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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16-80mm F4] 당겨(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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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선택하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렌즈를 선택하기도 하고, 때론 렌즈에 맞춰 자신의 눈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광각, 표준, 망원이냐 필요한 화각을 우선해 결정하기도 하고, 단렌즈냐 줌렌즈냐 용도에 따라 결정하기도 하며, 그 무엇보다 먼저 가격대를 정하거나, 반대로 얼마가 되었든 무조건 떨리는 손안에 넣으려고 하기도 하죠. 선택의 이유가 무엇이든 중요한 건, 결국 자신이 무엇을 어떤 의도로 쓰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모두 좋은 렌즈가 되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제 경우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로 줄곧 단렌즈를 써왔습니다.

사진의 기본처럼 여깁니다. 그만큼 매력 있고, 초심자가 좀 더 접근하기 쉬운 렌즈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하나의 화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단렌즈는 말 그대로 '매번 화각을 정할 필요는 없으니' 사진을 찍는 데 있어 '화각을 정해야 하는' 변수를 줄여줍니다. 발로 다가갈 수 없는 대상도 있으니 때론 화각을 맘대로 조절할 수 없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초보라도 어느 정도 사진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고정된 화각에서 노출(조리개, 셔터 속도, ISO)에 대한 연습을 하고, 구도에 대한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히 숙달되며 그 화각을 장악하게 됩니다.

그다음 다른 화각을 써보고 싶거나 지금 쓰고 있는 이 화각이 조금 아쉽다면 좀 더 넓거나 좁은 화각의 다양한 단렌즈 혹은 줌렌즈를 꼽고 내게 맞는 화각을 찾아보면 좋습니다. 그때 새로운 렌즈가 주는 즐거움도 큽니다.


X-Pro3에서 기본으로 쓰고 있는 표준 단렌즈 : 35mm F2 (풀 프레임 환산 50mm)



한편 줌렌즈를 쓰면, 어쩐지 줌부터 손이 가 당기게 됩니다.

결정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고, 변수가 늘수록 고민해야 할 부분도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개 저 같은 아마추어가 이런저런 화각을 막 오가며 찍다 보면, 찍을 땐 나도 브레송 하다가 결과물을 펼치면 일관성 없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더군요. 저도 그냥 대강 생긴 대로 마음껏 찍겠다는 성격이지만, 발전해야 계속 재밌고, 발전하고 싶다면 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단렌즈가 먼저고 줌렌즈가 나중이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줌렌즈 잘못도 아니라, 줌을 당기려는 제 손 잘못이죠. 같은 목표라도 그것에 접근해 가는 방법은 각자 다를 수도 있고요. 줌렌즈라도 자꾸 당기고 싶은 유혹만 제어할 줄 안다면 굳이 단렌즈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단련이 될 듯합니다.


단지 줌부터 쓰면 바라보는 눈이 수시로 바뀌므로 일단 보는 눈을 고정하고 다른 변수를 장악해 보자는 의미로 꺼낸 얘기입니다. 정해진 화각에서 구도를 정하고 노출을 맞추며 '자신이 의도한 사진'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죠.

물론 난 천재야 하며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사진도 간혹 잘 나올 때가 있으나, 똑같은 상황과 조건에서 그 사진을 재현해내지 못하면 사진을 찍는 건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고 봅니다. 늘지 않으면 흥미도 없어지고, 자칫 카메라는 곧 거추장스러운 흉물이 되어 서랍 속에 들어갑니다. 저도 경험했고, DSLR 등 디지털카메라가 유행하며 많이들 그러셨죠.


역시 기본으로 쓸만한 광각 단렌즈 : 23mm F2 (풀 프레임 환산 35mm)



아마도 카메라 장비를 사서 다루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게 된다면, 비로소 지루할 틈 없이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되며 서랍 속의 카메라들도 먼지를 툭툭 털고 기지개를 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렌즈는 억제 매력이 있다고 여깁니다. 굳이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것을 보겠다고 당길 필요가 없죠. 대신 우리의 눈과 유사한 고정된 화각으로 바라보는 세상도 충분히 넓고 다채롭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걸 포착해 집중하여 사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런 과정에서 사진의 묘미를 느낍니다.


