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환상 콤비의 귀환

7월 25 업데이트됨


링크 : <씨네21> 게재 기사

*사진 : <딜왈레> 중에서 샤룩과 까졸


2015년은 ‘살만 칸의 해’였다. 7월 개봉한 <카쉬미르의 소녀>에 이어 11월 개봉한 <프렘 라탄 단 파요>는 또 다시 발리우드를 접수하고 전세계 40억 루피를 거둬들였다.* 가족애를 다룬 <프렘 라탄 단 파요>는 왕자와 똑같은 생김새의 평민이 우연한 기회에 왕자의 대역을 맡는다는 내용인데, 인도판 <광해, 왕이 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다소 전래 동화같다. 왕위 계승을 앞둔 왕자 비자이(살만 칸)는 완고한 성격 탓에 이복 형제들과 갈등을 빚는데, 결국 왕위를 노린 이복 동생이 그의 암살을 기도하게 되고, 암살은 미수에 그치지만 비자이는 혼수 상태에 빠진다. 의식을 되찾기까지 그의 공백을 메워야 하던 중, 왕자와 똑같이 외모의 연극 배우 프렘 딜왈레(살만 칸)이 그 대역을 맡게 된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품성을 지닌 프렘은 서로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가족간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내용이지만 영화가 다소 지루하다는 평도 있는데 최근 살만 칸의 맹위로 흥행은 큰 탄력을 받을만 했다. <프렘 라탄 단 파요>는 <카쉬미르의 소녀>에 이은 연타석 홈런이었고, 내놓는 작품마다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니 살만 칸의 최근 기세는 거칠 게 없다. 게다가 <카쉬미르의 소녀>은 아미르 칸의 <PK>에 필적하는 작품성으로 높게 평가받는 분위기로 배우로서 살만 칸은 더할 나위 없이 큰 수확을 거둔 한 해**였다. 하지만 2015년이 살만 칸의 일방적인 독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연말을 조용하게 보낼 발리우드가 아니었다. 발리우드의 흥행 3요소는 스타 배우, 음악, 춤이다. 특히 배우의 힘이 큰데, 살만 칸에 대적할 수 있는 흥행 카드는 또 다른 메가톤 급 배우다. 그리고 12월, 샤룩 칸이 돌아왔다, 그것도 까졸과 함께. <딜왈레>는 이미 개봉 전부터 예매표가 매진되고 암표가 거래되는 등 진풍경을 연출하며 모두를 설레게 했다. 샤룩 칸은 발리우드의 제왕이고, 샤룩과 까졸은 당대 최고의 콤비다. 공교롭게도 <딜왈레>는 그 제목부터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1995년작 <용감한 자가 신부를 얻는다(딜왈레 둘하니아 레 자엥게)>를 연상시킨다.*** 이는 발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로 두 콤비의 히트작 중에서도 꼭 봐야할 명화로 꼽힌다. 이렇듯 신작 <딜왈레>는 둘의 ‘환상 케미’만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받을만 했다. 이 영화는 현대적인 발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으로 15년이란 시간에 걸친 라즈(샤룩 칸)와 미라(까졸)의 운명적 사랑을 그렸으며 액션, 코미디 그리고 멜로의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 회상 사이를 오가며 진행된다. 현재는 동생 비르와 함께 자동차 튜닝샵을 운영하지만, 라즈는 한때 갱단 두목의 양아들로 조직의 일을 도맡아 했던 냉혈한이다. 비르가 아직 어렸던 시절, 라즈는 미라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미라는 원수지간인 갱단 두목의 딸로 의도적으로 라즈에게 접근한 것이었고, 그 사실을 몰랐던 라즈는 배신당하고 만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결국 씻을 수 없는 원한만 남긴 채 헤어지고 만다.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동생 비르가 이시타(크리티 사논)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이시타는 바로 미라의 동생이고, 라즈와 미라는 거스를 수 없는 단 하나의 사랑과 원한 사이에서 다시 갈등한다. 이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 만큼이나 큰 스케일을 자랑하고 화려한 스턴트 액션 등 많은 볼거리를 담고 있다. 또한 비장함이 감돌면서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다. 환상 콤비의 흥행불패 신화는 계속되는 것이다.

