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대국의 거짓말] 오늘은 인도

2019년 11월 26일 업데이트됨


*사진 출처 : The Indian Express


인도가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의 공든 탑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상황에서 좋게 볼 일은 아니지만 중국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인도다. 물론 인도만 바라본 이들에겐 다소 새삼스럽긴 하다. 인도는 인도, 중국은 중국이다. 우리가 목표로 삼고 추구해야할 길, 즉 가는 길에 있는 두 지점일 뿐 길은 곧 갈라져 이리저리 험난하게 굽이친다고 할 수 있다. 애초 어느 곳도 호락호락한 곳은 없었다. 갈 곳을 택할 순 있어도 공항의 '웰컴 보드' 외에는 두 팔 벌여 반기는 이 또한 드물다. 중국이 이러하니 다음은 인도다? 아니다. 새로운 연인을 만난다고 해서 과거의 연애 전략이 유효할 순 없다. 중국과 인도를 유별하지 못하면 더 먼 길만 돌아가게 될것이다. 혹 반도이폐(半途而廢)하거나...


일찍이 중국과 인도를 각기 별개로 동시에 추구 해두었으면 좋았을 일이다. 리소스의 한계든, 단기 성과 위주든, 장기적인 비전 부재든 오늘날을 대비하며 미리 양수겸장할 수 없었던 건, 내일은 인도라고 외치고 실제로는 움직이지 못한 탓이 크다. 지나치게 가깝고 친숙한 중국이 곁에 둔 까닭도 없지 않다. 바로 길 건너에 대형 마트가 있는데 누가 더 옆 동네의 전통 시장까지 갈까? 더욱 앞을 내다보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으나 대개의 경우 인도 보다 중국이 위화감이 적은 선택지였다. 무엇보다도 유사 문화권이다. 역사, 문화는 주류든 지류든 깊게 얽혀 있고, 생각과 취향 등에 유사성을 띄는 건 당연하다. 언어 문제 또한 한자 문화권이라 큰 틀에서 합을 이뤘다. 실상 중국은 중국어만 써야 하고, 인도야말로 영어를 공용어 및 비즈니스 언어로 쓰지만, 그정도 간극은 초창기 소수 민족인 조선족이 좁혀준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 성장은 매우 빨랐고, 친 기업적인 중국 정부의 의지 또한 컸다. 일본보다는 한국 기업에 호의적이며 중국 시장에 유치하고 참여 시키려는 움직임 또한 그랬다.

반면, 인도는 좀 더뎠다. 기억하기로는 대략 5년에 한번 꼴로 내일은 인도라는 말이 나왔지만, 그 말을 몸소 실천한 경우는 많지 않다. 기업 진출이나 현지 환경은 척박하고 특별히 협조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도의 미래를 보고 투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있는 반면, 대개 중국에 집중하며 인도는 일단 관망하는 마음이 있었다. 아직 다양한 분야에서 진출을 도모하기 어려운 현실적 장벽도 존재했다. 여러모로 문을 두드려 보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분야도 많았다. 필자 역시 그런 현실적 장벽에 여러번 인도행이 도전하고 좌절 했다가 다시 도전 해왔으며 때론 당장의 성과를 위해 중국을 먼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상황은 급변했다.

결과적으로 비슷하고 가깝다고 더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시장에 발을 담기 위한 세계의 경쟁은 치열했다. 성공 이전에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 잠시 인도에서 눈을 거두고 중국의 산업 지대를 헤매던 내게도 그 기억은 오롯이 남아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패퇴하고, 갈수록 좁아지는 기회의 문에 좌절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 유사성이 많을 뿐 한국은 한국, 인도는 인도, 중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중국을 위한 큰 그림에 우리를 동참 시켰을 뿐이다. 짧은 시간 내에 고속 성장을 이룬 중국은 이제 한국을 밀쳐내고 있다. 아직 근소한 차이는 있지만, 이미 중국도 우리의 시장이 아닌 경쟁 상대다. 비즈니스만 보아도 이제 납품 계약이나 입찰 비즈니스에서 우리가 중국 업체와 비교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힘들게 추구해온 중국이 반토막이 날 때까지 그곳에서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그보다 멀게 보였던 인도나 중국이나 어느 곳을 택하든 모두 혈을 내뱉어야했던 건 같았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는 인도를 포함해 중국에 대한 의존을 탈피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미리 궁리 했어야 한다는 때늦은 푸념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옛 사랑에 대한 미련도 부질없고, 좌절과 푸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사실 너무 급속한 판세 변화가 놀랄 뿐 중국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이미 존재해왔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외치며 세계의 중심이자 리더가 되고 싶은 중국이 보여주는 '대국의 거짓말' 같은 일이지만, 이미 현실이 된 거짓말은 거짓이라 할 수 없다. 중국은 그들의 수퍼 엘리트들의 거대한 구상에 따라 중국인의 중국 만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길을 가고 있다. 어떤 세세한 부분은 상황에 맞게 대처 하더라도 실상 나침반이 가리키는 큰 방향은 같다. 정치, 경제 어떤 문제든 중국은 중국 중심으로 중국 만을 위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자문해봐야할 것은 '그래서 우린 우리를 위해 어떤 길을 갈 것이냐'는 문제다. 그리고 지금 가는 그 길엔 분명 인도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중국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린 진정 인도를 바라봐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인도는 여전히 낯선 땅이고 여전한 기회의 땅이지만,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긴장해야할 순간이다. 중국은 중국이었고, 인도는 인도다. 이제 우리는 적어도 인도와 중국을 두고 더이상 갈등할 여지는 없다. 더이상 내일이 아닌 오늘이 바로 인도다.