너무 만만하다는 식으로 쓰고 있는데, 사실 단렌즈도 밝은 조리개 값일수록 엄청난 고가입니다. 써보고 싶은 렌즈는 많지만, 예산 밖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비싼 렌즈가 항상 최고는 아닙니다. 역시 광학적으로 크고 무겁습니다(유리알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셈이기도 하죠). 제게 사진의 용도란 주로 여행에서의 스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쓰는 용도에 아주 알맞다고 할 순 없습니다. 오히려 최대 개방이 F2 또는 F2.8 정도라도 작고 가볍고 가성비가 좋다면 제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과 결과를 안겨주었습니다. 현재 제가 후지필름을 쓰고 있는 것도 가성비 좋은 다양한 단렌즈 군이 있기 때문입니다.



막상 카메라를 들고나가면 렌즈는 좋지만 크고 무거워서 차마 들이밀지 못하는 상황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일단 찍을 수 있는 게 중요하죠. 크고 무거우면 그만큼 밝고 날카로운 결과를 안겨 주지만, 작고 가볍다는 건 거의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모두 렌즈의 중요한 선택 요소죠. 프로 사진가도 매번 날카로운 이미지를 얻어야 하는 상업 사진가와 순간의 기록이 중요한 다큐멘터리적 사진가에 따라 렌즈 선택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밝고 날카롭지 않아도 순발력으로 타협할 만하죠.


그보다는 단렌즈 중에 어떤 화각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단렌즈의 경우 화각은 대체로 35mm (광각 28mm부터 표준 50mm까지의 단렌즈, 혹은 더 넓게 80mm) 좌우로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무엇은 인물용이고, 무엇은 풍경 용이다 하는데,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고 자신의 눈으로 어디까지 다가가느냐의 문제입니다.

애매한 성격의 전 그 사이 애매한 40mm를 가장 좋아하는 편입니다. 전 애매한 놈이 분명하지만, 35mm는 넓고, 50mm는 답답하다면 그 또한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복잡한 도심에서 가볍게 쓰고 있는 단렌즈 : 27mm F2.8 (풀 프레임 환산 40mm)



사실 저에게 줌렌즈는 또 다른 면에서 항상 논외의 영역에 있었습니다.

바로 크고 무겁고 비싸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변 조리개의 줌렌즈의 경우 비교적 작고 가볍습니다.

다만 조리개 값이 바뀐다는 또 하나의 변수를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오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변 조리개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쓰기 나름입니다.

단지 가변보다는 아무래도 고정 조리개를 선호하게 되는데, 제 경우 가변 조리개의 줌렌즈라면 차라리 작은 단렌즈 몇 개를 택하겠다는 주의였던 것입니다.

"귀찮지만 바꿔 끼우며 찍지 뭐." 하는 식이죠.


후지의 가변 조리개 줌렌즈 : 18-55mm F2.8~4



물론 고정 조리개의 줌렌즈라면 저도 항상 탐을 냈습니다.

항상 단렌즈부터 쓰며 어쩌다 보니 이제껏 줌렌즈를 가져보지 못했는데, 말씀드렸듯 내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찍으려고 하는지, 사진의 초보 단계에서 한시름 놓게 해주는 것이 단렌즈이거니와 자주 기변을 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마운트의 바디를 얻으면, 일단 저렴한 단렌즈부터 꽂아놓는 순환이 되풀이되었죠. 아무래도 바디는 바꾸고 나면 죄책감에 렌즈는 사치 같아 영입을 좀 미루게 되거든요. 사실 렌즈가 더 중요한데 말이죠. 탐은 나지만, 그냥 가지고 있는 단렌즈나 쓰자가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하나의 바디에 정착한 사이 (다 비슷비슷한 화각이긴 해도) 보유한 단렌즈의 개수가 늘어났는데, 다 가방에 싸서 가지고 다니다 보니, 그럼 이건 줌렌즈도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라이카처럼 한두 개 단렌즈로 사실상 끝인 레인지파인더를 쓰고 있다면 모를까, 당분간 미러리스 바디를 쓰기로 했다면 누릴 건 누려보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결국 지금 제가 쓰는 X-Pro도 레인지파인더 스타일을 표방한 미러리스이니까요.


줌렌즈 역시 하나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새삼 세상이 막 혼란하고 복잡해지죠.

메이커마다 좀 다르지만, 일단은 대강 광각(16-35mm), 표준(24-70mm/24-105 or120mm 등), 망원(50-200mm 등)의 커버리지로 나뉩니다. 그 가운데 (광각, 망원도 재밌지만) 특정 용도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대개의 경우 사용 빈도 면에서 단연 표준 영역이 영입 최우선 대상이겠습니다. 특히 24-70mm F2.8에 눈이 갑니다. 보는 눈은 높아가지고 상당한 고가죠.

