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음악적이지 못한 인간의 취향
음악 잘 모릅니다.
들으면 좋지만 딱히 취향이란 게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듣고 앨범을 모으던 주변 사람들이 있어 그 덕을 좀 봤습니다. 따라 듣다가 나름 합이 맞는 가수를 알게 되기도 했죠. 거의 매일 이어폰을 끼고 다녔지만 대개 그냥 별 생각 없었어요. 그래서 "요즘 뭘 들어?"라고 물으면 항상 "글쎄..."하며 별 할 말이 없습니다. 유난히 이름이나 곡명을 기억하지 못하거니와, 딱히 장르를 가리진 않아도 어느 하나 깊게 파고들지 않아 듣던 것만 되풀이해 듣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이십 년 된 제 아이팟 1세대를 꺼내 듣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참 발전이 없구나."
거기 든 플레이리스트가 요즘 제가 듣는 음악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
뭐, 의리(?)도 있어 보이고, 좋아하면 계속 들으면 좀 어때 싶지만, 티끌 모아 취향이라고, 좀 깊이 파고들었다면 어쩌면 지금쯤은 꽤나 괜찮은 음악 취향을 가졌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음악도 그렇지만, 무언가 계속 좀 깊이 다가가면 시간이 흘러 꽤나 괜찮은 취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쌓일 때 멋지게 늙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은근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훌륭한 취향이란 단 번에 얻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음악은 몰라도 어릴 적부터 멋지게 늙고 싶다는 소망은 품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