한편 연말 ‘인도의 충무로’에는 의외의 복병도 있었다. <딜왈레>와 같은 날 개봉한 <바지라오 마스타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매우 뜨겁다. 두 영화에 대한 현장 분위기가 기사화 될 정도인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역사 멜로물이 <딜왈레>의 독주를 막은 것이다. <바지라오 마스타니>는 바지라오 장군과 그의 두번째 아내인 마스타니의 이야기다. 이미 <람-릴라>에서 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호흡을 맞췄던 란비르 싱과 디피카 파두콘이 각각 바지라오와 마스타니 역할을 맡아 다시 한번 비극적인 연인 관계를 열연했다. 바지라오는 전쟁 중 만난 마스타니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데, 이미 그에게는 첫 아내(프리얀카 초프라)가 있다. 그럼에도 마스타니를 진심으로 사랑한 바지라오는 그녀를 두번째 아내로 맞아들이고, 이는 바지라오와 두 아내 간의 삼각 관계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세력과의 갈등으로 번진다. <딜왈레>가 최근 발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바지라오 마스타니>는 비극적인 사랑을 매우 고전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 특히,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현대극보다 절제된 군무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디피카 파두콘의 인상적인 액션씬을 볼 수 있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 사극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인도의 고유한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데, 역사극으로는 리틱 로샨과 아이쉬와라 라이가 열연한 2008년작 <조다 악바르>에 필적한다. 애초 주연 배우들의 무게감은 <딜왈레>에 비해 덜했지만, 새로운 명콤비의 탄생을 보여줬다.


<딜왈레>는 <내 이름은 칸> 이후 5년만에 돌아온 추억의 환상 콤비를 앞세워 전세계적으로 흥행몰이(개봉 첫날 영국에서는 스타워즈 다음에 랭크됨) 중이지만, <바지라오 마스타니>도 그에 못지 않은 힘을 발휘하며 인도 극장가를 양분하고 있다. 관객들은 두 영화 모두에 열광하고 있는데 대개 하나의 대작이 극장가를 지배하던 것과 달리 두 작품이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박스 오피스 성적에서 <바지라오 마스타니>가 <딜왈레>를 위협하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딜왈레>의 내용이 다소 예측 가능하다면, <바지라오 마스타니>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심금을 울린다. 지금 발리우드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대작 간의 전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모두 큰 의미에서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만큼 연말연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참고 내용

*역대 흥행 성적<바즈란기 바이잔> 2위(63억 루피), <프렘 라탄 단 파요> 5위(40억 루피)

**배우 활동 외 공사다망했다. 2002년부터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스캔들 - 뺑소니 혐의 - 에서 자유로워졌는데 최근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증거 불충분)을 받았다.

***샤룩과 카졸의 호흡은 <용감한 자가 신부를 얻는다>와 같은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라즈(샤룩 칸 분)와 심란(카졸 분)의 가족은 모두 런던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이다. 심란의 아버지는 매우 보수적인 한편, 개방적인 집안에서 자란 라즈는 철없는 개구쟁이다. 아버지가 점지한 상대와의 결혼을 앞둔 심란은 어렵사리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 기차 여행을 떠나고, 마찬가지로 여행을 떠난 라즈와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둘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간의 연정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여행은 끝나고 심란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인도로 떠난다. 그대로 포기할 수 없는 라즈 역시 심란을 쫓아 인도로 향하고, 심란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어 온갖 기지를 발휘하게 되는데, 결국 용기있는 라즈가 심란을 차지한다는 내용이다. <딜왈레>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마침 <프렘 라탄 단 파요>에서 살만 칸의 극중 이름도 ‘딜왈레’인데 샤룩 칸과 까졸의 또 다른 명화 <꾸츠 꾸츠 호따 헤(1998년작)>에서 살만 칸은 까졸의 약혼자이자 샤룩의 연적으로 등장했으니 한 작품에서 동시에 만난 것은 아니지만 이들 사이의 또 다른 경쟁인 ‘흥행 삼각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인도영화 #발리우드 #샤룩칸 #카졸 #딜왈레 #발리우드로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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