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에디터

서비스의 연말 - 앱등이가 뱉으면 사과도 끝이지

내심 이미 올해의 마침표를 찍고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왜 아직도 연말인지 모르겠네요.

처음엔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끝엔 다리를 절뚝인 한 해였습니다. 언제라고 딱히 달랐던 건 아니니까 지난 시간일랑 일단 개어 둔 채 산뜻한 마음, 새로운 각오로 다가오는 해를 맞을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읽던 책, 미뤄 둔 영화를 보고, 수많은 디지털 사진 속에 남아있던 옛 연애의 흔적을 지우며 더 이상 듣지 않을 음악을 정리한 뒤 길고 긴 <은하영웅전설>까지 초고속으로 정주행했죠(드디어!!). 양웬리, 라인하르트... 누구 하나 살아남지 않았고, 무엇 하나 쓸 만한 일은 아닌 듯해도, 일단 그렇게라도 올해의 나를 마감하는 의식을 행했습니다. 다만, 그럴수록 고요한 마음의 수면에 파문을 던지는 물방울이 와르르 뚝뚝 떨어집니다. 이런저런 더 중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소하게도 씁쓸한 뒷맛을 남는 건, 역시 연이은 서비스 문제입니다. 역시 아끼는 물건일수록 탈이 나더란 것입니다.

▶ 후지필름 XPRO2 Graphite shiver edition

먼저 새롭게 영입한 후지필름 XPRO2의 구매 즉시 서비스 센터행이었습니다.

XPRO3 출시에 맞춰 아주 쏠쏠한 가격에 낚아챈

포장을 뜯고 한 달을 카메라를 들고나갈 일이 없어 별생각 없이 지냈는데, 무상 환불/교환 기간이 한 달이 딱 넘은 다음날 꺼내 보니까 후면 액정에 데드픽셀(스턱 픽셀)이 있었습니다. 기막힌 타이밍, 햐... 원래 방진방적이 된 새 카메라는 뜯으면 손해라는 말도 있지만, 여러 날 지켜보는데 도저히 그냥 넘기기가 어렵고, 가까운 곳에 센터가 없으니 결국 택배 서비스로 보내고 노심초사하며 기다렸죠.

금요일 픽업해서 그다음 주인 수요일 즈음에 돌려받았는데, 주말이 겹쳐 시간이 걸렸지 실제 수리와 재배송은 하루 만에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우려는 서비스 정책 상 카메라에서 극소한 데드픽셀은 대개 양품이라고 못 박아 두기 때문에 수리가 안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간단한 이메일 상담에서는 형식적인 답변이 돌아왔죠.

"이건 양품입니다. 그래도 점검을 원한다면 센터를 찾거나 택배로 보내세요."



두 번의 포장



아무래도 사람은 원하는 쪽으로만 생각하므로 택배로 보내면 어쨌든 뭔가 해주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 까닭에 꽁꽁 포장을 다해 놓았는데 0대 종사가 제 또 다른 한편에 숨어 있던 이성의 목소리가 되어주네요.

"그래도 신품인데 뜯으면 어디 좋겠어? 가능한 그대로 쓰다가 다음에 보내지?"

그 말에 "아무래도 그렇지?"하며 다시 포장을 뜯었다가 택배 수리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픽업 일정이 잡혔다는 문자가 오더군요. 그래서 또... 포장했죠. 역시 우유9단.

뭐, 그렇지 않아도 결국 바라볼수록 데드 픽셀이 뚜렷하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이겨낼 순 없었을 듯합니다.


주말이 낀 타이밍에 과연 수리가 될까 반신반의하며 보내고 센터에 도착하길 기다리는데, 요즘 화장실도 어지간하면 참기가 어렵더니... 기다리다가 괜히 머리털도 더 빠지는 듯하고 괜히 더 늙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저의 새 카메라는 춥고 비도 오는데 3일 밤을 노숙했습니다. 유치하게 그런 티를 내면 부끄러우니 언제부터 그랬다고 손에 카메라 없이 지내는 건 처음인 양 억울하단 듯 굴었죠. 그런 인내의 시간 끝에 센터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정오 즈음 곧바로 전화 한 통을 받는데, 수리 기사님이 그러시더군요.

"일단 수리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원래 수리가 안 되는 건데... 아무튼 수리를 해드렸고 오늘 바로 출고하겠습니다."

그냥 해주면 안 된다는 걸 계속 강조하더군요. 아마도 그래야 하고, 서비스 내용이 녹음되는 세상이니까요.

