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니르자> 비행기를 납치하니 소남 카푸르가 있다
링크 : <씨네21> 게재 기사

*사진 : <니르자> 중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다. ‘웬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보다 훨씬 낫다.’
연말 연시가 지나고 매년 이 시기에는 발리우드의 기세도 한풀 꺾인다. 시선을 한 눈에 끄는 작품들은 드문 것이다. 반면 이 시기는신선하고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인도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시즌이기도 하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며 잔잔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신작 <니르자>도 바로 그러한 영화다. 이 영화는 인도 영화가 꼭 그들만의 리그에 있는 것만은 아님을보여준다.
1986년 9월 5일, 파트 타임 모델이자 항공사의 스튜어디스로 일하던 니르자(소남 카푸르 분)는 카라치를 경유해 뉴욕으로 향하는봄베이(현 뭄바이) 발 팬암 여객기 73편의 사무장으로 탑승한다. 22세의 그녀는 이번이 첫 사무장 근무다. 봄베이를 이륙한 비행기는평소와 다름없이 순항하고, 비행기는 중간 기착지로 파키스탄 카라치의 진나 국제공항에 착륙한다. 하지만 바로 그때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테러범들이 비행기를 납치한다. 테러범들이 빠르게 비행기를 장악해가는 사이, 파일럿들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조종사 없는 비행기는 그대로 카라치 공항에 발이 묶이고, 계획이 틀어진 테러범들은 이제 파일럿을 요구하며 무자비한 인질극을 벌인다. 미국 등 서방 국적의 승객을 처형하는 등 인질극은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니르자는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승객들을돕는다. 17시간의 인질극 끝에 상황은 극으로 치닫고, 혼란을 틈 탄 승객들은 마침내 탈출의 기회를 얻는다. 니르자는 끝까지 남아 승객들의 탈출을 돕고 379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359명이 무사히 구출된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생명을 구하진 못한다.
영화는 단순히 인질극 자체에만 이야기의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중간중간 니르자라는 인물을 조명하며 그녀의 삶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한차례 잘못된 결혼을 극복하고 의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던 한 여성의 인생이었는데, 그 강인함이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헌신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다고 영화는 말한다. 실화에 충실한 이 영화는 극적이거나 과장된 장면이 없고, 진짜 영웅의 이야기를 존중을 담아 군더더기 없고 진지하게 보여준다. 소남 카푸르의 열연이 돋보인다. 마침 할리우드의 독특한 히어로물인 <데드풀>이 인도 극장가에 상륙한 가운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호평받고 있는 진짜 영웅의 이야기 <니르자>의 성공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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