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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 X100F와 함께 2년
오랜만에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사진에 입문해 지난 6~7년간 지름의 중심에서 카메라를 외친(?) 데 비하면 리뷰가 드물었습니다.
감히 아는 척하기 어려운 거죠. 게다가 매번 리뷰보다 지름의 속도가 한 발짝 빠르다고 할까요?
사진 생활은 좋지만 그로 인해 발병한 장비병은 역시 대단해 새삼 뒤돌아볼 여유 없이 숨 가쁘니, 이건.... 끝이 없습니다. 마치 탐욕의 무간지옥에서 영혼의 짝꿍 기기를 찾아 끝없이 헤매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 방황으로 얻은 결론, 최애 카메라 한 대를 리뷰할까 싶습니다.
내일이면 또 내일의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니, 오늘!! 바로 후지 X100F입니다.

2년 전 X100F 언박싱 후...
가만 보니 카메라는 정작 제 얼굴을 찍지 못하니 자꾸 폰카로 찍게 된다.
X100F 장점은 꼽으라면, 역시
1) 레트로 한 디자인(가볍고 콤팩트한 사이즈 포함)
2) 색감
3)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이 세 가지가 제가 이 카메라를 선택한 최초 이유였습니다.
1)의 경우 당연히 레인지파인더(이중 합치로 초점을 맞추는 방식) 풍의 이쁜 디자인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가볍고 콤팩트한 건 여행 때 복잡한 도심을 활보하며 마음껏 쓰기에 안성 맞춤입니다. 다만 디자인이 사진을 찍어주는 건 아닙니다.
2)의 색감도 개인적인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색감을 찾아 기변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아무래도 후지라는 오랜 필름 메이커의 조색감에 대한 신뢰는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후지의 색감이 대체로 근사한 건 분명합니다. 너무 요란하지 않고 너무 맹숭맹숭하지 않으며, jpg의 경우 필름 시뮬레이션이 흥미롭습니다. 다만 색감은 역시 주관적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제 경우 구매의 결정적 포인트는 3) 하이브리드 뷰 파인더였습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란 전자식 뷰 파인더와 광학식 뷰 파인더를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메이커에 없는 후지의 특징입니다. 개인적으론 하이브리드라는 것보단 이 정도 가격대에 광학식 뷰 파인더를 쓸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은 가기 어려운 홍콩에서 - 번잡한 도심에서 라이카 M8에 완승
그런데 사진 분야는 은근히 보수적인 듯합니다. 카메라 역시 끊임없이 변모하며 발전해왔음에도, 당장 무언가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면 거부감이 좀 생깁니다. 가령, 뷰 파인더가 없는 게 싫고, 뷰 파인더가 전자식인 게 걸리며, 기존의 카메라 다운(?) 디자인이 아니면 이건 뭐냐고 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남들에겐 없는 하이브리드라는 개념도 다소 괴이한 혼종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뷰 파인더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건, 고맙고 깜찍한 아이디어입니다. 비록 저는 광학식 뷰 파인더를 선호한 것이고 아직 완벽하다는 것과 거리가 좀 있는 불완전 하이브리드지만(그건 하이브리드 차량들도 그렇잖아요?), 그래도 쓰다 보면 전자식 뷰 파인더를 써야 할 경우도 있고, 뭔가 나이스 한 시도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여기에 더해 수동 초점 기능에 맞춰 광학식 뷰 파인더에 작은 초점 창이 귀엽게 팝업 하여 나타나는 모드가 추가되어 있고, 뷰파인더 없이 후면 LCD 액정을 보고 촬영할 수도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점이 있습니다.
자, 물론 뷰 파인더가 그렇게 중요하냐, 굳이 작은 뷰 파인더를 들여다봐야 하냐, 후면 LCD 하나 보고 찍으면 좋지 않냐고 한다면... 그건 각자 입장 차이가 있어 의견이 엇갈릴 것입니다. 뭐가 옳다고 하면 꼰대일 뿐입니다. 다만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의 취향을 말씀드리면, 이왕 사진 찍는 걸 즐긴다면 사진을 찍는 행위를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카메라를 두 손으로 파지한 채 한 눈은 유리알 반짝이는 뷰 파인더에 붙여 온전히 집중, 몰입해 대상을 탐색하는 사이, 다른 한 눈은 뷰파인더 밖의 세상을 동시에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음이 동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노출과 구도를 생각하며 찬찬히 셔터를 누르는 과정, 그 행위는 사진을 찍을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요즘 대세는 전자식 뷰 파인더를 장착한 미러리스고, 뷰파인더 없이 후면 LCD로 찍어도 충분하지만, 그게 문제라는 게 아니라 찍는 맛이 다른 면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때로는 후면 LCD로 찍고 스마트폰이나 액션캠도 쓰지만, 그 즐거움을 맛보려고 따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X100F는 미러리스임에도 제 취향을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마실용 최애 카메라
그래도 적당히 지르자, 자제하자며 잘 참다가 어느 날 사진을 찍으러 나갔는데, 어떤 아빠 진사의 목에 걸린 걸 보고 그만 기추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이쁘잖아!"
덕분에 그 무렵 카메라가 세 대로 불어났었죠. 다만, 너무 좋아하는 건 영원하지 못한다고 하던가요? 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지고 나갔다가 시멘트 바닥에 떨구고 만 것이죠. 아... 인스타그램 등에서 페인트 벗겨진 카메라 사진을 찾고 또 찾은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그게 멋이라는 둥, 스스로 주문을 외우고 또 외웠죠. "장비란 원래 험하게 쓰는 거야, 손에 익어야 하는 법이야!"라며. 하지만 그러자 저란 인간 또 슬슬 단점을 보기 시작하는 겁니다.
