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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일을 잊고 가까워진 백제의 도시(공주,부여 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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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공주와 부여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한 번 가봤더니 그럭저럭 괜찮은 잔상이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문득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은 날, 평소처럼 별 계획 없이, 두 곳 묶어서 짧게... 하루 이틀 보내고 왔습니다. 사진이 좀 많지만 어쩌겠소. 두고 올 수도 없고. ​



물론 작은 카메라 가방 하나 살짝 들고 떠났습니다.

다른 짐 가방이나 갈아입을 옷 따윈 없었습니다.

사실 떠날 땐 당일로 다녀올지 하루 머물지조차 몰랐거든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그게 습관이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장도 순식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더군요.

그렇게 지금은 마음에 맞는 다른 일을 찾아 가볍게 살고 있습니다. 그게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달랑 카메라 가방 하난데도, 그마저도 걷다 보니 걸리적거리더군요.

시종일관 주먹만 한 카메라면 족하다고 구시렁거렸습니다. 그러다 궁극의 진화란 맨몸일지도요.



이번엔 지난번에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공주에선 마곡사, 부여에서는 정림사지, 부여에서 하루 보내고 다음날 오전 궁남지 사계, 신동엽 생가, 백제 문화 관광 단지 정도 보았어요.



아무래도 공주와 부여하면 백제의 도시로 여기게 되는데,

그런 유적지 구경도 좋지만,




더욱 좋은 기억은 산사의 맑은 하늘과 낙엽 잎 둥둥 그걸 비추는 개울 그리고 연못의 아침 안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 딱히 바지런한 단풍 여행형 인간은 아니지만, 마침 단풍도 보았습니다.

제철 음식도 성수기도 피하는 청개구리라 좀처럼 단풍 구경도 못하고 살았었네요.




저란 사람 참 쉬워요? 시간 지나면 다 잊고 이런 델 다 여행하고 말이죠.

전에 말했던 적 있는 것 같긴 한데, 사실 공주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공주하면 육군 훈련을 받았던 곳이죠.








거기서 무작위 추첨해서 절반이 전경이 되었는데, 저도 그랬어요.

그러고는 바로 조치원역에 끌고 가더니 누구누구 하며 호명해서 줄 세워 열차에 태우더라고요.

꼭 새벽 수산물 시장 같은 풍경이었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다들 갈리는 거였어요.

덩치 좋은 동기들은 서울이나 광주 같은 도시로 갔거든요. 그때 그건 정말이지 고생길이 훤했죠.

그렇게 저를 비롯해 비실비실한 동기들은 인솔자 몇몇을 따라 열차를 타고 도착해보니 부산항.

거기서부터 다들 수군수군하는 거죠. 우린 이제 섬에 팔려가나 보다.

그렇게 12시간짜리 페리에 올라서야 인솔자(전경 2주 훈련소의 악마 같은 조교였죠)가 너희 어디 가는지 알아? 하며 씩 웃더군요.

그제야 제주도에 간다고 알려주더군요. 그때 전 악마를 보았아요.





그래도 와! 제주도다. 하겠지만, 역시 군대란 좋은 곳 없어요. 바캉스 온 연인들을 증오하며 내복 체육복 다 껴입고 바다만 바라봐야죠.

제주 해안 도로를 달리다가 중간중간 흉물스러운 안테나가 솟은 건물이 보이면 그게 해안초소예요. 전에는 더 많았어요.

밤이면 보초를 나갔죠. 그때 난 어디서 여기까지 온 건가 생각 많이 했죠.

또 미식별 물체는 뭐 그리 많은지... 맨날 비상인데 해녀도 미식별이야 무슨.

우리 동기들, 제주도 떠나는 순간 다들 침 뱉으며 다시는 안 오겠다 다짐했었죠.






그래도 세월 흘러 좋다고 제주도 여러 번 갔네요. 조만간 조용해지면 또 쉬다 오려고요.

공주 블로그에 어느새 제주도까지 와버렸네요. 육군 지원했는데 졸지에 전경 된 것처럼 소속'감' 떨어지게 말이죠.

아무튼 공주도 꼭 그렇네요. 오래전 사귀던 사람과 같이 갔던 곳이네요. 젠장, 그런데도 다시 갔네요.

어쩐지 지난번 영상도 그래서 BGM이 유독 쓸쓸했나 봐요(8:58부터 부여-공주).


미주알고주알 사진 사이에 글도 좀 채웠습니다. 아무거나 막 쓰는 블로그니까 그저 카메라 테스트다 하고 넓은 아량을...

그나저나 한동안 블로그는 좀 뜸했는데, 어쩐지 요즘 마음이 동해서... 코로나 우울증 있잖아요?

책도 코로나 지나고 내자고 하고(허긴 지금 누가 인도에 관심이 있겠어요),

(별로 하고 싶진 않지만) 강연도 하라더니 소식이 없네요. 다행이네요. 그런 거 잘 못해요.

그래도 매일 뭔가 글 쓰고 있어요. 들어오는 번역도 조금 하고요. 마감은 꼬박꼬박 지키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이왕 이런 거 블로그도 다시 좀 해야겠어요.

방치한 홈페이지도 좀 관리하고, <이모쳐>도 다시 한번 고민해 보고요.

뭔 상관인지 몰라도 어쩐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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