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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 가방 찾기 그리고 카무플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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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자꾸 이것저것 사서 써보게 됩니다.

좋은 걸 맨다고 그 속을 만두처럼 꽉 채울 재주도 없으면서

보이는 거 아무거나 들고 다니면 되지, 자꾸 가방을 산 것이죠.


처음 가방을 신경 쓴 건 아마도 출장 때문이었던 듯합니다. 차라리 거기에 눌러앉는 게 바람이라고 할 만큼 자주 다녔던 편이죠.

일을 하며 여행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대개 일이란 그렇듯 여행도 일이 되면 시큰둥해지거든요. 영 설레지 않게 되어버리고, 특히 짐 싸는 게 귀찮아집니다. 어느 날은 차를 한참 몰고 인천 공항 톨게이트를 지나는데, 그제야 현금도 없이 왔다는 걸 깨달을 정도였죠. 둔감해집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가볍고 심플한 게 최고였습니다. 혼자 다닐 때도 짐을 부칠 필요 없이 날아다녀야 편하고, 또 다른 사람과 동행하면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 하니 가급적 짐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죠. 은근 자세가 되었다고 좋아하는 윗분도 있었죠. 하지만, 제겐 실은 그분들이 큰 짐이었다는... 아무튼 짐을 많이 가지고 다녀봐야 좋을 게 없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작게! 또 그러다 보니 그걸 담고 가는 용기에 까다로워진 거죠. 그래서 신중하게 가방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만족한 적이 별로 없어요. 멋과 개성, 가성비 다 좋지만, 사실 그렇게 택한 가방 대부분은 결국 낭패를 보았습니다. 이건 가져야겠다고 마음에 든 점은 하나씩 있었지만, 이게 되면 이게 안 되고 말이죠. 가방의 딜레마였습니다. 역시 일정한 체적과 부피를 가진 물체를 마음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하기란 불가능하죠. 그래서 일단 가능한 작은 사이즈의 속이 텅 빈 가방에 어떡하든 촘촘하게 넣는 방법을 택하고는 했습니다. 한번 군장을 잘 꾸려보는 거죠.



그래서 여행이나 출장이라면 이제 어느 정도 짐을 작게 꾸릴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뭔가 '장비'가 추가되면 이건 또 답이 없네요. 어떤 도구를 담느냐에 따라 그걸 담는 전용 가방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러면 또 하나의 별도 가방이 추가되어버리는 꼴이네요. 다른 건 몰라도 특히 카메라 가방이 그렇습니다. 일단 크기부터 애매합니다. 예상 용도 및 사이즈 별로 나오긴 하는데, 신발 사이즈 같은 거랑은 틀리니까, 이상하게도 그중엔 제게 맞는 가방이 없다는 거죠. 가령 작은 카메라에 맞춰 조그만 가방을 마련했더니, 렌즈가 이것저것 늘어나면 더 큰 가방이 필요해지고, 아싸리 많이 큰 가방을 하나 구해놓자니, 그건 어깨에 매거나 등에 매거나 다 불편해지고, 결국 중간 사이즈의 가방도 하나 사둬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참 가관이네요.


먼저 카메라 가방이 필요하기 이전까지 한동안 제가 가장 좋아한 가방은 MAKR(https://makr.com/)였습니다.

모양이 워낙 제 취향이라 인도에 머물 때 미국에서 주문해서 배송받는 고난도 쇼핑을 시험했던 가방들입니다.

다행하게도 무사히 잘 배송받았는데, 축복받은 인터넷 쇼핑 천국인 한국에서 구하는 건 껌이죠.

그중에 제가 직접 써본 건 FOLD WEEKENDER, FARM RUCK SACK 두 가지입니다.



FOLD WEEKENDER




FARM RUCK SACK



기본적으로 속은 버킷처럼 복잡하지 않게 텅 비어 있는데, 아주 기본적인 주머니만 달려 있어 이것저것 실용적인 주머니가 달린 걸 찾는 분들이라면 별로일 겁니다. 하지만 텅 비었다는 건 반대로 취향대로 마음껏 채울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카메라 가방은 아니지만, 못쓸 것도 없죠.

