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인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2019년 11월 26일 업데이트됨


치안 문제에서 여성 범죄가 언급되었지만, 사실 이는 근본적인 인도 여성의 인권문제와 관련 지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현대의 인도 여성은 교육과 참정권의 보장되어 표면적으로는 그 입지가 신장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인디라 간디의 경우 장기간 인도 수상직을 지냈고, 최근 정부의 요직에도 상당수의 여성 정치인이 포진한 것을 보면 인도의 여성 인권이 선진적이지 않냐는 의견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고대에는 인도도 여성이 동등한 지위를 누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원전 500년을 전후해 여성의 인권은 퇴보했다. 중세에 이르러 사띠(Sati)처럼 과부가 순장되는 풍습은 물론, 라지푸트의 역사에 나오듯 적의 침공에 앞서 여성의 자살을 택하는 조하르(Jauhar)와 같은 풍습도 만연했다. 어린 나이에 집안의 결정에 따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혼(早婚)해야 했고, 결혼 이후에는 다우리(Dowry, 결혼 지참금)의 문제로 학대를 받아야 했다.

현대에 이르러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참여가 본격화되며 그 권익이 많이 신장된 듯 보일 수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 가정 학대와 보복 살인은 물론, 결혼 후 의문사 혹은 실종 등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조혼 풍습의 경우, 법적으로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행하고, 다우리와 관련된 범죄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인도 여성이 결혼을 거부하거나 이혼을 요구할 경우 테러가 자행되고, 강간 등 성폭력과 명예 살인 등에도 노출되어 있다.


물론 인도 사회에서도 점진적인 인식의 변화는 감지된다. 남성들보다 능력있는 여직원, 자유롭게 의사를 표하며 사리 대신 청바지를 즐겨 입는 여성들은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인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 문제로 겪는 가족과의 갈등, 일 잘하는 여직원을 바라보는 남자 직원들의 차가운 시선, 여성의 옷차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시선 등을 보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뿌리 깊은 구습과 악습이 근시일 안에 도려내듯 사라질 수 없다. 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외부자의 입장에선 변화를 지켜보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인도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단히 크고 복잡한 나라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국의 자존심이 있다. 결코 우리가 그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親인도하기 어렵다. 비록 구습과 악습이지만 한때 풍습이었던 그들의 문화를 무작정 비난하고 변화를 재촉하기 보단 그 바탕이 되는 문화를 이해하며 더 알고 깊이 다가가려는 접근법이 중요하다. 흔히 변하지 않는 인도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시간이 좀 걸려도 변해야 할 건 변하는 곳이 인도다.

*라지푸트 :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힌두교 토후 세력


#인도 #여성 #생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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