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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오늘 인도 공포 영화 한 편 어때요?
*씨네21 : 2020.07.21 / 정인채 / 원문 아카이브
*씨네21의 공식 게재 글 링크 : [델리] OTT 개봉한 '베탈, 악마의 군단' '불불' 화제
*게재 글에는 포함되지 못한 영화를 통해 살핀 인도 문화에 대한 해설은 원문 아래에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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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한껏 움츠린 인도 극장가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리메이크작으로 악샤이 쿠마르 주연의 코믹 공포물 <락시미 밤>,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을 배경으로한 어제이 데븐의 액션물 <부즈 : 더 프라이드 오브 인디아>, 1991년작 <사다크>의 속편으로 알리야 바트의 로맨스 스릴러 <사다크 2 : 더 로드 투 러브> 등 상당한 무게감의 작품들이 디지털 개봉한다는 소식이다. 아울러 OTT 서비스를 주목할 만한데, 그간 인도 영화에 목 말랐던 해외 영화팬들에겐 오히려 빠르게 신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콘텐츠의 갈증을 느꼈던 걸 고려하면 반색할만한 일이다. 관심이 가지는한 인도 영화가 낯선 것도 점차 옛말이 되어간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 함께 즐길 만한 인도 공포 영화를 추천하는 일도 별 부담이 없다. 더욱이 요즘 인도 공포물은 나날이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한국이 그렇듯 같은 장르라도 고유한 문화적 배경을 토대 삼아 마음껏 변주해내며 그들만의 풍미를 지닌 오싹한 공포의 세계로 초대한다. 물론 그 배경을 알고 볼수록 별미를 더한다. 결국 인도인의 마음 속에 품는 공포심이란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서 싹튼다고 할까?
예를 들어 <베탈, 악마의 군단>***은 좀비물로 암울 했던 영국 식민지 시대의 망령을 모티브로 삼았다. 무대는 벽지의 도로 건설 현장. 새로운 도로를 내며 오래도록 폐쇄되어 있던 터널과 마주하는데, 그곳을 지키던 지역민들의 경고와 반발에도 군대를 투입해 무자비한 완력으로 제압하며 입구를 뚫는다. 하지만 그 터널은 다름아닌 19세기 세포이 항쟁 당시 존 라인독이 이끌던 불패의 영국군 부대가 산 채로 매몰 되었던 곳. 그속에서 오랜 세월 속박되어 있던 좀비 부대가 풀려난다. 영국인들은 기겁하겠지만 여기서 찢어진 유니언 잭과 진군을 알리는 북소리 그리고 들릴듯말듯 으스스하게 울려퍼지는 영국 국가는 불청객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다. 식민지 시대 영국군이 곧 공포의 키워드. 그밖에도 눈여겨볼 점이 많다. 처녀를 재물로 바치라는 좀비의 요구에 자신만 살고자 딸을 바치려는 비정한 아버지, 민의를 무시한 개발 사업에서 드러나는 부조리 등 의미심장하게 녹여낸 요소가 적지 않다. 역시 좀비란 소재는 전세계를 돌며 재생산 되어도 해석이 천차만별이다.****
한편 <불불>처럼 오랜 악습을 소재로 삼는 경우도 있다. <불불>은 나이든 왕족과 결혼한 어린 신부가 또래의 막내 도련님과 가까워지며 연모의 감정이 싹트자, 그 금지된 사랑이 결국 비극을 초래한다는 이야기다. 발이 뒤틀릴 정도로 폭행을 당한 주인공 불불은 훗날 안주인이 되어 무서운 복수극을 펼친다. 조혼의 악습*****을 꼬집는데, 얼마나 공감하며 공포심을 자극할지 몰라도 인도가 다룰 만한 소재라는 점에서 인상 깊다.
마침 가족이 모여앉아 색다른 인도 공포 영화 한 편 감상해봐도 좋을 여름날이다. 물론 직접 극장을 찾는 즐거움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한다. 인도 역시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만큼은 시간이 걸려도 극장 상영을 목표로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희망적인 소식은 새롭게 예고된 개봉 일정이다. 1983년 크리켓 월드컵 실화를 다룬 란비르 싱 주연의 기대작 <’83>, 악샤이 쿠마르의 액션물 <수르야반시>가 오는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 원래 올 초(3~4월) 개봉 예정작으로 그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실감이 나지 않기도 한다. 예전과 같은 순 없을지 모르겠다. 다만 어쨌든 극장문은 다시금 활짝 열릴 것이고, 어서 연말이 되어 반가운 소식을 전할 날을 고대한다.
(참고 사항)
*인도는 초반 엄격한 방역으로 선방을 했으나, 서둘러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 독이 되고 말았다. 통제를 완화하고 이주 노동자들이 귀향하는 사이 지역 확산을 막을 수 없었는데 나름의 속사정은 있다. 바이러스도 무섭지만 서민의 생활고 역시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이긴 마찬가지라 통제가 길어질수록 부담이 컸다. 아무쪼록 어느 정도 감수하며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극장문을 다시 열기에는 시기상조다.
**인도 영화 소식을 전하며 받은 피드백 중 하나가 소개된 작품을 직접 감상하기가 어려워 아쉽다는 점인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오래 기다리거나 아예 접하지 못하는 등 간극이 존재했다. 그게 전부라고 할 순 없지만 필시 자주 접하지 못한 것은 거리감을 느끼는 이유의 하나라고 할 만하다. 때문에 인도 영화를 낯설게 여기고, 보다 광활한 영화 세계임에도 국한된 이미지로 각인된 경향이 없지 않다.
***샤룩 칸의 레드 칠리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했다.
****한국과 은근히 통하는 접점도 있다.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삼거나 극한 상황에 처한 부대 내의 미묘한 갈등을 공포 소재로 활용한 건 익숙하게 떠올릴 만한 요소다. 아울러 의외의 공통점에 귀를 의심할 것이다. 극중 어린 딸이 지역어인 타밀어로 엄마, 아빠를 부르는 목소리는 소름돋는 공포 속 친근감을 자아낸다.
*****인도의 종교관은 ‘정함’과 ‘부정함'을 따진다. 가령 누가 가공하지 모르는 수저보다 자기 손이 더 깨끗하니 손으로 식사를 하는 식이다. ‘정’한 것이 귀하고 중요한데, 그것이 그릇된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 조혼이다. 나이 어린 신부가 ‘정’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더 실질적으로는 옛 시대부터 집안과 집안 간에 이뤄진 동맹과 결속에 대한 내용으로 부모 간의 정혼으로 일찌감치 믿을 만한 집안과 짝을 정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반발을 사는 경우가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부모의 정혼에 순응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나이가 어릴수록 막대한 결혼지참금의 부담이 줄기에 경제적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