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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행] 당기니까 좋아.

#카메라 #렌즈 #후지필름 #후지논 #XF16-80mm #F4 #줌렌즈 #xpro3 #디지털창신 #양양 #낙산사 #고성 #완곡마을


지난번 물치항을 오가며 잠시 낙산사와 완곡 마을도 들렀습니다. 거기선 X-Pro3에 처음 줌렌즈를 꺼내보았죠.

최근 영입한 후지 XF16-80mm, 35mm 환산 화각으로 24-120mm에 해당하는 표준 줌 렌즈입니다.



첫 느낌은, 역시 당길 수 있다는 건 좋다는 거였어요.

작고 가벼운 리코 GR의 자유에 대해선 이미 말씀드렸지만, 좀 무거워도 하나의 렌즈로 24부터 120mm까지 맘껏 당기고 풀 수 있다는 건 또 하나의 자유였습니다. 몇 차례 셔터를 누르자마자 기대한 대로 과연 만능 렌즈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일단 만사 오케이. 어지간한 여행이면 이거 하나면 든든할 것입니다. 유일한 흠이라면, 이 렌즈를 달고 날아가고 싶어도 요즘은 여행을 못 다닌다는 거죠?



물론 기록과 여행 사진 위주의 의견이긴 합니다만, 뛰어나 화질을 요하는 작업이 아닌 이상, 기본에 충실하며 화질이나 결과물에도 딱히 실망할 부분이 없는 렌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대 개방 조리개 값 F4의 한계, 동영상 용도로 쓸 때 조리개 조절 시 문제점, 그밖에 표면적 수치나 데이터의 아쉬움 등 여기저기서 언급되는 문제는 있지만, 용도에 따라서는 전혀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XF 16-55mm(환산 24-70mm 대)이 부럽지 않다고 믿고 싶습니다. 전 문득 '함께 여행 다니기 좋은 친구'를 떠올렸는데, 표준 줌 렌즈로써는 그럴싸한 평가를 얻은 것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게다가 동급 줌렌즈에 비해서는 작고 가볍습니다. 어떤 줌 렌즈든 분명 벌크 하지 않을 순 없지만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대개 XT 시리즈에 배합시키겠지만, X-Pro에도 썩 잘 어울립니다. 다만 '너 없으면 못 살아' 정도는 아니고,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점. 한 가지 노파심은 예전처럼 단렌즈를 애용하진 않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아마 여러 가지 단렌즈를 써보고 들고 가 이것저것 마운트 해보는 재미는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야외에서 렌즈를 교체하는 일은 먼지도 들어가고 분명 귀찮은 일이지만, 나름 진중한 사진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었죠.



자유로운 화각 선택의 폭이란 당분간 부담도 될 것 같습니다. 처음이라 역시 불규칙한 화각을 남발했는데, 일정하지 못한 시선으로 줌부터 당기며 한 걸음 더 다가가는데 인색해지기도 했습니다. 없으면 쓸 것이 없으니 자연히 절제하지만, 쓸 수 있는데 안 쓰고 절제하며 당길 것과 당기지 않을 것을 안다는 건, 또 하나의 허들,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은, 두려워하지 말고 남발하며 제 사진의 허접함을 직시할 계획입니다. 뭐, 못 찍으면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살짝 밑천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번, 단렌즈와 줌렌즈에 대한 고민과 선택에 대해 말씀드린 적 있는데, 역시 편한 것이 꼭 쉬운 건 아니네요.



사실 이 렌즈 구매를 망설인 이유는 또 하나 있었습니다. 풀프레임이 아니라 하필 APS-C 크롭 센서에 첫 줌렌즈를 써야 하냐는 것 때문이었습니다(센서를 떠나 카메라가 X-PRO3라는 점도 좀 그랬죠. 단렌즈 하나 달고 다니면 좋을 카메라이긴 합니다). 환산 화각을 따져서 쓰는 줌렌즈라니, 그건 다음에 캐논 같은 걸 쓰며 1:1 풀프레임용으로 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죠. 흔히 카메라보다 렌즈야말로 사진의 투자이고 자산이라고들 하는데, 잘 산 렌즈는 오래 두고 쓰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일단 자신이 쓰는 메이커에 확신이 생겼다면, 그 마운트의 렌즈를 확장해가는 법이고, 카메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낡고 새 버전도 나와 교체하는 반면, 렌즈는 어지간하면 바꾸지 않고 유지하면 되는 거죠. 결국 렌즈가 남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지필름의 렌즈는 아무리 가성비 좋다고는 해도, 크롭 센서의 렌즈에 호환(어댑터 등으로 다른 마운트에 쓰기)이 안 되고, 중고 가치도 급락하는 편이거든요. 고가로 갈수록 구입이 망설여집니다. 중고로 매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캐논이나 소니처럼 사용자가 많진 않아 중고 개체도 적어서 아쉽습니다. 저도 이것만큼은 덜컥 사버릴 순 없었고, 여러 가지 생각에 수개월 동안 망설였던 기억입니다. 결국 후지 유저라면 모두들 아실만한 곳에서 벌크 제품으로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을 택했죠. X-T3 번들 패키지에서 개별 판매한 것인데, 받아서 문제없이 제품 등록을 마쳤죠.




요약하자면, 후지에 만족하며 오래 쓴다면 하나 있으면 좋을 줌 렌즈. 못 찍으면 렌즈 탓이 아니고 내 탓.

투자에 앞서 어떤 확신이 필요하다면, 묻고 더블로 가셔도 좋습니다.




참고로 사진은 (일부 밝기만 조정한 거의)무보정 JPG입니다.

필름시뮬레이션은 프로비아, 벨비아, 클래식 네거티브, 아크로스를 썼는데, 대부분은 프로비아(흑백은 아크로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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