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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멘] 참된 공포는 피가 낭자하지 않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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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멘>이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1976년 원작, 과연 공포 클래식이죠.



어릴 적 순진무구한 쫄보의 기억으로는, 결정적인 장면마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제대로 화면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가리고는,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부단한 노력과 단련으로 그보다 담대한 아저씨가 되었으니, 언제 한 번 꼭 다시 대면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데미안을 말이죠.



익히 잘 알려진 원작의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쏜 대사라는 양반이 자신의 갓난아이를 잃자, 같은 시각 태어난 다른 아이를 아무도 몰래 데려가 양자로 삼는데, 그 아이가 바로 데미안. 악의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악마의 아들인 데미안은 명망 있는 쏜 대사의 집안의 후광을 바탕으로 자라나(안전하게 배양되어) 예언대로 온 세상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며 악마의 전형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려 하죠. 원작인 <오멘>은 그 시초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데미안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며 이를 막으려는 부질없는 인간들의 파멸을 그려나갑니다. 어쩌면 향후 무수히 반복될 이러한 악마 세계관의 첨병에 서서 기틀을 마련한 영화가 바로 <엑소시스트(1973년작)>와 함께 이 <오멘>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득 오래전 영화를 보고 난 뒤, 0대종사가 제 머리칼을 뒤적여 666을 찾아보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부모님 앞에서 서로 서로 네가 악마의 자식 아니냐고 했으니, 그걸 보는 부모님 마음이란 참... 악마는 아니지만 악마 같은 자식들을 키웠을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짠합니다.




이런 데미안 원수 같은 녀석들. 그리고 그 데미안은 자라서 지금 <오멘>을 복습하며 일기 쓰듯 블로그를 쓰고 있죠. 그래서 이제 세상은 제 것이 되었을까요?

지난 새벽, 갑자기 보고픈 <오멘>. 어떻게 하면 바로 볼 수 있을까 찾다 보니, 고전 영화라 유튜브에 그냥 올라와 있네요.




고전 영화답게 요즘 공포물만큼 노골적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심기를 건드리며 자극하는 공포의 맛이 여전히 살아있었습니다. 과연 클래식입니다. 어머니 시대의 존잘남이죠? 쏜 대사 역의 그레고리 펙이 좀 답답한 것을 빼면 구관이 명관입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공포가 익숙해질수록 표현방식은 나날이 잔혹해져, 지금 보면 그 자극이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순진해 보이면서도 악동 같은 아이의 표정으로 사악한 악마의 이면을 드러나는 것이 압권입니다. 피가 낭자하는 공포에 질린다면, 어쩌면 이런 클래식 영화를 통해 피가 낭자하지 않는 공포의 묘미를 되새겨볼 만합니다. 참된 공포란 피가 낭자하지 않을지니.


그 분야의 기본을 되새기면 어쩐지 더 깊이 심취하게 되죠? 갑자기 탄력을 받아 한국형 엑소시스트 드라마 <손, 더 게스트>까지 다시 완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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