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안사리는 지금 어디에?

*사진 : 묵타르 안사리(좌), 나렌드라 모디(우)
마피아 출신 정치가로 납치 및 살인 등 여러 범죄 혐의로 수감된 묵타르 안사리(Mukhtar Ansari)의 가석방 신청이 철회되었다. 이에 따라 가석방을 위해 주 수도에 위치한 러크나우 교도소에서 이감 되었던 그는 아그라 교도소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안사리는 소속 정당이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이전 정권이었던 사마지와디 당(SP, Samajwadi Party)과 통합되자 작년 6월 아그라에서 러크나우 교도소로 이감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타르프라데시 주 정부는 일반 수감자와 다를 바 없는 이송 조치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일찍이 지난 지방 주 의회 선거에서 BJP가 우타르프라데시 주 정권을 장악할 경우 범죄자의 가석방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그 말 그대로 BJP가 집권하자 주 수상에 오른 요기 아디야나스는 안사리의 가석방 신청을 단칼에 거부하고 그를 다시 원 위치시킨 것이다.
에디터의 눈 : 열풍을 지켜보는 법
인도엔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다. 3월이면 이미 여름철이지만 예년과 달리 이미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등 예사롭지 않다. 열풍이 불고 사망자가 나오는 등 매년 같은 시기에 시작되는 여름이지만, 같지 않은 여름을 예고하고 있다.
같지만 같지 일은 또 있다. 때가 되면 불어오는 인도의 정치 열풍은 매한가지지만, 모디 총리나 우타르프라데시의 주 수상에 오른 요기 아디야나스의 행동은 거침이 없다. 모디의 개혁적 리더쉽과 BJP의 득세로 이어진 거침없는 행보는 용광로 같은 나라 인도를 어디로 끓어오르게 만들지 모른다. 경제 성장을 위한 드라이브와 개혁 및 부정부패의 척결은 물론 소고기 파동 같은 극단적 조치로 큰 기대와 약간의 우려가 섞인 마음으로 슬슬 ‘인도는 공사 중’이란 푯말을 내걸고 싶어지기도 한다. 평가는 역사의 몫으로 아직 이르다.
안사리에 대한 소식은 언뜻 사필귀정 범죄자를 향한 정의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범죄 조직의 합법화라는 인도 사회의 불편한 이면을 잘 보여주고, 사회 정의와 무관한 이권에 따른 정치적 야합의 단면도 꼬집는다. 원래 그는 마피아로 70년대 정부의 이권 사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자신의 정체를 세탁한 인물이다. 석탄, 철도, 폐기물 재활용, 주류 사업 등 비즈니스로 영역을 넓혔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범법 행위로 수감되자 이번에는 우타르프라데시 주 의회 선거에서의 정치 야합을 대가로 형량을 거래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지저분한 야합과 뒷거래의 시도 또한 개혁의 열풍 속에 좌절되었다는 건 최근 인도 사회에 좋은 징조임에 분명하다.
다만, 만약이라는 가정 속에 반대 정당이 득세하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면 아직은 불안하고 아득한 일이다. 인도의 선거는 무수히 많은 정당의 연대를 통해 세를 규합하는 것이고, 만약 모디처럼 절대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향후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권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정치 개혁이야말로 인도가 가진 숙명의 과제일지도 모른다. 개혁이 통한다면 그 길을 꿋꿋하게 계속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안사리는 인도 독립 운동기 초기 정치 지도자 중 하나로 인도 국민회의(INC)와 무슬림 리그를 이끈 바 있는 묵타르 아흐메드 안사리(Mukhtar Ahmed Ansari)의 손자다. 이런게 인도 사회의 흥미로운 부분 아닐까. 선대는 정치 지도자, 후대는 정치 마피아… 그렇다면 그 후대엔? 안사리 가문의 까르마(업보)도 계속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