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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오브 에이지] 그를 형님이라 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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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항상 반복되는 표정, 비슷한 몸짓. 멋질 땐 이렇게, 고뇌할 땐 저렇게, 화면 넘어 우릴 바라볼 땐 입가에 미소를 띠고 그렇게.

마치 콜라 자판기에서 빼낸 것 같은, 뻔하고 획일적인 연기를 보노라면, 가끔 잊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아 맞다, 이 형님 그런 사람 아니지."



필모그래피가 길어 순서대로 정리하기도 귀찮을 정도입니다.

<탑건>으로 멋짐이 폭발해버린 이후 <레인 맨>, <7월 4일생>, <어 퓨 굿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제리 맥과이어>, <아이즈 와이드 셧> 등 주옥같은 작품부터 개인적으로는 <칵테일>, <폭풍의 질주>, <바닐라 스카이>등도 즐겨 보았죠. 적당히 가벼운 것이 역시 형님의 매력이긴 해요. 그 밖에도 출연한 영화가 많지만, 아무튼 믿고 보는 배우, 흥행 보증 수표입니다. 그래서 때론 그 표정 연기에서 깃털처럼 가벼움을 느껴도 우습게 볼 수 없죠. 실은 그만큼 일정한 품질로 유통기한이 긴 연기를 펼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테니까요. 어쩌면 너무 친숙해져서 식상한 기분이 드는 걸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건, 이제 육십에 가까워지는데 여전히 꾸준하게 연기하는 평생 배우입니다. 어쩐지 요즘은 사이언톨로지 운영 자금을 대주는 느낌도 좀 들지만 말이죠.



오히려 문제라면, 길게 이어지는 장수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래 사랑받아온 영화니, 그만큼 명암도 있을 법 합니다.

1편은 각별히 좋았습니다. 정통 첩보물의 매력을 보여준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후속편 또한 줄곧 일정한 재미를 보장하긴 했습니다. 그중 2편이 좀 유별나긴 했습니다. 갑자기 오우삼의 비둘기가 날아다니며 누아르가 되어버려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입니다. 물론 그 또한 재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면 볼수록 괴이(?) 한 영화로 느껴졌죠. "할리우드도 참 발악을 하는구나."하며 말이죠. 이후로는 다시 첩보물 시리즈의 중심을 잡았지만, 첩보보다는 화려한 액션에 방점을 뒀다고 할까요? 어쨌든 <미션 임파서블>은 항상 일정한 재미를 보장하는 꿀잼 킬링 타임 무비가 되었지만, 일정한 건 과연 재미만이 아니었습니다. 톰 크루즈의 연기 또한 일정했죠. 감히 말해, 전 <미션 임파서블> 이후 그의 연기가 정형화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같은 이단 헌트니까, 연기도 균일해야죠. 게다가 그 사이사이 그가 이단 헌트에만 머문 것도 아닙니다. <콜래트럴>의 청부업자 역처럼 냉혈한으로 분하기도 했죠.

하지만 대개는 비슷했습니다. 대부분 착한 쪽의 요원, 수사관으로 나오는데 <나잇 & 데이>의 코믹 비밀 요원, <잭 리처> 시리즈의 군 수사관은 물론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 <작전명 발키리>, <엣지 오브 투모로우>, <오블리비언>, <미이라> 심지어 <라스트 사무라이>에서도 시대와 배경, 그리고 역할만 바뀌었지 결국 느낌이 비슷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때문에 그의 연기는 어느 순간 별 기대감이 들지 않았고, 다만 재미는 있으니까 무조건 본다는 기분이 들고 말았죠.



단, 그런 그라도 딱 두 편의 영화. 그 영화들을 보면 다시금 생각을 고쳐먹게 만듭니다.

"그래도 역시 형은 형이다."

먼저 그 하나는 <매그놀리아>입니다. 그 영화에서 여성 유혹 전문 연사(?)로 파격적인 연기를 펼쳐 보였죠.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그 연기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 형은 반드시 멋져야 하는 게 일생의 부담일 수도 있겠다. 난 일분이라도 형이 되어보고 싶은데. 그리고 다음으로 <매그놀리아> 이후 또 하나의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로커 스테이시 잭스 역으로 분한 <락 오브 에이지>였습니다. 잘 어울릴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한 곳에서 나타나 명연을 펼치는 것이죠.




추억의 명곡들 그리고 톰 크루즈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를 빼고 보면, 사실 <락 오브 에이지>는 다소 뻔한 얘기일지 모릅니다. 꿈을 좇아 할리우드로 왔고 인연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현실은 험난하다는 이야기 유형이라면, 비슷한 소재의 뮤지컬 영화로 이보다 좀 늦게 나온 (그러나 락보다 좀 더 건전한) <라라랜드>와 비교하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물론 전 락 세대라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명곡들과 특유의 과장된 병맛 유머만으로도 <락 오브 에이지>를 흥겹게 보았지만, 얘기 자체는 조금 그런 면이 있단 얘기로, 결국 톰 크루즈가 그 모든 걸 상쇄하고 남을 열연을 선보였다는 의미입니다. 그의 기성품 연기가 지겨워질 때, 형님이 그리울 때마다 다시 보려고 이렇게 기록해둡니다. 실은 이 한 장면만 봐도 끝이죠.


오해로 등 돌린 연인 쉐리를 붙잡으러 가려는 가수 지망생 드류.

그런 그를 스테이시의 매니저 폴(폴 지어마티)이 붙잡는다.

"하나 물어보지. 유명한 락 스타들이 뭐가 다른 줄 알아?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렸단 거야."

"......"

그럼에도 드류가 그냥 지나치려 하자, 폴은 드류를 가로막으며 말한다.

"사랑을 원해? 그럼 쫓아가. 아마 사랑을 얻게 되겠지. 하지만 장담하건대, 여기 남으면 더 좋을 걸 얻게 될 거야."

그제야 드류는 흥미를 느끼며 묻는다.

"그게 뭐죠?"

기타 소리와 함께 이제 막 스테이시의 공연이 시작되려는 찰나, 폴이 이렇게 답한다.

"페임(f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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