도 라자스탄에 표류하면서 시작한다. 그는 그곳에서 지구인 친구를 만나 언어와 관습을 배우게 되고, 조종 장치가 사이비 구루의 손에 들어간 것을 알게 되면서 되찾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델리로 향한다. 구루는 그 장치를 히말라야에서 가져온 신물이라고 하며 신자들을 기만하는데 PK는 좌충우돌의 모험 속에 TV 리포터인 자구(아누시카 샤르마)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히고 조종 장치를 되찾기 위해 애쓴다. 요약컨데 지구에 낙오된 외계인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유쾌한 코미디인 셈이다.


그런데 <PK>는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관전 포인트를 담고 있다. 바로 인도 사회와 관습을 외계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설정이 그렇다. 인도의 민감한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고발해 화제를 모은 TV쇼 <샤뜨야메브 자야테(진실만이 승리한다)>를 제작 및 진행해 온 아미르 칸은 <PK>에서 언뜻 모자라 보이는 외계인으로 위장해 무심한 듯 날카롭게 인도 사회를 풍자한다. PK가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니고 여성의 손을 잡으면 언어가 습득된다는 설정, 외계인의 무지와 실수를 가장해 얼핏 들춰내는 경직된 사회 관습에 대한 묘사 그리고 온갖 종교를 자유롭게 헤짚고 다니며 엉터리 구루의 허물을 벗긴다는 내용까지 영화 속에서 유머로 승화된 수많은 장면들이 정색하고 보면 다루기에 매우 민감한 내용들이다. 특히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를 풍자하는 점은 발리우드 상업 영화에서 파격적인 시도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초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아미르 칸에 대한 두터운 신뢰는 외줄을 타듯 위태위태한 풍자의 위험성마저도 초월하는 모양새다. 조심스럽게 30억 루피의 흥행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미르 칸 밖에 없는 영화라는 일침도 가해졌다. 영화가 다소 지루하다거나 종교에 대한 시각과 담론에 있어 무슬림인 아미르칸의 한계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비난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종교관으로 인한 불편한 심기와도 무관하지 않은데 자칫 영화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바보스러움에서 감동으로 이어졌던 <세 얼간이>와는 달리 바보인 척 민감한 내용을 건드린 이 영화가 대중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 궁금해진다. 금기를 유머로 승화한 것이 신의 한 수라면 사회의 어두운 이면보다 화려함에 치중해 온 발리우드의 페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피케이

#인도영화 #아미르칸 #발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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