인도든 중국이든 우리의 입장과 달리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할 곳이다. 그만큼 두 국가의 차이는 크다. 인도의 정치 형태는 내각 책임제로 규모에 있어서 미국에 버금갈 만큼 대규모의 선거(총선)가 열리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반면, 중국은 구색을 갖추었을 뿐, 공산당 원탑의 사회주의 국가다. 독립 이전까지 사실상 여러 군소 왕국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었던 인도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로 나뉜 지방 분권이 실현된 반면, 중국은 공산당과 중앙 정부가 국가 계획 설계와 정책을 주도하는 국가다. 따라서 중국은 정부 주도로 빠르고 강하게 정책을 밀고 나갈 힘이 있었던 것과 비교해 인도는 매사 정반합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느리게 점진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두 국가 모두 인구가 많고 인종이 다양하다고 하나 중국은 한족 중심으로 특정 종교 대신 신 유교주의를 내세우거나 민족주의를 통해 사회적 분열을 제어하며 국가의 중심을 잡는 데 반하여, 인도는 인종, 종교에 더해 과거 계급의 그림자를 모두 지우지 못했다. 주로 공산당원이 중국의 초 엘리트라면, 인도는 과거의 군소 왕국의 후손이 경제적 영향력을 유지하는가 하면 집안의 유산으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부터 그러했듯 사제 계급은 사제 계급, 정치 무사 계급은 정치 무사 계급, 상인 집안의 후손은 곧 상인 집안의 유산을 이어가 패밀리 비즈니스의 문화가 중심을 이룬다. 요컨대 보다 복잡다단한 사회 논리로 움직이는 곳이다. 즉, 인도로 간다는 건 그 국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는 솔직한 곳이다. 인도의 장점이라면 외부 환경적 변화로 중국과 같은 급작스러운 위기는 없으리란 점이다. 급행 열차를 탄 중국은 빠른 만큼 숨은 상처를 급히 봉합하고, 언젠가는 대두될 지 모를 문제를 안고 간다. 그것의 한 형태가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98년부터 인도와 중국을 접해 2002년부터 양국을 오가기 시작했다. 사실 두 나라를 동시에 논하는 것은 하루에 힌디어 문법과 중국어 강독 시험을 연달아 치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실제 경험한 일인데, 그날은 하필 필수 교양인 영어 시험까지 겹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언어가 바꿀 때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책상에 머리를 두드렸다. 어떻게든 그날은 그날대로 지나갔지만, 그다지 명석하지 않은 두뇌와 정신으로 어려웠다. 하물며 언어는 그 나라를 알아가는 기초일 뿐이다. 그때부터 내 깨달음은 인도는 인도, 중국은 중국이다.

인도도 러브콜을 반기며 마다할 리 없다. 다만 특별히 목을 맬 리 없다는 점도 이해해야한다. 서로 무엇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두 팔 벌려 환영하진 않을 것이며 우리가 줄 것이 없으면 그들도 내놓을 것이 없을 것이다. 한편, 우리가 허무한 마음으로 중국을 떠나고 어렵게 인도로 방향을 트는 동안 소원해 질 중국과의 관계도 쉽게 다루면 안된다. 항상 중국 비즈니스하면 '꽌시(중국 특유의 연줄, 인맥을 의미)'가 빠지지 않고 언급되어 왔는데, 우리가 지금 그들이 말하는 '꽌시'에 부합하지 못했다면 당장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세로 한번 관계가 소원해지면 관계를 회복하기가 꽤 어려울 것이다.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앞으로도 우리를 외면할 수 있다. 길거리 좌판에서 물건을 사는데 비싸다며 옆 자리의 좌판을 기웃거리다가 되돌아 오면 중국 상인은 너에겐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말한다. 중국에 대한 의존은 줄일지언정 오히려 지금 이면의 '꽌시'를 되쌓아나갈 순간이다. 주식이 폭락 했을 때 움직이는 투자가와 같다. 인도는 인도, 중국은 중국이지만 우리는 이 악재 속에 그리고 이 기회에 우리를 위한 길을 준비해야한다.

어제는 중국, 오늘은 인도일 뿐이다. 이제껏 부족했던 인도에 관한 화두를 과감히 꺼내 되 앞으로는 중국 대신 인도, 인도 대신 중국이란 모호한 표현을 너머 두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각기 다채롭고 깊은 화두로 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도 #중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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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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