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인도에서 집 빌리기

인도에서 건물주나 집주인은 Landlord라고 하는데 ‘인도 농촌의 지주와 소작농’에서 지주를 지칭하는 말도 이와 같다. 결국 땅과 집을 소유한 사람들인데 보통 깐깐한 것이 아니다. 조목조목 따져서 밀고 당기며 임대 계약을 한 뒤 관공서로 함께 공증을 받으러 가는 과정은 괜찮았다. 인도라면 서류와 절차가 항상 중시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후 임대가 끝나고 일어나는 일이 문제였다. 임대 조건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개 인도에서 집을 임대하면 두 달치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맡기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임대가 끝난 시점에 그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인도의 집주인들은 그 보증금을 안돌려주려고 온갖 애를 쓴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세입자를 낮게 보는 측면도 없지 않는데, 자신이 ‘지주’의 위치에 있다는 의미였다.

결국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진다. 집 상태를 점검하면서 심지어 전구 하나하나까지 다 확인하고, 이건 원래 이런 상태가 아니지 않느냐, 청소를 자주 안해 낡은 것 아니냐 등 온갖 구실을 들어 보증금에서 제하려 든다. 일부는 이해가 되어도 처음부터 문제가 있던 것들이나 임대한 기간동안 손 한 번 대지 않은 것들까지 맘먹고 들추니 감정이 상한다. 전기가 수시로 끊기고, 물도 제대로 안나오는 판국에 억한 심정도 든다. 너무 물러서면 손해를 보니 언성이 꽤 높아지기도 하다가 결국 서로 양보하여 합의를 본다.
하지만 세입자가 어느정도 손해를 보기 마련이고, 돈보다 사람이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