만약 카메라라면, 카메라 인서트를 하나 사서 넣으면, 별도로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카메라 가방으로 쓸 수 있습니다(어차피 카메라 가방도 기본적으로는 가방+인서트니까요). 다만 카메라를 넣고 꺼내는데 전용 가방만큼 편할 순 없겠죠. 그래도 따로 전용 가방을 쓰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드는 예쁜 가방을 카메라용으로 쓰려면 이처럼 속이 텅 빈 형태의 가방이 차라리 괜찮았습니다.


이 가운데 FARM RUCK SACK은 두 번이나 구입을 했습니다. 특히 하얀색이 아주 이쁘죠. 다만 여행을 갔다가 더러워져 세탁을 했더니 가죽에서 갈색이 이염되는 바람에... 검은색으로 하나 더 구입했죠. 사실 이염이 되는대로 그냥 매고 다녀도 좋지만, 그러면 너무 중세 목동 같은 분위기를 풍기니, 아무래도 험한 곳에 들고 다니려면 하얀색은 조심하고, 아무렇게나 쓰려면 짙은 색을 택하는 게 낫습니다. FOLD WEEKENDER도 좋았는데, 이건 한 번 세탁을 하니 색이 빠지는 건 그렇다 치고, 모양이 무너지더군요. 제가 이 가방들을 구입했을 때보다 지금 MAKR에선 좀 더 다양한 가방들이 나오던데, 모양 좋고 인서트만 넣어 다양한 용도로 쓰기 괜찮지만, 관리가 좀 필요합니다.


인서트만 넣는 방식으로 제가 쓴 가방은, MAKR 말고도 필슨(https://www.filson.com/luggage-and-bags.html)이 있어요.

Original Briefcase



Original Briefcase란 건데, 톰 크루즈 옹이 즐겨 쓰신다고 따라 산 건 아니고, 딱 봐도 튼튼하고 무작스러운 게 제 취향이기 때문이죠. 하나 가지면 평생 오래 쓸 가방이긴 합니다. 다양한 형태와 용도가 있으니 이 모델 말고 좀 더 작거나 큰 다른 가방을 선택해도 좋겠죠. MAKR보다 안전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고요. 다만 말 그대로 전혀 카메라 가방은 아니고, 꽤 무겁습니다. 기분 좀 내려고 인서트를 넣어 카메라를 담고 나섰다가 어깨에 쥐가 날 것 같더군요. 전형적인 미국 산골 아저씨들 타입입니다. 잠시 DSLR을 썼는데 큰 카메라를 쓰며 더 큰 필슨을 쓴다는 건 여간 체구가 크지 않으면 자살행위 같았죠. 혹 제한된 공간에 쓰거나 가방은 차량에 놔두고 카메라만 꺼내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라면 가능하겠지만, 가방을 들고 많이 걷는 스타일의 사진을 찍는다면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본격적인 고가의 카메라를 쓰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좋은 카메라는 좋은 가방이 필요했죠. 마침내 진지하게 늘 몸에 지니고 다닐만한 카메라 전용의 가방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업도 아니고, 그런 전용 가방에 어지간한 돈을 들인다는 건 역시 좀 망설여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가성비, 가성비 하며 찾아다녔는데 정말 헤맸습니다. 기본 제공하는 저렴한 가방도 써봤지만, 아무거나 마구 쓰다가 가방이 헛돌아서 새로 구입한 카메라를 며칠 지나지 않아 떨어뜨리기도 했죠. 그래서 불운한 인연으로 지나간 카메라가 당시 서브 카메라로 들인 후지 X100F였습니다. 마침 물욕에 카메라가 세 대로 늘어난 때였죠. 다 제 불찰이지만, 이 경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남 탓을 하기 마련이고, 전 당당하게 가방 탓을 했답니다. 뻔한 스토리죠.


앞에서 보셨듯, 제 가방 취향이 그렇다면 답은 어느 정도 좁혀지기 마련입니다. 빌링햄이죠.