역시 그래도 고민하기보다는 직접 들이밀면 어쨌든 결과가 나온다는 교훈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수리를 했으나 더 신경 쓰인다. 삼각대 마운트의 나사선은 왜 이리 뭉개져 있을까...



그렇게 다시 하루가 걸려 받았는데, 추운 날씨에 카메라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결과는 양호!

후면 액정 오점 없이 깨끗하고, 그다지 뜯은 티는 나지 않더군요. 마지막 수리 기사님의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아, 붙여놓으신 보호 필름은 저 나름대로 있는 걸 다시 붙여 놓았는데, 그건 좀..."

하지만 보호 필름마저 저보다 잘 붙여주셨더군요. 만족했습니다.

물론, 신품을 뜯는 건 아무래도 좀 신경 쓰이니, 그런 일 자체가 없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그런데 진짜 사건은 며칠 전에 일어났습니다. 카메라 건은 그래도 성공 체험이었던 셈이죠.

▶ 아이패드 프로 3세대 11인치

그날은 아이패드를 키보드 케이스로 거치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잠든 다음 날이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키보드 케이스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아이패드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바닥을 쓸어보니 역시... 와~ 떨어져 있더군요. 애플 펜슬도 저만치 굴러가 있고 말이죠. 전날 미스터리 사건사고를 보다가 잠들었더니 ;)

떨어진 높이는 대충 50cm? 아이패드 프로는 잘 휘어진다는 소리를 들어 식겁한 채 얼른 집어 들어 살펴보았죠. 다행히 휘어진 곳은 없었습니다. 언뜻 보니 화면도 이상 없었고요.

"역시 아이패드, 이 쓸데없이 비싼 걸 그렇게 대충 만들었겠어?"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요즘 도통 운동을 안 해서 손이 똥배 즈음에서야 걸리더군요.

어쨌든 아이패드를 집어 들면 이상하게도 딱히 보고 싶지 않아도 또 뭔가를 자꾸 보게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깨어나자마자 누운 채 아이패드를 한 손에 들고 한참 뉴스를 검색하고 유튜브를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눈길이 왼쪽 상단 귀퉁이에 머물게 되었죠. 실금이 쫘악 나가 있더군요.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항상 32기가나 64기가 모델을 사서 썼는데, 무슨 영화를 누릴 거라고 이번에는 256기가를 샀더랬죠? 그럼 아픔 네 배인가요?


내 눈엔 잘 보여



그날 오후 예약을 하고 가까운 서비스 업체를 바로 찾아 갔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일단 액정 파손, 우발적인 손상인 경우 유상 서비스입니다.

특히 아이패드 프로 3세대는 액정 어셈블리가 한 통이라 수리비가 유독 비싼데,

-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선 66만 원 (어셈블리의 부분 교체가 불가능하니 사실상 리퍼비쉬 제품 교환 금액)

- 사설 업체 역시 ~50만 수준(정품 부품으로 부분 교체)

*참고로 현재(2019년 12월) 중고 처분 시 매입가가 대강 60만 원~

이러니 이건 이미 어지간하면 수리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엄청납니다.

이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애플 케어+를 가입했어야 하는데, 구매와 동시 혹은 인정되는 기간과 조건에 애플 케어+를 가입하면 5만 원의 개인 부담 비용만 발생하지만, 이런 물건들까지 보험비를 납부하면 평생 보험만 납부하다 끝나겠다 싶어서 안 했거든요. 조심해서 쓰지 않은 건 후회해도 그걸 후회하진 않습니다. 일단 유상 수리에 부분 수리가 불가능하고 제품 통째로 바꿔야 하는 건, 불합리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부분 수리가 되어야 정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사설 업체도 덩달아 비싸니 방법이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래도 바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겨우 사용 넉 달 만이고, 최근 카메라 서비스의 경험상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생각으로 가까운 서비스 업체를 찾아간 것입니다. 다들 잘 아시는 TUVA, 가능한 가지 않고 갈 때마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그 업체입니다.

역시! 예약까지 하고 갔는데, 보자마자 한 번 살펴보지도 않고 말하더군요.

이건 부품을 통째로 갈아야 하는데, 그것도 여기선 불가능하니 본사로 보낸 뒤, 진단 후 아이패드 자체를 교환하셔야 합니다. ​

물론 그 순간 전 이미 단념했죠. 그래도 확인 겸 비용을 물어보니... 이건 또 무슨!

