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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지금은 집이 그립지 않아서 쓰는 印度적 분석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netflix #sweethome #india #인도



실은 작년에 호러물, 특히 좀비물을 너무 많이 봤어요.

삭막한 세상, 황량한 마음, 아름다움에서 위로받지 못한다면 차라리 등골 서늘하게 이한치한이다! 라기보다는, 전 원래 몹시 낭만적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성격이지만 취약한 과목을 한 번 열심히 따라가보자는 장르를 대하는 건설적인 마음(?)으로 화면 위에 좀비의 향연을 펼쳐보았던 것이죠. 그런데 그런 사이, 전 좀비를 무척 존중하게 되었답니다. 아시다시피 그만큼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기 할 일만 하는 친구들이 또 없으니까요. 사람이 미래라더니 가장 나쁜 건 결국 사람. 나름 좀비 이야기의 어떤 패턴도 머릿속에 그려보았죠. 다만, 뭐든 과하면 좀 질립디다. 더욱이 밥 먹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좀비물을 틀어놓는 제 자신을 보았거든요. 그래서 요즘 인기라고는 하는데, 어쩐지 무섭게 생긴 드라마 <스위트홈>을 딱히 서둘러 볼 계획은 없었죠.



스위트 홈


그러던 중,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인도 등 해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어 기사로 다룰 예정이니, 동향을 좀 파악해볼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일단 그런 소식은 반갑지 않을 리 없습니다. 다름 아니라 그런 것이야말로 현재진행의 문화 콘텐츠 교류일 테니까요. 우리도 인도를 모르지만 인도도 우릴 잘 몰라, 여러 가지 분야에서 교류를 하고 있고 앞날은 항상 기대된다고 말해도, 쌍방 간에 일반이 체감할만한 교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소 거기서 거기. 큰 발전은 없어 보이거든요. 그만큼 느끼는 거리감도 여전합니다. 서로 문화가 다르고 취향 차가 존재하며 억지로 그 간격을 좁힐 수 없습니다만, 교류는 갈수록 늘고 또 더 늘어나야 하는데, 쓸데없이 늘어나는 제 체지방처럼 오해나 편견만 쌓이면 곤란합니다. 게다가 막상 다가가면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이 많으니, 여차여차 더 친해지잔 것이 제가 인도에 대한 글도 쓰고 있는 이유인 것이죠.



아무튼 각설하고, 덕분에 인도 동향만 알아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얼 이야기하는지 대상을 파악해야 하니, 지난 이틀 동안 <스위트홈> 시즌 1을 몰아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주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건 웹툰 원작의 괴수(크리처)물 + 좀비물. 그러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진격의 거인> 주인공 에렌이 <아이 엠 히어로>에 나온 듯한 설정에 한국적 조미료를 듬뿍 넣어, 대자본의 지원 아래 소위 흥행 좀 시켜본 프로듀서의 손길을 거친 시간 순삭 드라마인 것입니다.



다만, 초반 진공(광폭 액션) 후 다소간 이어진 설명과 대화 모드, 앞으로 할 얘기가 더 많은지 극 전개가 좀 띄엄띄엄하거나, 일찍부터 희생되는 매력적인 인물은 좀 섭섭했죠. 예전에 저도, 이런 드라마 류의 성패는 역시 얼마만큼 적재적소에 핵심 인물을 저세상으로 보내느냐에 달렸다고 하긴 했는데, 마치 시즌 1에선 적어도 이만큼 진도를 빼놓아야 한다는 느낌이랄까, 좀 여유가 없어 보이긴 했습니다. 원작은 어떨지. 웹툰은 전혀 안 보는 성격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린이용 장난감 액체 괴물이 나왔을 때는, 잘 모르면서도 전 무릎을 탁 치며 외쳤죠. "아 저건 그 액체 괴물이다!"



인도에서 흥행 중?


