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식사 문화, 함께 혹은 따로 하는 식사

어느날은 직원 한 명의 생일이라 회식 겸 점심으로 직원 모두에게 피자를 돌렸다. 인도 직원들이 술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한국처럼 저녁에 따로 회식을 하면, 좋아하긴 해도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조금 부담스러워 했다. 밤은 어두운데 대중 교통이 잘 갖춰져 있진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인도에서 피자는 평소 즐기기에는 다소 비싼 ‘서양 빈대떡’이다. 어떤 종류의 음식은 사람에 따라 꺼려할 수 있지만, 피자는 인기가 좋다. 인도 음식이란 게 원래 난(Naan)이나 짜파티(Chapati) 같은 구운 빵을 커리에 찍어 먹는 것이니 그럴 만하다. 단지 채식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피자를 구분하여 주문하면 된다.
필자도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피자를 먹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기했다. 예전에는 계급이 다르면 자리와 음식이 구별 되었고, 식당에 따라서는 외국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함께 모여 회식을 하니 그 변화가 재미있단 생각도 든다.
또 어떤 날엔 업체 사람들과 식사를 하거나 잔치에 초대받는 경우도 있다. 새삼 인도도 참 많이 유연해졌다고 느꼈다. 국적이나 계급, 종교 그리고 성별에 상관없이 어울려 식사를 하는 모습은 그런 의미에서 보기 즐거운 광경이다. 물론 이는 외부와의 접촉이 잦은 도시에서 발견되는 변화다.
깊숙이 살펴보면 아직 변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가령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들은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없다. 건물의 수위와 청소부도 또 구분된다. 조직이 커지고 사람이 많아질수록 인종, 계급, 종교 등에 따라 더 갈라지고 구분될 수 밖에 없다. 남녀 직원 역시 회식이나 그럴 만한 이유가 없을 때는 같이 식사하는 경우가 절대 없다.
변했지만 변하지 않는 인도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