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부르카 속의 립스틱> 부르카 속의 그대는 누구?

7월 25 업데이트됨


링크 : <씨네 21> 게재 기사

*사진 : 영화 <부르카 속의 립스틱> 중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립 기념일이 있는 8월, 인도에서도 굵직굵직한 영화들이 차례로 선을 보인다. 샤룩 칸, 아누시카 샤르마 주연의 로맨스 드라마 <해리가 세잘을 만났을 때>부터 공교롭게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화장실과 소재가 맞물린 악샤이 쿠마르 주연의 <토일렛>, 그리고 때를 맞추어 독립과분할의 역사를 다룬 시대극 <파티션 : 1947> 까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규모와 개봉 시기, 인도 영화의 흥행 공식을 뛰어넘어 주목해야할 작품이 있다. 바로 올해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부르카 속의 립스틱>이 그 주인공이다. 인도 영화로는 상당히 수위가 높아 올해 1월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며 개봉이 불발 되었고 검열 논란까지 낳았다가 마침내 인도에서도 그 선을 보였다.


영화는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쓴 부르카를 벗어던지고 싶은 가수지망의 대학생, 좁은 동네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 야반도주하고 싶은 미용사, 세 자녀를 둔 아내에서 스스로 직장인으로 나선 전업 주부, 억눌린 성욕을 발산하는 쉰 다섯의 미망인까지 나이, 직업, 종교가 다른 사인 사색의 여성을 통해 문화적 관습과 틀에 얽매여 온 여성들이 사회가 정한 여성상이 아닌, 스스로 바라는 바에 따라 저항을 극복하고 변화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감독 스스로 각본을 쓴 작가주의적 영화 답게 겉은 자극적이지만 이면에 다루고자 하는 것은 자유로운 성적 욕망의 분출이 아니다. 부르카를 걷어야 비로소 누군지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자극성과 곁 들여진 위트와 해학은보수적인 사회에서 이 영화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쓴 부르카나 다름없다. 그런 면에선 과도기의 소극성도 엿보인다. 제목에 언급된 부르카는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다수교인 힌두교의 의상이 아니란 점에선 절묘하다. 악인이나 논란의 인물, 관습,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항상 힌두교가 아닌 타 종교로 설정하는 것은 인도 영화에서 흔한 방식이다. 혹여 있을 지 모를 다수의 불만을 피해가는 요령이다.

심의 위원회는 여성의 일탈과 판타지라고 치부 했지만, 영화는 인도 여성들이 교감할 내용이 많다는 평이다. 극장도 일종의 부르카 속 공간이다. 어두운극장 속 익명의 누군가가 변화가 더딘 불합리한 사회를 향해 무언가를 외칠 수 있는 영화다. 물론 인도에서 영화란 여러 세대에 걸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유흥이라 낯 뜨겁게 여길 관객들이 많이 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비슷한 시기에 <덩케르크> 같은 외화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당장의 흥행이라면 이 작품을 능가할 영화는 많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이 영화의 성공을 기대했다면, (비록 인도 영화지만) 인도에서 이 영화가 개봉한 그 자체만으로도이미 성공이다. 언제나 사회 변화의 첨병에 서는 건 문화가 아닐까? 인도에서 그 역할을 할 문화 콘텐츠는 영화다. 흔히 인도는 변화가 느리다고 한다. 아마 인도 사회는 이렇듯 문화를 통해 서서히 하지만 단단하게 변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는 세계 문명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다. 언뜻 들려오는 천인공노 할 소식에 분노를 표출하고 거침없이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비하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화는 한꺼번에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는다. <부르카 속의 립스틱>처럼 인도인들이 문화를 통해 보여주는 점진적 변화의 신호를 감지하고 지지하며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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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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