새해 벽두부터 참.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전, <스위트홈>이 딱히 인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인도 지인에게 혹시 주변에 넷플릭스 보냐, <스위트홈>을 아냐고 물으니까, 며칠 지난 지금까지 답이 없네요. 손절당했나 봐요. 구글에 스위트홈 인 인디아를 쳐보니, 정말 스윗한 주택 사진이 뜨네요. "아니, 그렇게 재밌는 걸 왜 안 봐?"라고 할 게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저라도 그렇겠지만, 넷플릭스야 숫자나 지표의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홍보할 것이고, 어디서든 한류가 분다면 자랑스럽고 기삿거리가 되기 좋은 것입니다. 문제는 무조건 "그걸 옮겨 적는 너~ 전쟁 같은 기자!" 같은 현상이죠. 인도도 아닌 서구 미디어의 기사를 거의 그대로 베끼고, 그나마 자극적인 사건 사고만 쓰면서 오만은 하늘을 찔러, 필히 현장과 괴리감이 생기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건 딱히 <스위트홈> 잘못도 아니고 혹시 한류에 대한 오해를 살까 봐 그럴 필요 없이 구구절절 풀어쓰면 이런 얘기입니다(여기서부터 재미없는 얘기니까, 진지에 심약한 분들은 지나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인도의 넷플릭스 구독자는 400만 명 수준입니다. 설령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해도 400만 명 분의 몇이지, 13.5억 인도인의 동향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스위트홈>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것도,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에 근거한 것이죠. 이와 더불어 구독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요금제가 모바일(199루피), 베이직(499루피), 스탠더드(649루피), 프리미엄(799루피) 수준으로 우리와 큰 차이는 없지만, 현지 서민의 소득과 소비 수준을 감안하면 아예 부담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현지인은 서민이라고 할 수 없는, 중산층 이상의 얼리어답터, 영화팬 그리고 인도 거주 외국인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우리에겐 그 수치가 유의미하지만, 인도 전체를 감안하면 어떤 트렌드를 좌지우지한다고 하기에 표본이 적습니다. 이건 마치 우리가, 힌두교(인도 인구 중 60%)가 다수인 다종교 국가 인도는 알고 보면 사실상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슬람 인구(인도 인구 중 14%)가 사는 국가란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인도는 흔히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본다고 하는데, 인도에선 비중이 작지만, 넷플릭스의 입장에선 유의미해지는 것입니다.



사실 인도 진출 기업에 큰 전체를 보지 말고, 구체적인 작은 것부터 먼저 집중하라는 얘길 하긴 합니다. 다만, 전체는 알긴 알아야죠. 그걸 알아야 정확한 부분이 보이고, 그 부분에서 전체로 가는 장기 로드맵, 비전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부분만 보면 포기하거나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전 작은 것에 집중하되, 전체를 모르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조언하는데, 말은 참 쉽죠. 일단 영화 시장만 보면, 발리우드만 원래 한 해 100~200여 편, 전체 인도 영화는 1,000~2,000여 편이 제작되는 세계 최대 양적 규모의 영화 시장입니다. 여기에 TV의 다른 콘텐츠를 감안하면 볼 것은 많고 경쟁은 치열합니다. 상영관을 찾지 못하거나, 순번이 밀리거나, 어지간한 영화가 아니면 오래 걸려 있지도 못합니다. 전기, 인터넷 등 아직 열악한 인프라 또한 중산층을 넘어 다수의 시장으로 확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와 달리 맞춤형으로 저렴한 모바일 요금제가 있는 것이죠.



넷플릭스 입장에선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넷플릭스가 승자일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이후 인도의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늘어가는 추세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인도는 넷플릭스 말고도 향후 다양한 OTT 서비스의 격전지가 될 예정입니다. 반면 당장의 현실은 여타 다른 인도 비즈니스와 유사한데, 내수 시장의 성숙기가 되면 다르지만, 아직은 규모가 작은 도입기 시장의 치킨 게임이 이뤄질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데, 당장 먹을 것은 없고, 진출 기업은 끈질긴 인내가 필요합니다. 불운하게도 이제껏 제가 관여한 한국 기업들은 못 버티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 경우 저도 굳이 붙잡지 않습니다. 그런 기업은 인도에 비전이 없으니, 빨리 다른 곳으로 가야죠. 물론, 영화 산업, OTT의 경우 (꼭 현지화 제작물이 아닌) 콘텐츠를 하나 만들면 꼭 인도가 아닌 전 세계에 유통이 되니까, 더빙, 자막 등 현지화만 충실하면 시장이 성장하기까지 버틸 수 있겠죠. 대개의 소비재(소득 및 소비 수준에 부합한다면)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죠. 제가 몸담은 분야의 경우, 산업재였기 때문에 가령 제품이 그 나라만의 현지화가 반드시 필요하면 고민 끝에 포기하고 마는 것입니다. 당장은 먹을 것 없는 시장에 상당한 리소스를 투여해야 하니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죠. 다만 그와 동시에 향후의 가능성도 함께 포기하게 된다는, 지극히 뻔한 이야기를 전 이렇게 또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어쩌다가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제언을 해볼 수는 있겠죠.

<스위트홈>의 인기가 소문대로 크게 두드러지는 건 아니었지만, 몇 가지 반응은 있더군요.

