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센티멘털 인디아 ⑬] 아프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니... 누군가 (순화해서) 웃기지 말라고 했죠?
지당한 말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은 개뿔!
조금 다른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꿈과 열정에 몸부림치던 것을 아프다고 멋지게 표현했던 것을, 시대가 변해 진짜 아파도 참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치자면, 젊거나 나이 들었거나 모두 아프지 않아야 청춘이고 노년입니다.
가뜩이나 코 끝이 찡할 만큼 공기 오염도 심각한 데 말이죠.
열심히 노력한다고 보상받는 사회가 아니라 잘 해야 보상받고, 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의 차이도 큰 시대입니다.
그러니까 속지 마세요. 아픈 청춘을 보냈다고 꼭 보상을 받진 않습니다. 다만, 나름의 최선을 다해야 할 뿐입니다.
그리고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냥 아무 말 말거나, 정말 낫도록 해주거나, 굳이 위로하자면 스스로의 무용담을 풀어놓을 생각일랑 거두고 그저 담담하게 위로해 주기를...
오늘, 옛 사진을 꺼냈습니다.
아직은 필름 시대에 인도에 간다며 난생처음 카메라를 썼던 때의 사진입니다.
그때 저도 청춘이고, 아팠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아팠습니다. 인과 관계가 아니라 그냥 청춘과 아픔의 병렬입니다.


다른 글에서도 대강 소개되었지만,
당시 카주라호로 가기 위해 선택했던 길은 잔시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로컬 버스로 갈아타고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난생처음 겪는 환경 속에 조금은 지쳤는데, 처음 타본 덜컹이 버스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더니 급기야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하루만 더 자보고 결정하자."
여행을 계속하냐 포기하냐 고민하다가 포기를 결심한 다음날 오전 기사회생하여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참 암담합니다. 아직 인도를 제 인생에 온전히 품지 않았던 시절이니, 맘껏 밀어낼 수도 있었던 셈입니다.
그렇게 계속된 여행에서 저는 인도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여행에서 좀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도의 좋은 면을 보게 된 까닭도 있겠지만,
아마도 아파서 미처 가보지 못한 곳에 미련을 둔 것이 인도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자꾸 생각하면 좋아하게 되듯,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기 위해 또다시 인도를 가고, 또 가고, 자꾸 가다 보니 인도가 제 인생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입니다. 여전히 저에게 인도는 때론 밉고 때론 그리운 곳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이고, 아팠을 뿐입니다.
그냥 그게 제 청춘의 카주라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