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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로맨스 세계관’으로 맞서다
*씨네21 : 2019.05.07 / 정인채 / 원문 아카이브
*씨네21의 공식 게재 글 링크 : [델리] <카란크> 대 <어벤져스: 엔드게임>, ‘로맨스 세계관’으로 맞서다
*게재 글에는 포함되지 못한 해설은 아래에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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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피한 건 아니다 : <카란크> 대 <어벤져스 : 엔드 게임>, ‘로맨스 세계관’으로 맞서다
인도는 선거철이다. 그 자체가 킬러 콘텐츠니 극장가도 주춤하는데,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은 이때를 공략한다(개봉 4월 26일). 시절이 하 수상해도 인도엔 관객이 있고, 치열한 정면 승부보단 틈새를 노린 것이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큰 성공(22억 루피)을 거뒀다. 미답의 ‘20억 루피 클럽’에 가입한 유일한 외화로(흥행을 상징하는 ‘10억 루피 클럽’을 넘은 엘리트 중 엘리트. 역대 흥행 40위 권으로 이를 포함 일찍이 ‘10억 루피 클럽’에 속한 외화는 4편에 그친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크다. 선거철 표심마저 빼앗는 걸까? 또 한 번 기록을 써내려 가는 듯하다. 사전 예매부터 열띤 분위기로 예매표는 초당 18매가 팔려 나갔다. 주변국보다 개봉이 늦다고 울상인데, 금요일에 맞춘 것이다. 인도 극장가의 승부처는 개봉 첫 주말이다.
이를 견제한 건 <카란크>다. 조금 앞서 개봉한 <카란크>는 마두리 딕시트, 알리야 바트, 산제이 더트, 바룬 다완 등 호화 출연진으로 맞섰다. 인도의 어벤져스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영화는 20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한 막장 로맨스다. 중병으로 죽음에 이른 부인이 남편의 새 아내를 찾고, 부양할 가족이 있는 루프(알리야 바트)는 조건부로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랑 없는 결혼에 절망하고, 그 와중에 자파(바룬 다완)와 만난다. 한편 자파는 아버지로부터 버려진 사생아로 복수심을 품고 루프를 유혹한다. 루프의 남편이 곧 자파의 배 다른 형제다. 이렇듯 영화는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 ‘낯선 이를 집에 들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랑과 불륜, 애증의 몸살이다. 식민지 시대를 거쳐 ‘분리 독립’ 하던 당대의 시대상과도 연결된다. 화려한 영상과 함께 발리우드의 옛 향기가 풍기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개봉 전 음원의 선공개로 흥행을 타진했지만 신통치 못했다.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을 보기 위해 표값을 아끼라는 악평도 보였다. 냉정하자면, 요즘 관객의 안목과 취향엔 낡고 진부할 수 있다. 2시간 46분의 러닝 타임은 마치 발리우드의 오랜 못된 농담 같다고 할까? 그럼에도 영화는 스타 캐스팅과 절묘한 개봉 시기로 선방한다. 공존의 묘미다. 영화가 있는 한 관객이 있는 인도에서 타노스만 보석을 취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