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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이별의 왈츠



밀란 쿤데라 작품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순 없으나 쿤데라 다운 작품.

'그 답게 등장 인물들은 끝에 헤쳐 모이겠지.'

언제나 쿤데라를 찾는 이유다. 제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기란 어렵다. 혹자는 어느 작가든 대표작만 읽으면 된다고 하는데, 읽을 양서가 많으니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한 번 매료된 작가의 글은 우리가 돌아갈 독서의 고향 같은 것이라서 부담없이 안심하고 다시 찾게 된다. 다시 찾게 되는 작가의 글은 독서의 무게를 잠시 내려두고 쉬었다갈 수 있는데, 그런 오랜 생명력을 지닌 작가란 매우 드물고, 그 자체로 이미 위대하다고 평할 수 있다.


그의 최고는 이미 보았지만 적어도 밀란 쿤데라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맘 편히 읽을 수 있다. 특유의 인물, 구성 등이 딱 쿤데라 표 참기름을 썼을 때의 간이다.  이야기 속에 각기 색깔이 다양한 등장 인물들을 풀어놓고, 우연적이거나 필연적인 이야기의 귀결을 향해 특유의 유머와 해학을 버무려 내달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송골매의 '모여라'가 되는 구성과 기법. 과연 그의 소설 전형을 보여 준다. 그 익숙함. 한 작가의 책을 연이어 찾아본다는 건 그 익숙함을 쫓는 면도 없진 않다.

엄밀히 이 소설은 그의 대표작들에 비해 무게감이 덜하다. 비극적인 이야기인데 반복된 쿤데라 식 촌극 중에도 비교적 가볍다. 그 가벼움이 소설적 감동을 반감시키는 면도 없지 않은데, 여전히 그 특유의 절묘함과 유머에 또 다시 무릎을 치면서 그 속에 퍼져나와야할 페이소스, 감동의 파장이 아쉽게 느껴진다.

작가 역시 한 인간, 성장하고, 도태 되며, 정체하고 극복한다. 그럼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써나간다는 것, 추구하는 것은 귀감이 되어 작품만큼 작가를 아끼게 된다. 29년 생인 그에게 기존작을 뛰어넘는 걸작을 기대하거나 다시금 노벨상의 물망에 오르길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다.  

마음으론 그가 인생의 역작을 다시 한번 남겨주기를 바라지만, 독자로서 그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아직 읽어야할 그의 작품이 내 손에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작품은 회자될 것이란 점에 감사한다.

밀란 쿤데라 저 | 민음사 | 2012년 09월 21일 | 원서 : La valse aux adi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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