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톨스토이, 부활

어느 교수가 말했다. 톨스토이가 아니라 똘스또이라고... 똘스또이의 무덤 앞에 눈물을 흘렸다는 그가 수업 시간마다 똘스또이의 발음에 주의를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게 똘스또이는 그런 작가다.
똘스또이의 대표작 <부활>은 1889년 집필을 시작해 몇 번 중단되었다가 약 10년 뒤인 1899년 12월에 완성되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 근거가 되었다. 똘스또이는 이 사건을 파헤친 A.F. 꼬니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으며 꼬니는 핀란드의 고아 소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작가에게 들려 주었다.
소녀는 한 부유한 러시아 부인의 양녀로 들어간다. 거기서 부인의 친척인 어떤 사내가 그녀를 유혹한다. 임신한 그녀는 집을 떠나는데, 자력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어 매춘부로 전락한다. 어느날 그녀는 손님에게서 상당한 액수의 돈을 훔친다. 결국 체포되어 고등재판소에서 재판에 회부되나 기이하게도 배심원의 한 사람이 바로 그녀를 유혹한 사내다. 그는 소녀의 변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이 소녀의 인생을 망쳤다는 것을 깨닫는다. 양심의 가책과 함께 속죄를 위해 그녀와의 결혼까지 생각한다. 이제 결혼이 성사될 무렵에 갑자기 그녀는 감옥에 갇힌 채 장티푸스로 기구한 운명을 다하게 된다.
소설에서 똘스또이는 이야기의 집중력을 위해 실제 사건 내용을 변조시킨다. 동시에 그 배경이 모두 현실적으로 묘사됨에 따라 작가의 도덕적 사회적 분노가 강렬하게 담겨진다. 소설의 여주인공인 매춘부 까쮸샤 마슬로바의 사건은 지방재판소에서 심리된다. 배심원 속에 귀족인 네홀류도프가 있다. 그는 꺄쮸샤가 옛날에 그의 두 숙모가 후견인으로 돌봐 주었던 소녀이며 자신이 유혹한 소녀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 소녀를 악명 높은 창가(唱歌)로 쫓아버린 불행한 사건의 장본인이라고 깨닫고 그녀를 구제하려고 결심한다. 네홀류도프가 꺄쮸샤에게 옛일을 후회하고 있다고 고백한 다음, 진심으로 그녀와 결혼하려고 하지만 꺄쮸샤는 자신의 운명보다 그의 양심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난폭하게 말한다. 당신은 나를 이용해서 자신의 마음을 구제 하려는 것이라고.
<부활>은 1899년 <니바>지에 발표되었다. 검열에 의한 삭제된 부분은 무려 550 군데에 달했다. 똘스또이는 러시아어판과 동시 출판되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해외판 판권에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박해를 받고 있는 ‘두호보르 교도’를 캐나다로 이주시키기 위해서였는데, 그들이 그 자신처럼 박해받는다고 생각했다. 한편, 이 소설에서 표출된 작가의 도덕적, 사회적 분노는 파괴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 통렬한 풍자는 러시아 정교에 대해 모독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그는 1901년 2월 2일 파문 당한다.
작품에서 주목해야할 인물은 네훌류도프다. 이 인물은 설득력 있고 생생한 효과를 주기에는 너무나 지나친 똘스또이의 전성관(傳聲管)이기 때문에, 네홀류도프는 진정한 도덕적 정열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오히려 도덕적 계율에 의해서 움직여 지는 인형과 같다. 결국 그는 종교의 교의 속에서 구원을 찾아내는데, 이러한 네훌류도프의 자기 완성, 이른바 '도덕적 부활'의 과정은 애매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함에도 이 소설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원제 Воскресение
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옮김 박형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3년 1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