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철저한 분업과 협업 사이

2019년 11월 26일 업데이트됨


인도의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계급은 현대 사회에 이르러 일의 직능 상 구분으로 연결되었다. 그 사람이 하는 일, 즉 맡은 바 업무와 책임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뉘는데 관리자냐 실무직이냐 일을 보조하는 입장이냐, 사무직이냐 생산직이냐 현장직이냐에 따라 구분되고, 생산직도 기술을 보유했느냐 아니냐 단순 노무직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경력에 따라 직급과 급여 수준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경계가 묘한 부분도 많다. 일개 청소부도 마당을 담당하냐, 실내를 담당하냐, 화장실을 담당하냐에 따라 다르고, 짐꾼도 자신들의 영역이 구분된다.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다. 가령, 급하다고 사무직에게 생산을 거들게 하거나, 생산직 근로자에게 공장에 들어오는 짐을 나르게 하는 것도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일 수 있다. 한국에선 일이 바쁘면 품앗이처럼 서로 일을 거드는 게 미덕이지만, 인도에서 ‘우리가 남이냐!’는 말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일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생산 관리자에게 직접 진두 진휘하라고 한 적이 있는데 현장에 나가더니 뒷짐만 지고 서 있는 것이었다. 진두는 안하고 정말 지휘만 했다. 한국인의 입장에선 답답한 나머지 직접 공구를 들고 나선다. 어떤 분들은 결국 한국 사람들이 일을 다한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들에게 맡기고 결과를 방관할 수 있다면 모를까 책임을 지는 입장에선 깊숙히 관여하게 되고, 그 모습을 본 인도 직원들도 건성이지만 따르게 된다. 인도의 한국 업체를 답사해보면 마치 야전 사령관처럼 앞장 서 일하는 분들도 많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금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차이를 이해해야한다. 서로 돕게 하려면, 충분한 설명과 설득 그리고 이유가 있어야하고, 그래야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자발적인 참여’에 한하여 걸맞는 ‘보수’를 지불하는 것이다. 직접 나서서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어떤 인도 업체를 보아도 관리자가 직접 나서는 경우는 없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는 있다. 일시적인 효과는 볼 수 있어도 부작용이 있다. 외국인이니까 예외적이지만, 직능으로 자신의 계층이 구분되는 인도에서 스스로 지위를 낮추었을 때의 상황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인도 #비즈니스 #카스트 #분업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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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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