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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다양한 장르가 사랑받는 인도 극장가
*씨네21 : 2018.03.20 / 정인채 / 원문 아카이브
*씨네21의 공식 게재 글 링크 : [델리] 3월 발리우드, 미스터리 공포물 <파리>와 코미디 <소누 케 티투 키 스위티> 개봉
*게재 글에는 포함되지 못한 해설은 아래에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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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결말은 해피엔딩?
<파드마바티>가 역대 흥행 순위(9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봉 전부터 많은 부침을 겪은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지만, 막대한(3300만불)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 왜곡 논란을 겪으며 보이콧과 검열로 고전했고, 일부 지역에선 상영이 금지됐다. 늦어진 개봉 후에도 날 선 시선과 마주 했는데, 그만큼 논란이 될 영화인지는 의문이다.
널리 회자되어온 역사 에피소드다. 이슬람국의 술탄이 라지푸트(힌두)의 왕비를 넘보며 전쟁을 일으켰는데, 열세 속에 끝까지 저항했던 라지푸트는 패망하고, 왕비와 여인들은 최후의 수단(조하르)을 택했다. 불가항력에 대항한 용맹, 여인의 정절로 라지푸트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일화인데, 왕과 왕비의 비극적 러브 스토리, 술탄이 개입된 삼각 관계, 왕비의 기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더해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전략 요충지의 쟁탈전이었으나, 역시 구구절절 한 사연(?)보단 절세미녀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근사하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최고의 감독과 배우가 손잡으며) 흥행 조건을 두루 갖추었지만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영화라도 일각에선 힌두 왕비와 이슬람 술탄의 관계가 불편하고 엄격하여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여기에 술탄으로 분한 란비르 싱은 (하필) 압도적 존재감으로 영화를 쥐고 흔든다. 과연 이 영화는 왕비를 모욕 했을까? 막상 보고나면 크게 논란이 될 부분을 찾지 못할 수 있다. 사랑받는 이야기지만 가슴 쓰린 역사의 비극이다. 영화 외적인 면에서 미묘하게 이용되고, 그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홀리의 선택, 이 영화 찬성일세
인도의 3월은 홀리 축제로 문을 열었다. ‘색의 축제’ 홀리엔 서로서로 얼굴과 몸에 다채로운 색의 물감을 뿌리는데, 발리우드 극장가도 그렇듯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가 수놓고 있다. 독보적인 블록버스터는 없지만, 특별한 반찬 없이도 늘 진수성찬이다.
<패드맨>은 소재부터 독특하다. 지저분한 천을 생리대로 쓰는 아내를 보고 저렴한 생리대 개발에 매진한 인물의 입지전적인 성공 실화를 다뤘다. 터부시 할 만한 소재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보건의 문제 뿐아니라 서민은 감당하기 어려운 생필품 보급의 일면을 반영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이야기를 소화해낼 배우는 다름 아닌 악샤르 쿠마르다. 그의 배우 인생은 언뜻 얇고 긴 듯하지만, 그 활약상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 폭발적인 유명세는 아니라도 꾸준한 활동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최근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은 영화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데 일가견이 있다. 미국엔 슈퍼맨, 인도엔 패드맨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패드의 국산화와 아내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로맨스 대 브로맨스를 다룬 코미디도 주목받는다. <소누 께 티투 끼 스위티(소누의 티투의 스위티)>는 티투와 절친 소누, 티투의 약혼녀 스위티가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티투는 절친으로서 소누의 연애사에 간섭한다. 그야말로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 친구의 연인이 탐탁하지 않다면 급기야 ‘자신과 여자 중 하나를 택하라’며 어깃장을 놓을 정도다. 하지만 티투가 스위티와 만나며 촌극이 벌어진다. 티투는 스위티를 영혼의 짝으로 여기지만 소누의 생각은 다르다. 말그대로 ‘이 결혼 반댈세!’ 결코 완벽하지 않은 스위티의 본색을 알고 둘의 결혼을 막으려 든다. 스위티도 그런 친구를 내 남자에게서 떼어 놓으려 한다. 티투 또한 매번 될 만하면 훈수를 두는 친구에게 불만이 없을 리 없는데,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사랑이냐 우정이냐, 진정한 우정은 사랑보다 먼저냐, 아니면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냐...... 은근 공감하고, 은근 경쟁심을 부추기는 절친 대 절친의 연인 간 대결이다.
한편 아누쉬카 샤르마 주연의 <파리>는 홀리 축제에 맞춰 개봉했다. 두 남녀가 만나고, 남자는 버려진 집에 묶여 있던 한 여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양파를 벗겨나가듯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끝까지 심장을 움켜지게 만드는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발리우드 공포 영화가 주목받기엔 오래간만이다. 마침 인도의 3월은 본격적인 더위가 재개될 시점이고, 무게감 있는 배우가 선사할 섬뜩한 공포는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