그만큼 성능은 좋습니다. 그래서 화질이 중요하면 24-70mm F2.8입니다. 저 역시 탐이 납니다.


칭찬이 자자한 후지의 표준 줌렌즈 : 16-55mm F2.8 (풀 프레임 환산 24-70mm)



다만, 오래 들고 걷기에는 꽤 무거운 까닭에 (어떤 메이커의 렌즈라도) 대개 필수이면서도 계륵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 그보다 타협한 24-105(또는 120) mm F4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조리개 최대 개방이 F4라는 분명한 한계와 더불어 분명 (전문가 레벨에선 굳이 꼬집어낼) 화질 차이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조금 더 작고, 가볍고, 저렴한 편이죠. 또한 더 넓습니다. 렌즈 교체 없이 하나의 렌즈를 통해 이 모든 화각을 쓸 수 있다는 점은, 이동이 많은 여행 사진에서 뚜렷한 장점이 되어줍니다. 다시 말해 올라운드 플레이어입니다.

꼭 그런 겁니다. 득점력이 뛰어난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이것저것 두루두루 할 줄 아는 식스맨이죠.


올라운드 플레이어 후지 16-80mm F4 (풀 프레임 환산 24-120mm)



항상 마음에 담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썩는다. 안주하며 한곳에 고여 있지 말아라."

특히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곳에 머무는 건 (취미의) 죽음에 이르는 병일 것입니다.

장비병에 걸려 한시도 머물 수 없이 분주하게 사고팔고 또 사고... 그게 운명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진지하게 렌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고민의 알리바이를 남긴 건, 역시 제가 선택의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렌즈를 하나 새롭게 영입했습니다. 저는 여행하며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아쉬움 속에서도 선택의 길은 결국 하나 16-80mm F4(풀 프레임 환산 24-120mm에 해당)이었습니다. 저의 첫 줌렌즈입니다.


카메라가 하나니까 카메라를 찍을 수 없다



마지막까지 후지논 16-55mm F2.8(풀 프레임 환산 24-70mm)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상관없다고 해도 아무래도 화질에 목매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괜히 프로 렌즈니까 나도 프로 같아질 것 같고... 16-55mm F2.8에 끌리는 마음을 붙잡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연애는 16-55mm 결혼은 16-80mm였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찍으려니 16-55mm는 써보기도 전에 팔이 저리는 기분입니다. 정밀한 사진을 찍지 않는 이상, 화질은 양보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가볍게 더 많이 가지고 다니며 순간순간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또한 더 먼 곳까지 당겨볼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게다가 후지필름이 절묘하게 차이를 둔 건 OIS 손떨림 방지 기능입니다(WR 방진 방적은 둘 다 적용되어 있죠). 16-55mm엔 없지만, 16-80mm에는 넣어 소비자가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한편, 고민의 출구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한 16-55mm의 화각은 이미 단렌즈들로 보유하고 있으니, 렌즈 하나에 가진 화각을 모두 수렴한다는 것 외에 장점이 없습니다. 빨간 딱지(후지의 프로 렌즈 라벨)를 얻지 못하는 것만 눈 딱 감으면 이미 답은 나와 있었던 셈입니다. 그걸 두고 꽤 고민했습니다.


가볍고 싶다면서 무거워진다, 무소유라면서 풀소유다




그럼에도 주문한 뒤 후회하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다행입니다. 막상 실물을 보니 입이 어린애처럼 헤헤 벌어집니다. 충분하다는 기분입니다.

TV를 사러 가서 55 인치의 TV가 끌렸지만 꾹 참고 42 인치를 사 오니, 막상 매장에서 볼 때보다 괜찮네란 것과 같은 것이죠.


아무쪼록 줌렌즈를 제대로 써보는 건 처음입니다. 이것 하나로 커버할 수 있겠네요. 줌렌즈로 이전과 다른 화각에 도전할 것 같습니다. 물론 긴 여행을 가면 아쉬울까 봐 가방에 단렌즈를 더 챙겨갈 것입니다. 때로 혼잡한 도시에 간다면, 평소처럼 작은 단렌즈를 하나 물려 가볍게 돌아다녀야 제맛입니다. 과연 전 이리저리 줌을 당기면서 나름의 일관된 시선으로 사진을 찍어낼 수 있을까요?


어떨지... 앞으로 써보고 사진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숙제, 또 다른 변수의 추가입니다.

재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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