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여기 달달한 꿈 한 잔이요
계륜미의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두얼(계륜미)은 회사 생활을 접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카페를 차립니다. 그런데 소원을 성취하려던 그녀에겐 한 가지 변수가 생깁니다. 천방지축 말괄량이 동생 창얼(임진희)도 어머니에게 떠밀려 언니의 가게를 돕게 된 것이죠. 엉뚱하고 활달한 동생은 듬성듬성 거침없는데, 언니는 차분하고 꼼꼼합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자매의 동업입니다. 어찌 불안합니다.
그렇게 한창 개업을 준비하던 두얼은 우연한 사고로 카페를 장식하기엔 너무 많은 튤립을 얻게 됩니다. 이에 창얼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남은 튤립을 지인들이 가져온 온갖 잡동사니와 교환하기로 한 것입니다. 신선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이후 카페는 두얼이 꿈꿔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어갑니다. 바로 ‘물물교환 카페’가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이야기입니다.
익숙지 않은 폭염에 세상은 더디게 흐릅니다. 실상 세상이 멈추는 법은 없겠지만 하던 일의 진척은 느리고, 읽던 책도 턱 하고 숨이 막히듯 중간에 걸려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습니다. 답답함에 열대야를 벗 삼을 영화 한 편 구합니다. 먼저 공포가 끌립니다. 괜히 폐가를 찾고 주술을 외워 악귀가 나타나고 심령 의식을 벌입니다. 발끝까지 저려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다만 과용하니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이열치열로 가봅니다. 태양이 명을 다해간다던가, 지구의 자전이 멈춘다거나, 빙하기가 도래한 영화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도 막상 보고 나니 인류 차원의 걱정과 시름만 더할 뿐입니다. 마냥 신나게 보기엔 어쩐지 점점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기분 좋게 산뜻하면 좋겠습니다. 에어컨과 선풍기로만은 부족한 청량함, 잠시 창을 활짝 열고 어디서부턴가 불어온 미풍을 맞는 것 같은 영화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떠올린 영화가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입니다.
영화는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그 가운데 물물교환의 장면이 백미로 여러 가지 근사한 장면들을 연출해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그 공간의 설정에서부터 호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또한 그 공간을 채운 인물들이 하나 같이 매력을 발산해 현실 엄마와 두 자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영화의 청량감을 더합니다.
사실 중국 영화에 대한 편견도 없지 않았는데, 세련된 화면과 깔끔한 이야기 뒤에 남은 긴 여운에 새삼 대만 영화를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 제작으로 그 조감독 출신인 샤오 야 취엔 감독의 작품이고, 대만 홍보 프로젝트와 함께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계륜미가 동생 창얼 역을 맡을 뻔했다고도 합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계륜미를 중심으로 그녀가 언니 혹은 동생 역을 소화할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다른 한 명의 자매를 찾다가 마침 창얼 역에 적임인 임진희를 발탁해 지금처럼 멋진 궁합의 자매가 탄생된 것입니다. 감독은 물론 주연 배우의 필모그래피에도 자꾸 눈이 갑니다.
영화의 이야기로 돌아와 자매의 카페는 색다른 콘셉트로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물물교환의 내용 또한 점차 다양해집니다. 로봇 장난감과 커피,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오래된 악보 대신 노래 한 곡을 교환하고, 비누와 이야기를 교환하기도 합니다. 유형의 물물 교환에서 무형의 가치들까지 넘나들며 카페는 매우 특별한 교환 장소가 되어갑니다. 처음엔 마뜩지 않았던 두얼도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카페를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꿈을 품게 됩니다. 이제 그녀는 지난 꿈(카페)과 새로운 꿈을 교환하려 합니다. 물물교환 카페의 주인답게.
두얼은 큰 배낭을 어깨에 짊어집니다. 관성의 법칙에 익숙한 탓에 ‘그대로 머물러 주면 좋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잠깐 느끼지만, 곧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실은 부럽고 용감한 행동입니다. 다음 행선지를 향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건 설렙니다. 영화를 볼 때마다 그런 두얼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곤 스스로 질문을 던집니다.
꿈을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교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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