70만 원이 넘는다고 답합니다. 게다가 액정 손상의 경우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닐 것인데 서비스 대행업체가 서비스를 할 의사조차 없이 무성의하더군요. 이런 추임새가 다입니다.


아, 그러시죠? 안타깝네요.

그래도 전 마지막으로 애플 코리아에 연락을 취해보았습니다. 애플을 한 이십 년 썼고 과거 애플 제품은 오히려 지금보다 문제가 많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거든요. 크게 기대는 못해도 다른 방법은 제시해주지 않을까 싶었던 겁니다. 과거엔 그렇게 아이팟을 교체했고, 최근 애플 뮤직 문제로 상담했을 때도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문제를 해결해주었거든요. 하지만 이건 애플 코리아도 다른 수가 없다고 합니다.

뭐, 애플 코리아의 경우 친절하긴 합니다. 역시 "아, 그러시죠? 안타깝네요."가 다였지만 한 마디 더 붙이더군요.

손 다치시지 않게 빨리 임시로라도...

안 그래도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액정 보호 필름을 사서 붙여두었습니다.

그러게 아예 처음부터 붙여둘 걸 후회되더군요. 하지만 이 정도면 애플에게 그냥 붙여서 출시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화질 저하, 터치 감 저하, 추가 비용... 한두 번 쌩 아이패드로 써온 입장이 아닌데, 갈수록 얇고 가벼워지는 동시에 내구성은 약해지는 듯합니다. 그럴 거면 아예 아이패드를 없애고 그냥 액정 필요 없이 언젠가 허공에 손가락 하는 제품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행업체의 견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더니 본사와 업체의 비용은 다를 수 있다(?)는 답변을 하더군요.

흠... 그게 그럴 수도 있을지 몰라도 아무튼 그럼 60~70만 원이라... 차라리 새 패드를 장만하지 이건 무조건 못 고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아이패드의 액정 손상과 서비스가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키보드 케이스 품질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자석이 단단하게 붙더니 넉 달이 지난 지금,

- 쉽게 분리가 되어 액정 손상을 초래하는 빌미가 되었고,

- 키보드 자체가 먹통인 경우도 많으며

- 이 모든 걸 우발적 사고의 영역에 넣고,

- 전체 교환만을 제시하며 터무니없는 견적을 제시한다는 건 사실 소비자 기만행위에 가깝습니다.


유상 서비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명백히 제조사가 직접 서비스에 발생하는 여러 이슈를 해결하기 싫으니 몇 단계 벽을 쳐둔 기분입니다. 이로써

- 서비스 책임을 자격도 없는 서비스 대행업체에 전가한 것이고,

- 수리가 아닌 교체로 유도해 과도한 서비스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며,

- 애플 케어라는 별도 비용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설령 기능, 성능, 디자인을 핑계로 특별한 부품을 쓰더라도 제조업에선 유지 보수의 편의성이란 걸 감안했어야겠죠? 그것이 도가 지나치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별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뭔 실금이 갔는데, 한 대 값을 더 주고 바꿔가라고 하네요.^^ 무슨 소비자가 잘못 쓴 벌금을 애플님께 내는 것 같네요.



쫑알 쫑알이지 별 수 있나, 그냥 써야지.



결국 아이패드는 모두가 알던 그 아이패드인 듯하지만, 애플의 서비스는 더 이상 그 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아이팟이 나오고 애플이 반등하던 시절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애플의 서비스 정책에 대한 지적은 많았죠. 하지만 다소 불편해도 본사 직통으로 연결하면 납득할 만한 답을 찾곤 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필요한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말이죠. 지금의 비대해진 애플은 비용을 줄이고, 그걸 역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군요. 딱 매니지먼트형 리더의 조직답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더 이상 스티브 잡스도 없고, 조너선 아이브도 떠난... 그래도 애플은 어쩌더라는 일말의 옹호도 해줄 수 없는 서비스 후기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서비스의 연말,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 아직은 개인적인 취향으로 애플을 쓰고 있지만, 차기엔 점차 대체품을 고려해야 할 듯하다.

- 애플 제품은 박스를 뜯자마자 애플 케어가 아닌 강화유리를 꼭 붙인다.


앱등이가 뱉으면 사과도 끝이죠 뭐.



#애플 #후지필름 #서비스 #경험 #apple #iPad #아이패드 #pro #11인치 #11inch #xpro2 #graphite #silver #service #experience#fujifilm #연말 #서비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