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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본능적으로 운전사를 보았을 때, 무언가가 앞 유리창 전체를 가공할 힘으로 덮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60~70미터 전방에 서로 추월하려는 두 대의 트럭이 우리를 향해 전조등을 곧바로 비춘 채 우릴 덮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사고를 피할 수 없음을, 나는 알았다.

...

맨 앞 좌석에 앉아 다가오는 트럭들의 빛을, 책에서 분사되는 가공할 만한 빛을 보았던 것처럼 감탄과 두려움으로 눈부시게 바라보며 나는 즉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려 했다. - <새로운 인생> 중에서

요즘 노벨문학상은 자꾸 안드로메다로 가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권위란 낯설음 속에서 세운다는 것인가? 그들로 하여금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손에 쥔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너무 낯설고 멀다면 익숙하고 가까운 것은 문학의 거탑이 될 수 없다는 듯 보여 소소한 불만도 토로해 본다.  

그럼에도 <새로운 인생>은 손에 쥘 만한 작품이다. 첫 몇장을 읽으니 낯선 느낌이 없고, 이야기는 시작부터 문학적인 몽환에 사로잡히게 만든 것이다. 오랜만에 문학상 제시하는 길을 따라가게 만든다.

어려움은 있었다. 초입부터 확 끌리는 도입부와 달리 글은 점차 화자의 사고 흐름에 빠져 읽는 템포가 늘어진  것이었다. '아, 또 관념적인 것인가?' 이를 소화할 만한 시간과 심적 여유가 없다면 이 책이 선사하는 관념의 호사를 허락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린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속단하지 않으며 그 흐름을 따라가 보았다. 지루하거나 난해하거나 이상하게 끝까지 매듭짖고 싶은 책이 있다. 그래서 바쁜 일상 속에 여유를 부릴 때 조금씩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를 전진해 나아갔다. 마치 '우리 관계를 꼭 정리하고 말겠어'라고 하는 것 처럼...

그리고 그 길었던 관념적 서술의 늪을 돌파하고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싣자 드디어 소설은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두눈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페이지, 문단, 문장, 낱말 그리고 행간을 쫓기 시작했다. 토시 하나 놓치기 어려운 글이다. 

그 끝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나는 작가의 중력에 끌려 들어갔다. 명백히!

그래서 메흐메트는 어디에 있는가?

원제 Yeni Hayat

글 오르한 파묵 

옮김 이난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6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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