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개에 관한 미담

2019년 11월 26일 업데이트됨


*사진 : 다이도 모리야마 (Daido Moriyama, 森山大道)의 작품 <개의 기억(犬の記憶)>

최근 인도 남부의 대도시 첸나이에서는 길거리 개 두 마리가 칼에 찔린 한 여성을 구했다고 한다. 범인은 피해자 여성의 전 직장 동료 인데, 자신의 성희롱을 신고해 직장에서 해고된 데에 앙갚음으로 범죄를 계획했다. 이 기특한 두 마리의 갱스터*는 범행을 막았음은 물론, 경찰에 따르면 ‘보복 공격’을 가해 피의자를 검거하는데 일조했다.

에디터의 눈 : 개의 기억(犬の記憶)


이 짧은 소식을 들었다면, 혹자는 인도의 여성 인권과 성범죄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혹자는 역시 인간의 친구라며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윙크를 보낼지도 모른다. 한편 나는 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인도의 개를 떠올리면 일본의 사진가 다이도 모리야마 (Daido Moriyama, 森山大道)의 작품 <개의 기억

(犬の記憶)>이 생각난다. 인도의 개들은… 낮과 밤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생물체였다.

낮엔 주로 잠을 청했다. 그들은 피부병으로 털이 듬성한 몸을 이끌고 굶주림에 지쳐 비실거리다가 아무 길가에 벌렁 드러누워 생의 미련을 버린 듯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 만물이 오가는 델리 찬드니 쵸크의 시장통에서 그랬고, 과거 왕의 여인들이 고개를 내밀었을 자이푸르 핑크 시티의 바람의 궁전 뒤편의 허물어진 담벼락 아래서 그랬으며, 최남단의 깐야꾸마리의 해변에서도 그랬다. (인간) 너희들은 짖어라 나는 잔다는 듯 홀로 초연했다.


하지만 밤에는 달랐다. 선선한 공기 속에 무리를 이루어 어두컴컴한 골목을 달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배가 고파서 미쳤는지, 낮에 너무 잠을 많이 잔 까닭인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풍경이었다. 늦은 밤 카주라호에 도착했던 나는 인기척 없는 골목에서 뗴를 지어 짖으며 몰려드는 개들을 피해 황급히 몸을 숨겼다. 참으로 겁 많던 스무 살, 등 뒤로 식은 땀방울이 오롯이 느껴졌다.


바라나시의 풍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기억한다. 한쪽에서는 기도를 하고 멱을 감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시체를 태운 연기가 환생의 연줄이 되어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강 건너 기슭에는 까마귀와 개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그것들은, 이승에 남기고 간 사자의 육체, 타지 않고 떠내려간 사람의 몸뚱아리를 취하고 있었다. 인도의 개를 멀리한 까닭은 게으름이나 피부병 그리고 광견병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자의 망령이 옮을까봐 나는 그 물욕 넘치는 것들을 피했다.


*사진 출처 : BBC


그러므로 두 마리에 개가 칼에 찔린 여성을 구했다는 말을 곧이 듣기가 어려웠다. 피에 굶주리진 않았을까, 배고픔에 미친 것에 또 미쳐버린 것은 아닐까 잔인한 의심을 했다. 어린 시절 동물과 함께 한 나 역시 나와 ‘동급의 정신’을 가진 친구로 여기지만, 인도의 개만큼은 달랐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좁은 편견이라면, 이 사건은 엄청난 미담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인도는커녕 인도의 개들도 다 모르면서 막말을 했다는 반성을 해야 한다. 섬뜩하지만 그들도 인간의 친구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편 최근 인도의 뉴스는 너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식만 전한다. 세상이 그렇듯 인도 뉴스의 사회면은 혼란 그 자체지만, 미담 또한 적지 않다. 인도가 풀어나가야 할 구습과 악습, 사회 문제가 있을지언정 이어가야할 가치 있는 전통이 있고 그 나름의 개선과 변화의 방향이 있는데, 그저 다른 것 특이한 일면을 꼬집어 일방적으로 희화되거나 질타를 받으며 한때 배낭여행의 천국으로 불리던 인도는 몹쓸 곳 취급을 받고 있다. 일찍이 영혼의 도시로만 ‘낙인’이 찍힌 관계로 충격은 배가된다.


그런 면에서는 인도의 자국 언론부터 각성해야할 일이다. 눈이 멀어 흥미 위주의 사건사고로 도배하는 일은 줄여야한다. 그 기사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번역해 술자리의 안주거리로 삼는다는 것도 알아야한다. 환상에 머물게 하고 거짓으로 미화해선 결코 안 되겠으나, 균형감이 있어야한다. 악담 이상으로 미담도 존재하는 곳이란 점을… 남이 알아주길 바라지 않고 인도에 관해 더 자세히 알려주려는 의무도 다해야할 것이다.

두 마리의 갱스터처럼.


*Street Dog의 의미로는 갱스터, 범죄자, 마약 상인 등도 있다.


#인도개 #인도동물 #인도방랑견 #인도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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