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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라도

프라이빗 라이프



뉴욕의 40대 부부, 고환이 하나밖에 없는 남편과 폐경기에 접어드는 아내는 난임으로 고통받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엄청난 노력과 투자를 마다하지 않지만 모든 게 쉽지 않죠. 빚을 내서라도 불임 치료를 받는 부부의 삶은 온통 임신 하나에 집중되고, 그들의 인생은 점차 임신이 되어 갑니다. 주변 사람들은 부부를 동정하고 응원하지만, 냉정한 타인의 눈에 일면 그들의 집념이 집착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운의 실타래는 꼬일 대로 꼬여 거듭된 노력은 결실을 얻지 못합니다. 체외수정에 실패하고 입양도 시도하지만, 기다림의 연속인 입양 절차 또한 녹록지 않죠. 그마저 불운이 겹쳐 문턱에서 좌절하는데, 그러던 중 부부는 주치의로부터 또 하나의 방법을 권유받습니다. 바로 제삼자로부터 난자 기증을 받아 체외 수정하는 방법입니다. 타인의 난자를 받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초조한 부부는 이제 난자를 기증할 대상자를 물색합니다. 하지만 생판 남인 기증자들을 골라 그들의 난자를 사려니 망설여지죠. 그리고 바로 그때, 이십 대의 조카가 때마침 뉴욕으로 찾아옵니다. 서로 눈이 마주친 부부는 운명을 직감하죠.



만약 조카의 난자를 기증받을 수만 있다면 불안할 것 없습니다. 물론 정상적일 경우 삼촌의 정자와 조카의 난자가 만나 숙모의 배 속에서 자라는 셈이니 매우 괴이한 일이 되어버리죠. 다만 영화는 그 괴이함을 살짝 비켜 지나가는데, 자기 형제의 딸이긴 해도 새아빠라 피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것입니다. 남이지만 가족인 믿을 수 있는 사람, 부부는 완벽한 기증자를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사리 얘기를 꺼낸 끝에 조카는 부부의 제의에 흔쾌히 승낙합니다.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삼촌 내외를 평소 선망하던 조카는 숙모를 따라 작가를 꿈꾸며 뉴욕으로 온 참이죠. 조카는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삼촌 내외의 고충을 아는 터라 매우 좋은 일을 돕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족인 이상 미묘한 문제입니다. 그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 탄생 비화를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조카의 어머니는 당연히 딸을 걱정하고 반대합니다. 어머니와 딸은 한바탕 갈등을 겪죠. 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렸던 부부 역시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습니다. 간절히 원하긴 해도 당연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요구할 수 없는 문제죠. 결국 중요한 건 조카의 결정입니다. 그럼에도 기증하겠다는 다 큰 딸의 결정을 어머니는 존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부부와 조카는 본격적인 임신 작전에 돌입합니다. 인내심이 필요한 지난한 과정, 든든한 기증자를 얻은 부부는 기어이 임신에 성공하게 될까요?


이렇게 해서라도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걸까…

영화를 보며 그 의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결론은 그럼에도 원하는 이상 반드시 그래야 할 듯합니다. 아무리 포기하는 것이 많은 시대여도 포기에 익숙해지면 안 되듯, 원치 않는다면 모를까,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족한다면 후회할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후회하는 삶은 필시 결락이 생기고 맙니다. 사실 아이를 가지고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건 인생의 평범한 바람이자 권리입니다. 다만, 인간은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어렵다는 걸 살면서 배워가는 듯합니다. 그 평범한 바람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건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영화는 매우 진지하고 누군가에겐 고통스러울 수 있는 문제와 직면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간이 섞은 무리 없는 유머에 시종일관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게 만든 수작입니다. 폴 지아마티는 좀처럼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죠.

전 아이를 낳아보지 못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았죠. 안 하고 못하는 건 다르지만 생의 흐름을 따라가는 사이 그런 구분조차 별 의미 없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거니는 가족과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아이들(그리고 강아지)을 보면 나도 몰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지만, 그건 결국 인간의 삶이 선사한 매우 아름다운 축복을 곁에서 목격할 뿐입니다. 목격만으로는 부족하겠지만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마침 <사생활>이란 제목답게 이 영화의 소재도 사실 지금의 제 사생활과 그 어떠한 공감대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제 눈에 더할 나위 없이 인상적입니다. 간절히 바라지만 끝없는 인내가 필요한 인생의 한 과정을 덤덤히 그려냅니다. 꼭 난임이 아니라도 말이죠. 그런 까닭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꽤나 인상적입니다.


모두들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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