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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어느 떠오르는 스타의 죽음


#씨네21 #수샨트 #싱 #라즈풋 #족벌주의 #흙수저 #금수저 #발리우드 #인도영화

이 글은 <씨네 21>에 게재된 글의 원본입니다.

날것의 기록과 공유로 매체의 편집 방향에 따라 잘 정리된 글을 확인하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6305

기사의 내용은 작성 시기 및 사건의 추이에 따라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섯 남매 중 막내 외동아들로 태어난 소년은 어린 시절 천체물리학에 관심 많은 독서광이었다.* 안타깝게도 그가 고교생일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후 가족은 델리로 터전을 옮겼다. 그곳에서 고교 시절을 마친 소년은 물리 경시대회에 입상해 기계 공학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가족의 바람이었을 뿐, 소년은 기계 공학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공군이나 우주 비행사가 되길 원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숨겨둔 또 하나의 꿈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발리우드 스타가 되는 것이었다. 소년은 샤룩 칸을 동경했다.




대학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하는 한편, 댄스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한 그는 <플래시댄스>처럼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달았다. 낮엔 공학도, 밤엔 댄서. 왓 어 필링(What a feeling)! <둠 2>에서 백댄서로 참여했던 그는 발리우드 진출을 작심하고 학업을 접은 뒤 뭄바이로 향했다. 작은 역할부터 맡은 그는 2008년 TV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영화 데뷔작은 세 친구의 교차하는 운명을 그린 드라마 <카이포체!>였다. <세 얼간이>의 원작자 체탄 바갓의 소설 <내 인생의 세 가지 실수>를 원작으로 ‘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소개되었던 작품이다. 이어 아미르 칸의 풍자극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에서 조연을 맡았던 그는 인도 국민 스포츠 크리켓 대표팀의 실화를 다룬 <M.S.도니: 더 언톨드 스토리>의 주연을 맡아 ‘필름페어 어워드’에서 첫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던 그의 연기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인 듯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그는 불과 34세의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떠오르던 발리우드 스타 수샨트 싱 라즈풋(SSR)의 짧은 생애다.





코로나로 최대의 피해를 본 인도 극장가는 스캔들로 얼룩졌다. 촉망받던 젊은 배우가 우울증으로 떠났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모두가 슬픔에 빠졌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았다. 마침내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왜 우울했을까? 팬들은 의문을 품었고 그 원인으로 족벌주의를 지목하며 발리우드의 이면을 들추었다. 유명 제작자와 배우 등 인도 영화를 주도한 이들은 대대로 업계에 몸담으며 큰 영향력을 끼쳐왔다. 따라서 인도 영화계가 인맥에 좌지우지되는 건 공공연한 일이다. 누구를 스타로 만들 것인가? 모두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어디 출신, 누가 후원자라는 후광은 중요하다.** 그만큼 배타성도 강하다. 자수성가한 수샨트가 아웃사이더로 겉돌며 따돌림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물론 억측일 수 있지만, 그 당사자들이 수샨트의 죽음에 추모의 글을 올리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심지어 그가 동경해온 샤룩 칸마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처럼 대형 제작사를 운영하는 슈퍼스타들이 족벌이 아니란 이유로 수샨트를 배제하며 불이익을 주었다는 의심을 샀기 때문이다. 여론이 들끓자 죽음을 둘러싼 조사가 진행되었다. 도의적인 책임은 있을지언정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내용이 있을지 모르나, 흙수저의 성공을 상징하던 한 배우의 죽음은 파장이 컸다. 대물림 사회를 향한 대중의 엄중한 분노****와 더불어 이를 자극해 정의를 찾는다며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행보 또한 논란을 크게 키우고 있다.


화살은 수샨트의 연인이었던 배우 레아 차크라보티에게 향했다. 유족은 그녀가 수샨트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의혹을 제시했다. 레아의 형제가 마약 사업과 연루되었고, 약물 남용이 수샨트의 사망을 초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건은 발리우드의 중심 뭄바이의 마피아와 마약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조사에서 레아는 (연기상을 받지 못한) 수샨트가 낙담했으나 스타의 삶을 즐겼고 약물이나 재산 문제 또한 자신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위기에 몰린 그녀*****는 거꾸로 가족은 그간 무얼 했냐고 반문하며 모든 게 미디어의 서커스라고 지적했다. 극장 문이 닫힌 사이 펼쳐진 장외 미스터리다. 진실은 아직 모른다. 숨겨진 무언가가 있거나 어쩌면 보이는 그대로가 전부일 수도 있다. 다만 이 미스터리의 용의자가 있다면 결국 그건 그를 떠나보낸 주변 모두다. 동료, 연인, 가족… 아무도 도움이 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아무쪼록 지금은 의혹을 들추기에 바쁘지만 떠난 자를 향한 추모와 거리가 멀다. 부디 이 모든 가십의 바람이 지나 의혹 대신 그가 남긴 영화를 되새기는 날이 오길 바란다.




[참고 사항]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비하르 주 출신이다.

**가령, 육체파 액션배우 리틱 로샨, 뛰어난 연기 재능의 알리야 바트 등도 남보다 유리한 디딤돌을 밟고 선 배우들이다. 집안끼리 가깝거나 어릴 적부터 돈독한 사이로 자라 파벌을 이루기도 한다.

***수샨트의 팬들은 성골 출신의 모 배우가 공개 석상에서 “수샨트가 누구냐?”고 반문한 것을 두고 노골적인 무시라고 주장했다.

****물론 족벌이란 따가운 낱말 이면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 새삼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어서 선대의 가게를 물려받듯 영화인의 후손도 자연스레 영화인이 된다. 인도 경제를 움직여온 근간 또한 패밀리 비즈니스다. 옛 사회 속 각기 구성원의 직업적 구분이 곧 계급이 되었고, 훗날 다양한 직종이 파생됨에도 그것을 가업으로 계승해온 것이 전통이 되었다. 오늘날엔 논란이 될 만하다. 꿈이 있지만 주어진 기회가 다르고, 배타적이다. 물론 발리우드 스타가 되는 건 천운에 가깝지만, 수샨트처럼 혈혈단신 뛰어든 이에겐 더욱 어렵다. 어쩌면 낙담한 그 역시 얻기 어려운 주변의 인정에 목말랐을 듯하다.

*****수샨트의 고립에 일조했고, 약물 남용 및 재산 문제에도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레아는 결국 구속되었으며 보석 심리 중이다(2020년 10월 초 작성 기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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