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채
[발리우드] 무한 전쟁

인도 영화 시장의 인피니티 스톤을 얻기 위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고 있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타임 스톤을 가졌다면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는 건, 인도 관객들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개봉 전후 뒤따른 반응도 그렇다. 특히 자국 영화에 충성도가 높은 관객들은 경계할 만하다. 영화팬의 입장에서도 그간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외화의 공세에도 내성을 발휘해왔던 발리우드가 이번엔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할리우드가 발리우드의 빌런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서로의 자극 속에 상생하며 발전한다. 이제껏 발리우드가 대개 승리를 거둬왔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흥행 면에서 자국 영화를 능가한 외화는 드물었다. 영화권 특유의 정서, 자국 배우의 영향력과 관객 충성도 외에 상영관 확보, 첫주말로 상징되는 초반 성적은 흥행여부에 직결되는 요소인데, 아직은 인도 영화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 제작 및 배급사가 인도에 포진하지만, 당장은 자국 영화에 대한 제작 투자의 결실이 더 돋보인다. 관객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인프라의 확대가 더해지며 점차 외화의 쏠쏠한 활약도 보이지만, 흥행의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 건 아니다. 한번쯤 깃발을 꽂을 때가 오지 않을까?
물론 이번에도 발리우드의 대항마는 있다. 타노스보다 먼저 스톤을 가져간 건, 앞서(3월 말) 개봉한 발리우드 액션의 끝판왕 <바기 2>다. 사랑하는 이의 복수를 위해 홀로 나선 주인공은 전편 <바기(레블, 2016)>에 이어 타이거 슈로프가 맡았다. 영화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상대 여배우인 디샤 파타니와 더불어 신선한 얼굴이다. 타이거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스티븐 시걸이 반반 재림한 듯한 모습을 선보이는데, 붉은 스카프를 팔뚝에 메고 몸을 날려 강 펀치를 날리며 몹시 아플 것 같아도 불굴의 의지로 싸워나간다. 특히 한 번 툭 치면 악당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에선,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한때의 추억을 소환하게 된다. 한 마디로 화끈하고 시원 통쾌하다. 게다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특유의 낯뜨거움을 느끼며 때때로 박장대소 하는 건 덤이다. 전작의 성공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 영화를 두고 <존 윅>에 대한 발리우드식 응답이라고 하는데, 이 시점에서 보기엔 정공법으로 무한 전쟁에 임한 것만 같다. 과연 종국엔 누가 스톤을 차지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