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에디터

[네 번째 재판] 살인하지 않은 살인자들

#네번째재판 #넷플릭스 #살인하지않은살인자들 #다큐멘터리 #시리즈 #리뷰 #숀 #엘리스


경찰이 살해되고, 범인으로 19세의 흑인 청년이 지목됩니다.

청년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곧 그를 가리키는 목격자에 이어 명백한 증거까지 나오죠.

세 번의 재판 끝에 결국 유죄 판결, 종신형이 내려집니다.

캅 킬러! 담당 수사관의 말처럼 의심할 여지 없이 딱 떨어지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 달리 의문스런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해 점차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진실의 저울은 크게 휘청입니다.


일찍이 배심원들이 좀처럼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재판이었습니다.

유죄를 확신하지 못한 대다수가 무죄를 주장했으나 만장일치를 보지 못해 판결이 미뤄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모두가 유죄로 만장일치하기에 이릅니다.

배심을 포기한 첫 재판의 배심원단 가운데 한 명은 판결이 뒤집힌 마지막 배심원단 중에 자신의 지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만나자마자 의문을 표하죠.

"왜 그가 유죄라고 판단했죠? (라떼는) 그가 유죄라는 확신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는데..."

그러자 그 지인이 반문합니다.

"그럼, 무죄라는 확신은 어디에 있죠?"


그렇게 유죄 판결이 나버린 뒤 긴 세월이 흐릅니다.

하지만 청년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죠.

마침내 진실이 드러나고, 재판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결과 함께 20여 년 만에야 재심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미 중년의 남성이 된) 청년은 비로소 자유를 되찾게 될 기회를 얻습니다.

다큐멘터리 <네 번째 재판>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도 영화 <재심> 등이 있지만,

동류의 <살인자 만들기> 이후 이런 종류의 다큐는 은근히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됩니다.

공권력의 무능과 부패 혹은 다른 이유의 조작 등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랬나? 하며 무심히 지나간 일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애초 심각한 오류가 없던 사건은 다루지 않으므로 그만큼 화제성이 있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지더라도) 모든 작품에 주목하진 못합니다.

심지어 <살인자 만들기>도 두 번째 시리즈에선 집중하기가 어려웠죠.

그에 비해 <네 번째 재판>은 지치지 않고 집중하여 보았습니다.

이유는 아무래도 역시 주목할 만한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이 불완전한 형사 사법 제도의 희생양을 주로 다루는 건 매한가지지만,

저변엔 인종 간 갈등 문제가 잠재해 있고,

또 한편으론 독립 후 아일랜드계 백인들이 실권을 잡아온 보스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별 관계없는 추측일 뿐이지만)

문득 예전에 제가 보스턴에서 느낀 다소 유난스러운 분위기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왜 무키 베츠가 미련 없이 보스턴을 떠나 다저스로 갈 수 있는가를 상상해보기도 했는데,

아무튼 그런 면이 이 다큐가 <살인자 만들기>와 다른 점이었단 생각을 해봅니다.



어릴 적 어디선가 존 멀리건 형사의 순직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명예로운 경찰이 살해되고 죽음을 애도하며 잔혹한 범인에 두려움을 느꼈죠.

또한 이후 이 형사의 실체를 다룬 기사를 본 기억도 납니다.

그땐 둘 간의 인과 관계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다큐를 통해,

과거 제가 순간순간 단호하게 내린 판결(?) 가운데 무언가도 오류가 생겨 훗날 후회하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게 됩니다.



물론 직접 그 오류에 관여한 사람이 아닌 한,

그때 당시 제시된 부족한 판단 근거로 제대로 된 진실을 가려내지 못한 것까지 스스로 자책할 순 없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의 믿음을 과신하지 마라? 마구 확신의 방점을 찍기에 오늘의 판단에 대해 좀 더 겸손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러니까, 누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며 호언장담하지 말라는 얘기^^

그나마 혹 늦더라도 오판을 인정할 줄 안다면, 최악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인정하기 전까지는 의혹이지만, 인정하는 순간 죄가 되어 책임져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처음엔 저도 아리송했습니다.

결국 진범이어야만 하는 것 아닌가... 믿어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밤을 새우면서 보았습니다. 주말을 범죄 은폐 다큐멘터리와 함께!

흥미진진하지만, 때론 한 사람의 인생을 흥미로 본다고 표현하기엔 어폐가 있네요.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