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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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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휴즈, 조찬 클럽(The Breakfast Club)



어느 토요일 오전, 다섯 명의 문제아가 학교 도서관에 모입니다. 황금 같은 주말, 그들은 선생님의 감시 아래 하루 종일 반성문을 쓰는 벌을 받죠. 선생님의 눈에는 평온한 주말을 훼방하는 말썽꾼들이지만 학생들 간엔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고뭉치, 운동선수, 괴짜, 공주, 공붓벌레… 평소 함께 어울리지 않을 부류가 한 자리에 모였으니 서로 사이좋을 리 없습니다. 서로 티격태격하며 거리감을 확인할 뿐이죠.  하지만 함께 벌을 받는다는 동질감과 십 대의 반항심으로 똘똘 뭉치며 점차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고민들을 하나씩 풀어놓습니다. 1985년 작 <조찬 클럽>의 이야기입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한 뼘 크게 성장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어른들의 하루와 달리 청춘의 시간은 느리고 길게 흐릅니다. 평소와 다른 친구와 어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로운 사랑과 우정도 싹틉니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역시 풋풋함입니다. 풋풋하게 ‘렛잇비’. 이들이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소동은 상큼 발랄해 보고 있으면 기분이 산뜻해집니다. 하이틴 드라마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맛도 있습니다. 젊어서 공감하거나, 젊음을 추억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웰-메이드 성장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러므로 다분히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지나친 향수에 빠지거나 아는 척 섣부른 시선으로 영화를 그렸다면, 자칫 저렴한 훈계조의 성장 드라마에 그쳤을 것입니다. 그래서 렛잇비, 영화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 문제아들을 사춘기의 열병을 지켜봅니다. 아무쪼록 영화가 잔소리가 되진 말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주변 인물들을 요긴하게 활용합니다. 주로 학생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한 끗은 다른 곳에서 나옵니다. 학창 시절은 잊고 어느새 뻣뻣한 꼰대가 되어버린 선생, 한 때 ‘올해의 학생’이었던 청소부가 감독의 의도된 설계 속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아슬아슬 잔소리를 숨겨두며… 이들의 역할은 작지만, 짧은 순간 영화를 결론짓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말이죠. 우리 때와 달리 너무 변했어요.”라고 버논 선생이 푸념하자 청소부 칼이 답합니다.

“변한 건 선생님뿐 일지도 모르죠.”


이야기의 시공간 설정은 주목할 만합니다. 토요일이라는 시간, 텅 빈 학교의 도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재미있죠. 어쩐지 설레기도 하고, 이야기 면에서 통제하기 쉬운 최적의 조건과 환경을 만든 듯합니다. 대개 변수를 줄이기 위한 실험이 이처럼 환경 조건을 제약하는 법인데, 만약 이 영화가 그런 실험성을 띈다면 사회의 군상을 학교라는 소사회와 각양각색의 학생들로 축소해 놓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그런 의도를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부모에게 압박받으며 혼자 선택하고 판단할 줄 모르는 운동 장학생, 집에서 억눌리며 성적에 집착하는 모범생, 부유한 집안에서 모자람 없이 자라고 모두가 선망을 한 몸에 받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수업보단 쇼핑에 빠진 공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흙 공주, 제멋대로인 반항아까지 우연히 한 자리에 모였지만,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의도가 뻔히 드러나는 면은 있죠. 다만 뻔한 면은 있어도 거부할 수 없는 풋풋함과 이야기의 깔끔함은 1985년 개봉된 이 영화를 그래도 다시 꺼내봐도 좋을 충분한 이유가 되어줄 듯합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너무 힘주어 보진 않아도 될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조찬 클럽>에 대해 실로 굉장한 평가들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부조리한 학교 시스템을 고발했다느니, 빈부의 격차와 계급, 교육과 기성세대, 억눌린 십 대의 고충을 다루었다느니 주로 사회적 메시지에 주안점을 둔 영화평이죠. 맞추어 보면 ‘과연 그렇긴 하다’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실제 이 영화를 보면 꿈보다 해몽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런 메시지에 주목한다면 도리어 상큼 발랄하고 기분 좋은 영화의 감상을 반감한다는 기분도 듭니다. 시공간, 인물의 의도적 배치, 감독의 메시지… 그런 의미심장한 요소에서 한걸음 떨어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과연 <조찬 클럽>이란 영화를 그만큼 문제적 관점에서 봐야 할까요? 그렇게 보면 <나 홀로 집에>도 심오한 해석이 가능할 듯합니다.


전 이 영화의 명성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어느 토요일 하루, 그간 몰랐던 친구들과 만나 ‘세상 가장 행복한 벌’을 받는 이야기입니다.

그 자체가 이 영화가 선사해주는 충분한 즐거움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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