예고편의 더빙 퀄리티가 훌륭한 편이다. CG가 아쉽고, 용두사미다.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나온 얘기도 아니고 다 동의할 순 없습니다만(너희가 CG를 알아?), 한 가지 얘기는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더빙이죠. 사실 예전에 다른 연구 조사에서 인도에서 한국 콘텐츠가 통하기 위한 조건을 언급한 적은 있습니다. 세계 대중문화에서 앞서가는 것이 반드시 인도에서도 통하는 건 아닙니다. 문화적 특성, 특히 종교적 금기, 보수적인 성향, 가부장적인 문화 상, 아직은 거부감이 큰 주제와 소재가 있고, 주류와 비주류의 장르에 대한 선호도 차이도 큽니다. 그런 건 구체적으로 들어가 열거하면 케바케로 건마다 달라 끝이 없는데, 인도 사람이 제작하고 감독하며 출연한 인도 대작 영화라도 거부감을 느끼게 하면 논란을 일으키고 외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외화니까 어느 정도 열외로 통할 순 있을 텐데, 거창한 현지화를 하자면 인도에서 영화 흥행의 핵은 스타니까 한국 영화라도 할리우드처럼 인도 배우를 몇몇 출연 시켜 봐도 좋겠지만, 한국 사람이 인도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모두 의식할 순 없겠습니다.



다만, 한국 사람이 만든 한국 영화라도 인도로 갈 때 할 수 있는 건 있는데, 바로 충실한 더빙인 것입니다. 식자율이 낮으니 자막은 의미 없고, 더빙을 해야 하고, 인도는 언어가 다양하니 힌디어 외에 몇 가지 지역어를 추가 더빙해야 아마도 커버하는 지역이 넓어질 것입니다. 영어가 통한다고 하지만, 고학력자를 제외하면 주로 생활영어로 진심으로 통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또 맛이 제대로 살아야 하니 섬세한 작업인 거죠. 미리 염두에 두고 자문을 좀 받는 것도 좋겠지만, 사실 저도 제가 쓰는 책에 누가 손댄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으니, 기본만은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도 공급할 여러 편의 후보가 있다면 그중에 될만한 것과 불가한 것은 어느 정도 미리 분별해서 힘을 덜 들일 수는 있겠죠.



마지막으로 좀 불쾌한 직언이긴 한데, 인도에서 한류 좀 그만 따졌으면 합니다. 인도에서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걸 목격한 적은 있습니다. 벌써 좀 오래된 이야기인데, 싸이 씨의 강남 스타일이 유력 일간지 힌두스탄 타임스 1면 상단에 나온 적이 있는 것이죠. 다만 그건 인도인들의 취향에도 맞아 좋아한 것이지, 엄밀히 말해 딱히 한류로 인지할 만한 건 아니었습니다. 유머러스한 춤추는 스타일이 인도에 딱 맞았죠. 또 그런 다큐멘터리를 접한 적 있습니다. 인도 동북부에 인종적으로 우리와 유사한 계통의 사람들이 살고, 국경을 건너가면 동아시아와 연결되니, 그 접점에서 한류 바람이 분다는 내용이었죠. 그건 한류가 맞습니다만, 인도 본토의 유행하고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해적판이 나돌고 테러가 일어나는 분쟁 지역이기도 하죠. 그 밖에도 미디어가 '인도에 한류가 분다.'라는 프레임에 스토리를 맞추려는 다소 무리한 시도가 있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런 게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한류라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건 어디서든 통한다는 만족감을 가지게 하려는 건가요? 한때 저도 인도에 관한 기사나 위탁 연구 자료에 그런 긍정적인 작은 부분을 부각시킨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네가 친 인도파라면 기꺼이 그렇게 해야 한다"라는 소리도 들었죠. 그러나 그건 실전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어떤 유행이든 결코 영원할 수 없고, 한류 또한 한때 지나가는 열풍입니다. 바람은 붙잡을 수 없죠. 그건 각기 사람의 취향에 달린 일이니, 풍향이 바뀐다 한들 의지만으로 방향을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 한국에 인도를 제대로 알리면 될 일입니다. 자극적인 사건 사고 소식 말고, 다방면의 인도를 조명하고, 비록 수요가 아직 적더라도 콘텐츠도 한 번씩 소개해야 우리도 다양한 우리의 것을 인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엿보다가 금방 질려서 떠나거나, 지나친 환상만을 심거나, 지나치게 매도하는 기사를 쏟아내면서 한류를 논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 아닐까 싶네요. 굳이 확인받으려고 안달일 필요도 없습니다. 솜씨와 능력은 꽤 좋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알맞고 좋은 건 자연히 알아보는 안목은 그들에게도 있으니까 말이죠.


이렇게 썼는데, 어디서 <스위트홈> 인도 흥행 폭발, 이런 기사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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