1) 광학식 뷰 파인더는 100% 시야율이 아님
2) 방진방적이 안 됨
3) 저렴한 셔터 감, 소리
4) 느린 AF 속도
일단 1)은 뷰 파인더로 본 것과 찍은 것이 살짝 다르니 정밀한 사진을 찍을 경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됩니다.
2) 또한 그렇습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어지간하면 피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방진방적이 되더라도 완전 무결한 건 아니니까요.
3), 4)는... 사실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셔터 감이나 소리로 좋은 사진을 찍는 건 아니고, 더 느린 AF도 써봤습니다.
그래서 달리 생각하면,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들이기도 합니다. 누가 뭐래도 이 가격대에 최상의 사진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 콤팩트 미러리스입니다.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는 명기입니다. 처음 카메라 구매를 고려한다면 적은 가격은 아니겠지만, 결국 아깝지 않은 투자일 것입니다. 중고 거래의 경우도 비교적 가격 방어가 잘 되었고 말이죠.
다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고, 그만큼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원래 카메라 업계가 응당 들어갔어야 했을 기능을 미루고 쟁여 놨다가 한 템포씩 늦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가볍게 들고 국내 여행
X100F의 후속이라면, 방진방적과 함께 터치 LCD 정도는 넣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셔터도 좀 손봐... 결국 다 해달란 얘기.) 아마도 XPRO2와 X100F의 관계가 그랬듯, 리틀 XPRO3을 생각하면 그 힌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대신 XPRO3의 덕후스러운 틸트형 LCD은 X100F에선 필요 없고, 개인적으로 앞서 언급한 다른 기능과 성능의 향상에 힘을 실어주고 부피와 가격을 유지시켜 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이렇게 아무렇게나 상상한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후속작을 기대하는 사이 저는 마침내 얼마 전 후지 X100F를 떠나보냈습니다.
"아니, 팔아버린 카메라 리뷰를 왜 했어?"라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원래 끝이 시작(?)이고, 헤어지면 함께 한 추억이 떠오르잖아요? 뭐래,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제껏 제가 2년 이상 소유한 카메라는 오직 X100F뿐입니다. 다른 건 그전에 다 보내버렸죠. 운명의 카메라를 찾는 과정에 나름 취향의 기준을 세워줬고, 그만큼 후회 없이 즐겁게 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니터 달리고 센서 달린 요즘 카메라가 평생 가는 건 아니니까, 아쉬워도 지금쯤 보내야 다음에 많이 보탤 수 있습니다. 다른 다 방출하고서도 X100F를 가능한 오래 붙잡았던 건, 역시 제 기준의 최대 장점인 광학식 뷰파인더 때문이었든 듯합니다.
후지에 만족했으니, 앞으로 다른 메이커를 쓰더라도, 후지는 한 라인업으로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후지논 렌즈들을 모아볼 계획으로 XPRO3 출시 직전 재고 물량이 풀린 XPRO2 그라파이트 에디션과 F2 렌즈를 저렴한 신품으로 영입해 쓰고 있습니다. XPRO3도 나왔지만, 라이카도 썼는데 호평 일색에 무려 4K 동영상도 찍을 수 있는 XPRO2로 잘 쓸 것 같습니다다다다...다만,

교대식 (좌 XPRO2, 우 X100F) - 굿바이 X100F
이번엔 후면 LCD 액정 불량 화소를 발견했네요.
서비스 센터에 보내려고 간밤에 진공 포장을 해서 택배 픽업을 대기 중입니다.
그러니까 곧, 후지필름의 서비스 수준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새 제품에 불량 화소야 있을 수 있죠.
녹색이니 스턱 픽셀인 것 같습니다. 일단 홈페이지 문의 답변은 다소 형식적입니다.
"안녕하세요.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고객센터 입니다. 항상 후지필름을 이용해 주시는 고객님께 감사드리며, 문의하신 내용에 대해 답변 드립니다. 먼저 제품사용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LCD의 경우 고밀도 정밀작업에 의해 제작되며 전체픽셀의 99.99%이상이 유효픽셀로 정상작동 하지만 0.01% 이하의 픽셀이 흑/적/청 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이경우 제품의 하자가 아니며 정확한 확인을 위해 접수 후 상담을 받아보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압구정로데오역에 위치한 본사서비스센터를 통해 전문기사가 제품 점검 후에 안내를 드리고 있으며 방문이 어려운 경우 홈페이지 AS택배접수를 통해 무료로 수거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제품사용 중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후지필름 고객센터 1577-4793 (평일 09:00~18:00)로 전화문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후지필름 코리아"
그래서 일단 전화를 해봤더니 가술자 연결은 안 되고, 이걸로 로데오를 할 순 없으니 망설이다가 택배 접수를 했습니다. 새 제품에 칼 대는 것 가슴이 미어지는데, 자다가도 자꾸 꿈속에 녹색 불이 깜빡여서 말이죠. 이건 어디 한 번 별도의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언박싱을 하기엔 좀 그렇고 ㅋㅋ
아무쪼록 무사히 수리부터 마치길...
연말에 시간이 좀 나면 XPRO2를 들고나가볼 생각입니다. 아직 한 번 찍어 보지도 못한 것이죠. ㅠㅠ 그렇게 좀 판단이 서면 XPRO2도 리뷰를 해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제 사진 실력이야 여전히 그저 그렇습니다만, 찍는 폼만은 나날이 근사해지는 연말이지 말입니다(짜증 난다)...
이렇게 평생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폼만 잡다가 끝나는 건 아닐까 싶지만, 그것도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네요.
쓸데없는 부심보다 무언가를 순수하게 즐기고 살고 싶습니다.
떨어뜨려도, 불량 화소를 발견해도 아랑곳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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