Billingham



딱입니다. 이만한 카메라 가방이 드물죠. 다만 좋은데 어쩐지 교복 같은 느낌도 듭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애용하시니까 오히려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반해 또 가격은 상당하거든요. 그런 까탈스러운 개인 취향 때문에 자꾸 다른 걸 더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한편 무거울 바에야 두고두고 오래 쓸 가죽 재질도 눈길이 갔지만 너무 비싸기 때문에 아무래도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Compagnon the medium messenger, 이건 마치 내 스타일지만 막상 만나보면 내 스타일이 아닌 사람 같은 가방



그런 의미에서 전 한동안 좀 더 가성비의 이런저런 용도의 카메라 가방을 찾아다녔는데, 그중에 아티산 아티스트, 인케이스, 둠케 등의 가방을 적당한 타이밍에 적절한 가격으로 써보긴 했습니다. 딱히 나쁘진 않았죠. 지금도 곁에 걸어두고 용도에 따라 잘 쓰고 있습니다만, 항상 애매한 것이죠. 너무 크거나 찍찍이 소리가 거슬리거나 이게 좋고 이건 나쁘다... 비로소 이러다가 끝이 없겠다는 걸 깨달았죠.


왼쪽은 아티산 아티스트, 오른쪽은 둠케



제가 바란 단 하나의 카메라 가방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걸 가지고 수업료를 많이 지불한 셈인데, 결국 가볍게 가지고 다니고 싶으면 가방이 아니라 담고 다니는 걸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적 작은 부피의 카메라를 쓰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즐겨 쓰는 카메라의 유형이 어느 정도 좁혀진 이유도 있습니다. 후지 X100F, 라이카 M6, M8, M262, XPRO 시리즈 등 거의 일관된 부피의 카메라를 차례로 써보다가 하나의 카메라에 정착하며 빈 독에 물 붓기 같던 가방 찾기의 여정도 어느 정도 끝을 맺는가 싶었죠. 카메라 하나에 단렌즈 두 개 정도?


그러며 둠케의 찍찍이 소리가 거슬리는 사이 가장 애용해온 가방은 ONA Bowery였습니다.


ONA Bowery

역시 캔버스에 작고 가벼운 것이죠.

ONA Bowery에선 마침내 성공을 거뒀습니다. 정확하게는 가방 덕이 아니라 카메라 욕심을 내려놓았기 때문이지만, 최소한 지니고 다니며 쉽게 꺼내 찍을 수 있어 좋습니다. 위가 작아 소화가 안 될 것 같으면 밥을 덜먹으라는 말의 실천입니다.^^ 아무튼 그 가운데 Bowery도 또 샀다는 얘기지만, 비로소 여기서 멈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또 먹다 보면 양이 늘어난다고, 카메라는 작은 걸로 하나지만 렌즈의 개수가 점차 늘고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갈 생각에 어제 전 또다시 길을 잃고 기껏 얻은 깨달음을 버렸던 것입니다. 카메라 백팩이 필요했습니다. 여행을 가면 카메라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패드 하나와 간단한 옷가지는 한 번에 넣어가면 좋겠거든요(숄더 백 뒤에 또 백팩에 눈이 가는 거죠). 항상 마음에 담아둔 백팩이 있었는데, 마침 70% 특가 상품이 있더군요. 선호하지 않는 색깔 정도가 아니라 상상하기도 싫은 스타일이지만, 그러므로 특가인 것이니 아무렴 상관없습니다.


ONA Clifton Camouflage



ONA Clifton Camouflage입니다.

카무플라주... 속임수, 위장, 불리하거나 부끄러운 것을 드러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꾸미는 일. 쉽게 말해, 국방색입니다. 백팩 중에 훨씬 더 실용적인 것들은 많지만, 일단 기본적인 용도에 원래 제가 선호하는 캔버스 재질, 그리고 두 개의 인서트가 들어있어 용도에 맞게 변형하여 쓸 수 있습니다. 특화된 편의 기능 없이 너무 단순하긴 하죠? 이러면 굳이 일반 백팩에 인서트만 넣어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겠다고 볼 수도 있으나(틀린 말은 아닙니다), 맞춤형으로 딱 맞는 인서트가 들어가 있어 가방 안에서 인서트가 움직이는 일이 없다는 점은 일반 가방에 별도의 인서트를 넣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좀 좋은 인서트를 산 김에 가방이 따라왔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ONA의 품질은 꽤 괜찮습니다. 또 "이건 카메라 가방이다!"란 분위기가 풍기지 않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굳이 위장색까진 필요 없는데, 결국 군장 하나 마련한 기분도 듭니다.


사진 찍으러 걸어 다니는 것도 행군처럼 보무 당당한 걸까요?

그래도 실물을 보니 사진만큼 요란스럽지는 않습니다.

아무쪼록 또 가방의 무간지옥에 빠진 게 아니길 바라며 일단 잘 써보겠습니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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